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미국 테이퍼링, 1994년과 너무 닮았다

2014. 2. 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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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테이퍼링 이후 글로벌 경제상황과 비슷한국, 적극적인 환율 관리·수출 진작 필요

◆ 테이퍼링 후폭풍 긴급진단 ◆'공포의 기억'을 넘어 '기억의 공포'로 남아 있는 1997년 외환위기. 그 서막이 시작되던 1994년 글로벌 경제 상황이 20년 후 최근 분위기와 데자뷔처럼 닮아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불황에 빠졌던 미국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확장적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급선회한다. 그러자 미국 자금이 들어갔던 중남미를 위주로 외화자금이 이탈하면서 심각한 금융위기가 발생한다. 이를 보고 놀란 이머징 국가들의 중앙은행은 앞다퉈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외화자금 이탈을 막으려 하지만 속수무책이다. 달러 가치는 더 높아지고, 다른 통화 가치는 추락하는 현상이 지속된다.

실제로 이런 스토리의 얼개는 1994년의 상황에도, 지금 상황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을 만큼 닮아 있다. 그만큼 지금 확실히 대비해두지 않으면 대규모 자금 유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1990년대 후반 엔저로 수출에 타격을 입은 한국은 외화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금리 정책을 취하며 버텼지만 외화자금 썰물 도미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두 손을 들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한국이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하면서 우리는 문제될 게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1994년 이전까지도 한국은 견실한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었다"며 "엔저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경기와 내수 활력이 떨어지면 실물경제가 주저앉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소 초빙 연구위원은 "1994년 당시 엔저 현상은 자연스러운 면이 강했지만 지금의 엔저는 아베노믹스에 의해 가속화하는 경향을 보여 더욱 위험하다"며 "적극적인 환율 관리와 수출 진작 정책을 펴지 않으면 대규모 외화 유출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경제 컨트롤타워의 견해는 한국 상황은 아직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1994년 미국은 12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3.0%에서 6.0%까지 급속하게 끌어올리는 긴축정책을 쓰면서 주변에 큰 타격을 줬지만 지금 미국의 테이퍼링은 금리 인상으로 볼 수 없어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동안 미국이 풀었던 어마어마한 달러를 생각하면, 최근 연달아 테이퍼링 규모를 늘려가는 FRB의 결정을 가볍게 볼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지난해 6월 본지에 '잊지 말자 1994년'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했던 성 교수는 "한국은행은 섣불리 금리 인상을 하지 말고 실물경제가 원활히 돌아갈 수 있게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최대한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범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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