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지표는 나아졌지만 체감경기는 여전히 '싸늘'

박재현 기자 2013. 7. 25.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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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수출 대기업 의존도 높아 낙수효과 적어설비투자 부진·가계부채에 미·중 경제변수까지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9분기 만에 1%대로 올라섰지만 체감경기는 여전히 싸늘하다. 수출 대기업 의존도가 높아져 경제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퍼지지 않기 때문이다. 가계빚 증가와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등 대내외적 변수도 많아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장담할 수도 없다.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1.1%를 기록한 것은 정부가 상반기 재정지출을 늘리고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등의 '재정 효과' 덕을 톡톡히 봤다. 미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는 등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면서 성장 동력인 수출이 꾸준히 증가한 것도 주요 요인이다.

한국은행은 3분기 성장률이 2분기보다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별한 대외 악재가 없다면 국내 경기는 '상저하고(上低下高·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좋아지는 추세)'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국민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겨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스마트폰과 반도체 등 소수의 수출 대기업 의존도가 높다보니 국민소득지표와 실물경기 간 괴리가 있다"면서 "1.1% 성장이 높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자·통신업종의 경우 자동화와 해외생산이 많아 수출이 늘어도 내수가 좋아지는 구조가 아니다. 기업의 수익 증가가 가계소득으로 이어지는 낙수효과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의 설비투자는 전 분기보다 0.7% 감소해 여전히 살아날 기미가 없다. 설비투자가 감소하면 고용 증가와 임금 인상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없다. 정부의 재정 집행 확대도 일자리를 늘리지는 못했다. 정부의 돈풀기로 지표상 성장세가 늘어난 것뿐인 셈이다. 반면 가계는 1000조원에 달하는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김홍달 우리금융경영연구소장은 "민간소비가 1분기 마이너스에서 2분기 0.6% 증가로 돌아섰지만 경제성장률을 밑도는 소비증가율을 보면 가계심리가 여전히 위축돼 있다"면서 "하반기에도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 경기 회복 체감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간소비는 에어컨 구입 등 계절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고 의료 및 금융수수료 등이 서비스 소비 증가를 이끌었다. 추세적인 민간소비 회복은 아닌 셈이다.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체감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정부의 재정 조기집행률은 60%가 넘어 하반기에는 '약발'이 떨어질 우려가 크다. 세수 부족으로 정부 재정 여력도 바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중국의 실물경제 위축, 일본의 아베노믹스 성패 여부 등 대외 불안요인도 수두룩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날 발표한 '대내외 경제상황에 대한 기업인식 조사'를 봐도 현장에서 느끼는 경기는 싸늘하다. 전국 500개 기업 중 '경기 회복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87.0%에 달했다.

'상저하고'를 예상한 정부 전망과 달리 하반기 경기 흐름이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51.8%)이란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상반기보다 악화될 것'(26.8%)이라는 부정적 의견이 '나아질 것'(21.4%)이란 답변보다 많았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양적완화 축소는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데 하반기에 가계소득이 늘기 전 금리가 오르면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김홍달 소장도 "중국이 소비 위주의 경제 구조개혁을 진행하면서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은 '내우(가계부채와 내수부진)외환(중국·미국의 경기변동성)'을 극복해야 하고, 그 회복세는 성장의 과실이 가계에 고루 돌아가야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 박재현 기자 parkjh@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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