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정보 유출 사태' 장본인 KCB는 왜 무사할까

2014. 2. 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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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아하 그렇구나]

금융사 19개사가 주주… 손배 소송 '제 살 깎기'

KCB 부도 나면 신용조회 비용 올라 손해 부담

설 연휴 신용카드 재발급 후폭풍에 카드사 직원들은 설도 쇠지 못했답니다. 그런데 정작 정보 유출 당사자인 '신용정보업체'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케이시비)는 잠잠합니다. 내로라하는 카드사들이 이 지경에 처하고도, 케이시비에 소송을 냈다는 말조차 들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번 사태로 케이시비는 무료로 제공하기로 한 '신용정보 보호 서비스' 가입자가 늘어나 영업 호재를 맞았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전국민에게 '병주고 약 주는' 신용정보회사, 대체 어떤 곳이길래 대형 카드사들을 이렇게 '물먹이고도' 멀쩡할까요?

신용정보회사는 흔히 '신용평가사'라고 부릅니다. 신용조회, 채권추심 등 신용 정보를 활용한 종합 사업을 하지만, 대출 금리를 연동할 '신용등급'을 매기는 일(신용평가)이 가장 대표적이라 그렇습니다. 평가 대상에 따라 기업/개인으로 나뉘는데, 개인 신용평가의 경우 나이스평가정보(NICE)와 케이시비가 국내 시장을 양분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나이스가 개인신용정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왔는데, 2005년 은행·카드 19개사가 500억원을 공동출자해 케이시비를 출범시켰습니다. 은행과 카드사는 대출 정보 등 신용 정보의 공급자이면서 사용자인데, 신용등급을 조회할 때마다 돈은 다른 회사가 벌자 직접 신용정보업체를 차려 '경쟁 구도'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케이시비는 후발주자이면서도 금융사들의 지원 아래 시장에 안착했고, 기업·개인신용평가 둘 다 다루는 나이스와 달리 개인신용정보만 취급하면서도 이윤을 낼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정보 유출의 도화선이 됐던 '부정사용시스템' 구축 사업도, 국민·롯데·농협·신한·삼성 등 카드사 사업을 도맡다시피 했습니다.

은행·카드사가 신용정보회사의 주주이면, 집적할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신용정보들로 '신규 사업'을 벌여도 직접적 책임은 피한 채 배당금을 챙길 수 있습니다.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신용정보회사는 금융사 아닌 기업의 정보까지 '결합'해 채권추심회사나 마케팅회사 등에 팝니다. 예를 들어 카드사에 등록한 주소를 부동산 정보 등과 결합시켜 자가 보유인지, 직장 주소를 기업 정보와 결합하여 같은 회사 동료들의 평균 신용카드 사용액, 대출액이 얼마인지까지도 판매합니다.

카드사와 신용정보업체의 '상부상조'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나이스·케이시비 등 신용정보회사가 개인에게 유료 판매하는 신용정보 보호서비스는 월 1600원꼴이지만, 카드사를 거치면 월 3000원을 내야 하는 곳도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신용정보회사에 대해 잘 모르니까 카드사들이 재판매를 하면서 추가 수수료를 붙인 것입니다. 어찌 보면 카드사가 마땅히 제공해야 할 고객 정보보호 서비스를, '유료 서비스 중개'라는 수익원으로 변신시킨 '창조경제' 모델이 여기 있네요.

이만하면 카드사가 케이시비에 적극적으로 책임을 묻지 못하는 이유도 알만합니다. 피해배상을 묻자니, 결국 주주인 카드사 제 살 뜯어먹기입니다. 그러다 케이시비가 망해 나이스평가정보 독과점 체제가 되면, '신규사업 창출'로 생겼던 부가 소득도 배당금도 날아가고 신용조회 비용도 더 비싸게 물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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