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종북몰이' 보수단체 지원, 대선 있던 2012년 급증

2013. 11. 10.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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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최재천 의원, 안행부 단체지원 분석

2008년 10곳 4억→2012년 63곳 31억보수단체, 역사논쟁에도 적극 개입불분명한 사업에도 사후평가 후해"정부가 돈 주며 정권연장에 영향줘"

2008년 촛불 집회 이후 보수단체에 지원된 보조금이 급증한 것으로 10일 드러났다. 특히 민간인 사찰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당시 보수단체 보조금 지원 확대를 지시했던 흔적도 드러난 바 있어, 권력 핵심부가 보수단체의 '종북 몰이'를 적극 활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겨레>가 최재천 민주당 의원실로부터 받은 안전행정부 시민사회단체 지원사업 내역을 분석한 결과, '안보 의식 고취·종북 좌파 척결' 등 구호를 내건 이들 보수단체에 대한 지원은 2008년 촛불 집회 이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행부의 시민사회단체 지원사업에 채택된 보수단체는 2008년 10개 단체에 4억여원 지원(실제 지급액 기준)에 그쳤으나, 2009년에는 32곳 10억여원으로 늘어났다. 2012년엔 무려 63개 단체 31억여원으로 급증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보수단체 58개 20억원이 지원됐다.

과거 시민사회단체 보조금 지원이 인권신장, 평화, 국제교류협력 등 순수한 시민단체 활동을 중심으로 했으나, 이명박 정부 들어서 지원사업 유형을 '국가안보', '4대강 살리기', '100대 국정과제' 등 정권 및 이념 홍보 등으로 크게 바뀐 탓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민간인 사찰을 벌였던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유에스비(USB)에서 발견된 '2009년 제도개선 대장' 문건에는, 당시 행정안전부가 보수단체에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토록 지시한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보수단체의 활동이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와 깊이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이를 통해 한해 수십억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은 보수단체들은 에스엔에스(SNS), 안보교육 등 활동 뿐만 아니라, 최근 불거지고 있는 '역사 투쟁'에도 적극 뛰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육·해·공군, 해병대 예비역 영관장교 협의회'는 이승복 역사 다시 알리기를 위해 홍보물 1만5900부를 찍어내 배포하고, 제주 4·3 사건에서 군경의 학살 오명을 벗기겠다는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

또 대한민국 사랑회는 '건국 대통령 바로 알리기' 계획을 밝혔다. 실제 이 단체 누리집은 초기화면부터 이 전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제1공화국 당시 관변 사회운동 구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 단체는 이승만 동상 건립, 이승만 10만원권 추진, 이승만 관련 서적 제작 및 배포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한민국 지키기 불교도 총연합'은 이 전 대통령의 부인인 프란체스카 도너 리가 쓴 한국전쟁 난중일기에 대한 독후감 발표회를 벌이기도 했는데, 이 단체는 지난해 12월 박근혜 당시 후보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예산 지원이 이처럼 늘었지만, 보수단체들은 불분명한 사업 내역·예산 활용 등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대한민국학도의용군회가 대표적이었다. 지난해 안전행정부에서 3000만원을 지원받은 이 단체는 "종북 적화세력들에게 올바른 국가관과 안보의식을 고취"시키겠다면서, '외부 강사'를 초빙해 안보강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실제 8개월 동안 활동한 안보강사는 전직 회장인 최기영씨 단 1명에 불과했다. 그에게 지급된 강의료는 모두 736만원이었다. 송승원 학도의용군회 사무총장은 "회원한테는 국비로 강의료를 지급할 수 없어, 최 회장이 회장을 그만두시고 강사로 나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안행부의 사후평가는 후했다. 학도의용군회를 비롯해, 나랏돈으로 대규모 궐기대회를 준비한 애국단체총협의회, 대선 전 에스엔에스 활동에 나선 한국통일진흥원, 푸른인터넷 네티즌연대, 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 등 거의 모든 보수단체들이 '보통' 등급의 평가를 받았다.

한편 지방 정부에서도 보수·관변단체 지원이 전체 시민사회단체 지원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재천 의원실이 전국 16개(부산시 제외) 광역단체 산하 시·군·구의 사회단체보조금을 분석해봤더니, 전체의 평균 28.3%가 새마을운동협의회,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자유총연맹 등 3개 단체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재천 의원은 "정권 차원에서 보수단체에 나랏돈 지원을 늘리고, 이들은 안보교육과 에스엔에스 활동을 빙자해 정권 연장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높다"며 "안전행정부는 지금이라도 해당 단체들의 활동 내역을 면밀히 검토하고, 보조금 지원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노현웅 류이근 이완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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