씨티은행 '지점 폐쇄' 칼바람..흔들리는 외국계 은행

2014. 4. 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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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90개 지점 중 56개 지점 없애기로

노조선 '폐쇄 금지' 가처분 소송

자기자본순이익률 평균 밑도는 등최근 수익성 하락에 시달려와소매금융은 시중은행에 밀리고선진 금융기법도 비판 시달려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이 15일 법원에 '영업점포 폐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했다. 지난 8일 은행 쪽이 전체 지점 190개의 30%에 이르는 56개 지점을 폐쇄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조처다. 다음달 9일 인천 경서동지점 등 5곳을 시작으로 순차적 폐쇄가 이뤄진다. 씨티은행은 향후 6주간 매주 5~10곳씩 폐쇄 대상 지점을 발표한다. 은행 지점 폐쇄에 노조가 법적 대응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미국에 본사를 둔 씨티그룹이 국내 소매금융(기업이 아닌 가계 개인고객을 상대로 한 영업)에서 아예 철수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전제돼 있다. 650여명 규모의 인력 구조조정도 예상돼 향후 내부 갈등과 폐쇄 지역 고객 불편 등의 상황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이 '지점 30% 폐쇄'라는 처방을 들고나온 것은 수익성 악화 등의 영향으로 보인다. 2004년 한미은행과 통합하며 소매금융을 확대한 씨티은행은 최근 수익성 하락에 시달리고 있다. 저금리, 저성장에 따른 영업환경 악화와 수익 감소는 국내 은행들이 최근 몇년 사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현상이지만, 씨티의 경우 특히 더하다.

예컨대 수익성을 평가하는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2008년 10.46%로 국내 평균보다 높았으나, 해마다 줄어들어 2013년 1.33%로 떨어진 상태다. 국내 은행 평균(특수은행 제외)이 4.91%인 것에 견주면 한참 뒤떨어지며, 일반 은행 중 최저치다.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13%로 국내 은행 평균(0.37%)에 한참 못 미친다. 영업점포 수도 계속 줄어들고 있어, 2008년 230개였던 게 올해 135개로 줄어들 예정이다. 5년 사이 100개 점포가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직원은 4708명에서 4240명으로 줄었다.

이런 사태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외국계 은행들의 한국 시장 부적응을 꼽는다. 국내 소매금융은 영업점포가 1000개가 넘는 케이비(KB)국민은행 같은 '동네 지점형' 시중은행들이 장악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지점 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대출모집인'과 같은 새 제도를 국내에 도입했지만, 모집인 수수료로 인한 금리 인상, 불완전 판매 가능성에 대한 비판 등으로 한계가 있었다. 십수년이 지난 현재 대출모집인은 급증한 가계부채의 '원흉'으로 꼽히고 있다. 은행권 대출모집인의 절반가량은 씨티,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등 외국계 은행 계약 모집인이 차지해왔다.

지점에 찾아오는 고객이 아닌, 대출모집인이 찾아오는 고객을 주 대상으로 하다 보니 신용도가 낮은 이들이 많아 '고금리 영업'이라는 사회적 비판도 받아왔다. 2012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인 '적격대출'의 판매가 급증하기도 했으나, 저금리 기조에서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낮아지면서 이마저도 줄어든 상태다.

게다가 지난해 씨티은행 직원이 개인고객 정보를 대출모집인에게 넘긴 사건이 불거지면서 기존 영업행태를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이 됐다. 고객정보 유출 사태의 주인공은 씨티와 스탠다드차타드, 두 외국계 은행이었다. 은행권에서는 이를 두고 하청 형태의 대출모집인 위주 영업방식에 단기 성과주의와 실적 하락이 겹쳐 발생한 사건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키코, 리볼빙 등 선진 금융기법이라고 도입한 다른 상품들도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돼왔다. 통화 옵션 금융상품인 키코에 가입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 뒤 급등한 환율로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컸는데, 씨티은행이 판 게 가장 많았고 외국계 은행 전체가 차지한 규모가 절반에 이르렀다. 씨티는 미국의 보편적 카드결제 수단인 '리볼빙' 제도를 국내에 처음 도입해 모든 카드를 리볼빙 결제 기반으로만 만들어오다 '고객을 헷갈리게 하는 높은 수수료의 상술'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자 2012년에야 리볼빙이 아닌 일반 카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미국 본사에 대한 고배당, 용역비 지급 이슈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역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지난해부터 국내 지점의 25%가량의 폐쇄를 진행하고 있으며, 에이치에스비시(HSBC)는 지난해 소매금융 사업 철수를 공식화하는 등 다른 외국계 은행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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