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수교이후 최악..'대화' 말조차 못 꺼내
◆ 韓日갈등 共生길 찾자 ① ◆
한ㆍ일 관계가 '대화하자는 말조차 꺼내기 힘든'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2015년이면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지만 미래의 동반자 관계는커녕 실타래처럼 얽힌 갈등이 오히려 깊어지는 양상이다. 도쿄에서 만난 한 기업인은 "30년 동안 일본을 오가고 있지만 양국 감정이 최악의 상황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토로했다. 이대로 가다간 되돌아오기 힘든 루비콘 강을 건너게 될 것이라는 비관론마저 제기된다.
그동안 한ㆍ일 양국의 갈등은 △독도 영유권 주장 △야스쿠니신사 참배 △위안부 강제동원 △역사교과서 왜곡 등 역사인식에 관한 문제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평화헌법 개정 추진, 강제징용자에 대한 배상, 일본 산업유산에 대한 세계문화유산 추진에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문제와 반(反)한류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역사 인식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갈등 현안이 튀어나오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양국의 오랜 갈등 요인이었던 역사 인식문제는 아베 신조 총리의 우익 행보 이후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건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하는 것과 같다"고 발언해 역사인식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여기에 또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평화헌법 개정 문제를 주저 없이 들고나와 우려를 사고 있다.
특히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는 '이미 해결된 문제'라는 입장에서 요지부동이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달 말 작성한 '최근 한국의 정보 발신'이라는 제목의 문서에서도 위안부 문제가 "한ㆍ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음에도 한국 측은 1990년대 초반부터 청구권 협정의 대상 외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적었다.
'한국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다하지 않은 것은 피해자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한 2011년 8월 한국 헌법재판소 판결이 "일ㆍ한 관계의 기초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내용도 외무성 문서에 담겼다.
심지어 위안부 문제에서 일본 측 사과가 필요하다는 미국의 입장에 대해서도 홍보전에서 실패한 결과라는 인식까지 드러내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5일 중의원 국가안전보장특별위원회에서 "일본의 대외 홍보가 다른 나라에 비교해 얼마나 부족한지를 간절하게 느낀다. 총리관저가 사령탑이 돼 국제 홍보를 전략적으로 전개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독도 전격 방문과 일왕에 대한 사과 요구 이후 거세졌던 일본의 반발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일본의 일반 국민들도 이때부터 감정적으로 변했으며 한국에 대한 불쾌감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런 와중에 새롭게 등장하는 현안은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한국은 반발하고 있지만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아시아 재균형(rebalancing) 정책의 일환으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보유를 공개 찬성하고 나서면서 문제는 더욱 복잡하게 됐다.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배출에 따른 일본산 수산물 안전 문제 역시 최근 양국 갈등의 또 다른 불씨가 됐다. 안전에 관해선 타협이 있을 수 없는 만큼 한국은 일본 일부 지역에서 생산한 수산물 반입을 전면 금지한 상태다. 하지만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지 결정을 앞둔 시점에 수산물 수입금지조치를 취한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문제는 양국 간에 핵심 이슈를 놓고 대립이 장기화하면서 일본 내에서 반한 감정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노골적으로 한국민에 대해 공격적 발언을 쏟아내며 혐한시위를 벌이는 재특회(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 등 일부 우익단체에 국한되지 않고 정부, 정치권, 지식인 사회는 물론 일반 국민들에게서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요미우리신문에는 외무성 관료 출신 외교평론가인 오카모토 유키오 씨의 기고문이 실렸다. 한ㆍ일관계를 다룬 기고문에서 오카모토 씨는 "중국 하얼빈에 안중근 기념비를 세우는 것은 미국 댈러스에 오즈월드 기념비를 세우는 것과 같다"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안중근 의사에 대해 한국과 일본 입장에서 다른 평가는 존재할 수 있지만 미국 대통령을 암살한 리 하비 오즈월드와 동격으로 놓는 비상식적인 발상을 드러낸 것이다.
지난달 20일 요미우리TV에서 혐한시위를 다룬 방송이 전파를 탔다. 여기에 참석한 한 패널은 "일본인으로 이름을 바꿔 범죄 기록을 전부 없애고 새로운 범죄를 일으키는 한국인이 많다"는 발언까지 쏟아냈다. 일본 시민단체의 항의로 요미우리TV가 공식사과를 하기는 했지만 공중파 방송에서 이처럼 터무니없이 한국인을 비하하는 발언이 아무렇지도 않게 등장하는 분위기가 된 것이다.
[특별취재팀=김대영 팀장 / 도쿄 = 임상균 특파원 / 황형규 기자 / 이재철 기자 / 김성훈 기자 / 서진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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