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겨울, 난방비 아끼려면..] '패시브하우스' 에서 배우는 알뜰살뜰 겨울나기

2013. 11. 16.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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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한가운데 독립 건물로 지은 50평대 노인정의 지난 1월 난방비는 7만2000원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단지 내 비슷한 평형 가구의 난방비는 18만∼30만원 정도였다. 독립 건물은 공동주택보다 열손실이 많아 난방비가 더 드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노인정은 60∼76% 난방비가 덜 나온 것이다. 이 노인정은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 공법으로 건설됐기 때문이다.

초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12일 찾아간 인천 청라지구 한라비발디 아파트 노인정에선 가벼운 옷차림의 노인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대용(70) 노인회장은 "여름엔 선풍기만 틀어도 시원하고 겨울에도 추운 줄 모른다"며 자랑했다. 그는 "패시브하우스 기술로 지었다고 하는데 벽도 두껍고 유리창도 두꺼워 문을 닫아놓으면 바깥의 잡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패시브하우스란 독일에서 시작된 에너지 저소비형 건축물로 연간 ㎡당 15kwH(석유 1.5ℓ 해당) 이하의 난방에너지를 사용하는 건물을 말한다. 국내에는 아직 공인된 기준이 없지만 국제적으로 독일 패시브하우스협회의 인증 기준이 공신력을 얻고 있다. 이 노인정은 국내 최초로 독일 패시브하우스협회의 인증을 획득했다.

패시브하우스 노인정의 첫 인상은 두꺼운 외벽이었다. 건물 뒤편으로 난 창문은 작았고 어른 팔뚝만큼 벽 속으로 묻혀 있었다. 노인정 건축에 직접 참여했던 ㈜한라 연준한 대리는 "단열을 위해 건물 외부에 320㎜의 단열재를 넣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토교통부의 '건축물 에너지절약 설계기준' 상 외벽 단열재 두께가 120㎜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두께의 단열재를 시공한 셈이다.

연 대리는 "패시브하우스는 거대한 보온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바깥 공기가 들어오지 않고 열기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확실히 막아주는 기밀성이 생명"이라고 말했다.

노인정 대문은 방공호 철제문을 연상시킬 정도로 두꺼웠다. 문짝 끝 부분은 패킹으로 마감돼 공기가 전혀 통하지 않게 돼 있었다. 모든 창문은 3중 유리로 만들어졌고 창틀도 열손실이 거의 없도록 특수 제작된 제품을 사용했다. 패시브하우스 인증을 받으려면 건물 전체가 밀폐 구조로 이뤄져야 한다. 건물의 밀폐도는 안팎의 기압차를 50㎩(파스칼)로 유지했을 때 한 시간에 몇 번 정도 전체 공기가 바뀌는지를 테스트하는 값(n50)으로 나타낸다.

일반 주택은 이 값이 10에 이른다. 창틀, 문틈, 갈라진 벽체 등 무수히 많은 틈새로 공기가 드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패시브하우스 인증 기준은 이 값이 0.6 이하여야 한다. 노인정은 이 값이 0.3에 불과했다.

밀폐형이지만 환기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염된 실내 공기를 바깥으로 내보내면서도 열은 붙잡아두는 열교환기가 있기 때문이다. 이 장치를 통해 회수된 열로 유입되는 바깥공기를 데워 실내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특수 자재와 장치가 동원되기 때문에 패시브하우스의 건축비는 일반 건축보다 1.7배 정도 비싸다고 한다. 그러나 냉난방비가 크게 절감되기 때문에 10년 정도 사용하면 더 들어간 건축비를 뽑아낼 수 있다. 패시브하우스는 50년 이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튼튼하게 짓기 때문에 오래 살수록 기대이익도 크다.

패시브하우스 노인정 건설로 기술력을 축적한 한라는 충북 괴산에 풀무원 연수원을 패시브하우스로 지어 또다시 독일 패시브하우스협회의 인증을 받았다. 한라는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협회로부터 패시브하우스 시공능력 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한라 측은 "에너지 절감을 위한 기술력을 습득해 공동주택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로의 접근을 모색하기 위한 작업이었다"고 자평했다. 정부는 2017년부터 새로 짓는 주택은 패시브하우스 수준으로 건축되도록 설계 기준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예정이다. 따라서 건설사들은 이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기술 축적에 한창이다.

패시브하우스 기술이 조속히 확산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를 줄일 수 있다면 원자력발전소 추가 건설을 둘러싼 갈등을 비롯한 에너지 문제에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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