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임원 전성시대]'유리천장' 뚫고 별 단 그녀들의 성공스토리

2014. 1. 20. 09: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GM은 최근 105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인 메리 바라 CEO를 지명했다.자녀 둘이 있는 직장 여성이 거대 자동차 기업을 이끌게 되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블루칩(우량기업)의 100년 묵은 유리천장이 깨지고 있다'고 보도했다.우리나라에서도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여풍'이 거세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기업의 꽃'으로 불리는 임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남짓에 그치고 그나마도 오너 일가가 아닌 여성 CEO를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여성이 출세하기 가장 어려운 국가'로까지 꼽혔다.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막는 조직 내 보이지 않는 장벽)'이 여전하다는 의미다. 그나마 희망의 단초라고 한다면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아서인지 지난 연말 인사에서 부쩍 여성 임원이 많이 배출됐다는 사실 정도다. 이번 커버스토리에서는 재계 10대 그룹과 5대 금융지주의 여성 임원 현황을 조사하고 눈길 끄는 여성 임원을 만나 생생한 성공스토리를 들어봤다. 더불어 여성의 사회 진출을 유도하고 기업체 여성 임원을 늘리기 위한 해법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대기업 여성 임원 얼마나 있나

10대 그룹 1.7%…'하늘의 별 따기'

"대한민국 최초 여성 대통령에 여성 은행장까지 배출했지만 아직도 유리천장은 견고하다. 결혼, 출산, 육아 문제로 똑똑한 여성 엘리트들이 소중한 경력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고위직 여성 인력 풀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유선희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 원장(상무), 포스코 첫 여성 임원)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출산과 육아로 여성이 경력단절을 겪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며 여성의 역할을 강조했다. 여성이 활발한 경제활동을 해야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현실은 초라하다. 우수한 여성 임원을 배출해야 할 기업부터 그렇다. 매경이코노미가 재계 10대 그룹 여성 임원 통계를 내본 결과 올 1월 기준 총 114명에 불과했다. 전체 임원 대비 비율로 보면 1.7%에 그친다. 그나마 삼성 임원 50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10대 그룹 여성 임원 전체를 합쳐 겨우 60명을 넘는 정도다.

10대 그룹 중 여성 임원 수가 가장 적은 곳은 현대중공업그룹이다. 전체 339명 임원 중 여성은 단 한 명도 없다. 여성 임원이 전체 1%에 못 미치는 그룹은 현대차와 포스코 등 2곳. 현대차그룹은 0.5%, 포스코는 0.9%다. 다른 그룹도 대부분 여성 임원 비중이 1~2%에 그쳐 '유리천장'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그룹 중 여성 임원 발탁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삼성이다. 올해 승진한 여성 임원은 총 15명(신임 14명)으로 2011년(7명), 2012년(9명), 지난해(12명)에 이어 매년 숫자가 늘고 있다. 이건희 회장 딸인 이부진, 이서현 사장을 포함하면 삼성그룹 전체 여성 임원은 50명으로 국내 대기업 중 최대다.

외부 영입이 아닌 내부 승진 인사가 많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이번에 별을 단 여성 임원은 대부분 1990년대 초 삼성 대졸 공채 입사자들이다.

이건희 회장이 1993년 신경영을 내세우며 인재 육성을 강조한 지 꼬박 20년 만에 임원 자리에 오른 셈이다. 남성 직원과 당당히 경쟁해 '기업의 꽃' 임원 자리에 올랐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렇다고 마냥 긍정적으로만은 볼 수 없다.

절대 숫자가 상대적으로 많다고는 하지만 전체 임원 대비 비율로 보면 극소수다. 삼성그룹 여성 임원 비중은 2.4%에 불과하다.

삼성 신임 여성 임원은 상당수가 마케팅 전문가다. 1992년 대졸 공채로 삼성전자에 입사한 TV 마케팅 전문가 양정원 상무를 비롯해 생활가전 마케팅 전문가인 송명주 삼성전자 상무(1993년 공채), 삼성전자 최초 여성 주재원(싱가포르) 출신 연경희 삼성전자 상무(1994년 공채)가 대표적이다.

삼성, 공채 출신 여성 임원 늘어  

제조업 특성상 전통적으로 여성 인력이 적은 현대차그룹은 올해 2명(이미영 현대카드 CLM실장(상무), 이주연 현대라이프 마케팅실장(이사대우))이 임원으로 승진해 여성 임원이 총 6명에 그친다. 지난해엔 3명의 여성 임원이 승진했다.

SK그룹은 여성 2명이 임원으로 승진해 전체 여성 임원은 12명으로 늘어났지만 전체 임원 수 대비 여성 임원 비율은 1.7%에 불과했다.

LG그룹 역시 여성 임원을 2명 배출해 여성 임원이 14명이 됐다. LG전자는 5년 만에 신규 여성 임원(김영은 미국법인 상무)을 배출해 여성 임원이 총 3명이 됐지만 전체 310명 임원 중 여성 비율은 1%에도 못 미친다. LG그룹으로 범위를 넓혀도 전체 임원 780명 중 여성이 14명으로 그 비율은 1.8%에 그친다. 롯데그룹은 여성 임원이 5명이다. 롯데그룹 창립 이래 여성 임원은 2010년에 선임된 박기정 롯데백화점 이사가 최초였다.

GS그룹 역시 여성 임원은 3명뿐이다. 이번에 첫 공채 출신 여성 임원(이경숙 GS건설 플랜트구매3담당 상무)을 배출할 정도로 여성 임원 확보에 인색했다. 한진그룹은 10명, 한화그룹은 11명 여성 임원이 활약 중인데 여성 임원 비중이 각각 8.6%, 7.1%로 다른 그룹에 비해 높은 편이다.

남성 위주 보수적 문화가 팽배한 금융권도 여성 임원이 적기는 마찬가지다. 그나마 올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는 모습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은행장(권선주 기업은행장)이 탄생하는가 하면 은행마다 '최초' 기록을 단 여성 임원이 속속 배출됐다.

신한은행 최초 여성 임원인 신순철 부행장보와 외환은행 최초 내부 승진 여성 임원인 최동숙 영업지원본부담당 전무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하나은행도 김덕자, 천경미 본부장이 각각 전무로 승진해 창립 이래 최초로 여성 전무가 동시에 두 명 등장했다. 지방은행 중에선 DGB금융이 양현숙 대구은행 PB센터장을 본부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하지만 이제야 '최초' 타이틀이 나올 정도로 그동안 금융권 여성 임원이 적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여성 임원이 늘었다지만 신한, 우리금융 여성 임원은 각각 5명, KB와 하나금융은 4명뿐이다. 농협금융은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가 "금융권에 갑자기 여성 임원이 등장한 건 금융권 특유의 '정부 눈치 보기' '코드 맞추기' 때문"이라고 꼬집는 게 이유가 있는 셈이다.

10대 그룹과 5대 금융지주(신한, KB, 하나, 우리, 농협) 여성 임원 면면을 살펴보면 외국 대학 유학파 출신이 21.8%로 가장 많다. 서울대(10.3%), 연세대(9.2%), 이화여대(6.9%), 카이스트(5.7%) 출신이 뒤를 이었다. 고졸 여성 임원도 8%나 된다. 전공별로는 상경계가 37.6%로 가장 많고 인문어문계열(32.9%), 이공계(21.2%)순이다.

10대 그룹 여성 임원 평균 연령은 46.5세로 1960년대생이 대다수다. 그룹별로는 포스코 여성 임원 평균 연령이 51세로 10대 그룹 중 가장 많고 삼성그룹이 45.5세로 가장 젊다. 5대 금융지주 여성 임원 평균 연령은 53.8세. 10대 그룹 평균 연령보다 8세나 많다. 금융지주 중에서는 우리금융이 56세로 평균 연령이 가장 높다.

전문가들은 여성 임원을 늘리려면 여성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이 뽑은 신입사원 10명 중 3명이 여성이었다. 여성 직원 수가 적은 건 아니지만 출산, 육아 부담 탓에 중도 하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장 조직도 대체로 남성 중심이라 여성 임원은 물론이고 차장, 부장급의 중간관리자 풀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우려다.

홍은주 한국여성경제학회 회장은 "지금처럼 여성이 모든 육아를 책임지는 구조에선 여성들의 경력단절을 막기 어렵다. 남성도 육아 분담을 하는 문화를 만들고 실력 있는 여성 인재들을 기업 핵심부서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북유럽 국가처럼 여성 임원 할당제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20년까지 유럽 상장기업 비상임 이사진의 40% 이상을 여성에게 할당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미 할당제를 도입해온 노르웨이는 여성 임원 비율이 42%에 달한다.

[특별취재팀 : 김경민(팀장)·박수호 ·강승태·정다운·서은내 기자 / 사진 : 류준희·윤관식 기자 / 그래픽 : 송준영]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41호(14.01.15~01.21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