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스웨덴보다 빈부격차 적다?..통계청 직원도 못믿는 '지니계수'

2013. 6. 1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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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권력에 춤추는 통계

현실과 동떨어진 통계수치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누리집에 가면 우리나라가 가장 평등한 나라로 소개되는 부분이 있다. 대표적 분배 지표인 지니계수를 시장소득(세금과 이전소득 반영 전) 기준으로 했을 때 우리나라는 34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0.34(2011년 기준)를 보이고 있다. 이는 우리가 부러워하는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등 세상에서 가장 평등한 나라로 꼽히는 북유럽 선진국보다 낮은 수치다. 쉽게 말해 자신이 일해서 번 돈만을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는 빈부격차가 가장 적은 축에 드는 국가라는 얘기다. 지니계수는 0에서 1의 값을 지니며, 값이 적을수록 평등한 사회다.

MB정권때 발표한 수치 0.34는북유럽 선진국보다도 나은 것고소득층 소득 파악 확대한새 지니계수로는 OECD 29위"국세청 소득세 자료 활용을"

이런 '의외'의 결과는 우리나라 통계청이 매년 작성해 오이시디에 제공하는 지니계수(가계동향조사 기준)를 근거로 한다. 다만 가처분소득(세금과 이전소득 반영)을 기준으로 한 우리나라 지니계수는 0.31로, 오이시디 회원국 가운데 중간인 18위를 보인다. 이는 이전소득을 뜻하는 사회보장 혜택 등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캐나다,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등 선진국보다도 평등한 사회로 나타난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2008년 0.314로 정점을 찍은 이후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니계수로만 봤을 때 양극화는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같은 시기 세계 금융위기로 오이시디 평균 지니계수가 상승하고 있는 것과 방향성마저 달리하고 있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정부가 발표하고 있는 수준의 지니계수 값이라면 우리나라에서 불평등은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니계수가 한국 사회의 불평등한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거나 아니면 지표가 보여주는 것처럼 사람들이 체감하는 것보다 사회가 실제로는 더 평등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통계청이 지난해 '새 지니계수'(가계금융복지조사 기준)를 산출하고, 올해 중산층 현황을 보여주는 울프슨지수를 개발하겠다고 나선 것은 기존 분배 지표가 양극화 실태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지니계수가 현실과 너무 차이가 나니 써먹을 수도, 공식 통계라 무시할 수도 없는 딜레마가 있다"고 말했다.

지니계수가 이렇게 현실과 잘 맞아떨어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뭘까? 통계청 관계자는 "고소득자의 소득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보완하려 해도 보완이 안 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조건이 비슷하다면 고소득자의 소득이 적게 파악될수록 지니계수가 낮게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소득자는 접근성이 어려워 조사 자체가 쉽지 않은데다, 조사에 응하더라도 소득을 축소 보고하는 경향이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타워팰리스 등 강남의 부자 거주지에 가면 조사원한테 문도 안 열어준다. 그리고 어느 부자가 자기 소득을 있는 그대로 적겠냐?"고 말했다.

실제 <한겨레>가 홍종학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금까지 지니계수를 산출해온 가계동향조사 대상자 상위 5%의 월평균 소득은 815만원에 그친다. 이는 소득세를 납부한 약 1330만명(근로자와 자영업자 포함)의 상위 5%의 월평균 소득 3176만원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통계청이 청와대의 외압에 발표를 못한 '새 지니계수'를 산출한 가계금융복지조사 대상자의 상위 5%의 월평균 소득은 1187만원으로 가계동향조사보다 높게 나타났다. 소득금액의 계층별 분포(그래픽 참조)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지니계수가 새 지니계수보다 낮게 나오는 것도, 이렇게 고소득자들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게 잡히기 때문이다.

소득분포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나마 새 지니계수는 표본수를 크게 늘리는 등 고소득자의 소득 파악을 어느 정도 보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 지니계수 값 0.357(가처분소득 기준)을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는 오이시디 내 영국보다 조금 불평등하지만, 이스라엘보다는 평등한 전체 29위 수준이다.

다른 선진국은 우리나라처럼 고소득자의 소득 파악 문제가 그리 심각하지 않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는 "미국은 고소득자의 소득이 지니계수를 산출하는 가계조사와 국세청 소득세 자료상 거의 일치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가계조사를 하면서 국세청 자료를 활용해 고소득자의 소득 파악률을 높이고 있다.

부자의 소득 축소와 함께 가계동향조사에서 뽑아내는 기존 지니계수의 또다른 한계로는 월간 조사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과 표본은 적은데 무응답률(20%)이 높다는 점, 애초 소득보다 지출을 조사할 목적으로 설계됐다는 점 등도 지적된다. 미국, 독일, 영국, 캐나다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연간 조사를 토대로 지니계수를 산출한다.

지니계수는 한 나라의 불평등 수준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 지표다. 그런데 이 지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복지 및 재분배 정책을 수립할 수 없다. 지니계수의 현실 반영도를 높이려면 다른 선진국처럼 국세청의 소득세 자료 등을 활용하고,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새롭게 산출한 지니계수로 보완하거나 대체를 검토해야 한다.

류이근 노현웅 기자 ryuyigeun@hani.co.kr

박대통령 언급 '9988'도 틀린 수치잘못된 통계가 잘못된 정책 초래고용·산재보험 등으로 보면대기업이 고용 30% 안팎 차지비정규직·실업률도 신뢰 어려워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지 엿새 만인 지난해 12월26일. 그는 이날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해 "다음 정부가 해야 될 가장 큰 책무는 경제를 살리는 일이고 그 중심에 '9988'인 중소기업을 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 뒤 중소기업청 업무보고를 받으면서도 그는 '9988'이란 숫자를 언급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선 후보도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 표현을 즐겨 썼다.

원래 '9988'이란 중소기업이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를, 전체 고용의 88%를 차지한다는 뜻이다. 나머지 12%는 대기업의 고용 비중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9988'이란 수치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이는 통계청의 '전국사업체조사'란 통계를 바탕으로 한 수치다. 이 조사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수는 약 255만명으로 전체 종사자의 14%가량이다. 통상 300인 이상 사업체는 대기업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통계청 관계자는 "전국사업체조사로는 대-중소기업의 고용 비중을 정확히 알 수 없다. 실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5% 안팎에 이른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지난해부터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국민연금 등의 행정자료를 활용해 내고 있는 '임금근로일자리 행정통계'를 보면 300인 이상 기업체(정부 쪽 제외)의 고용 비중은 약 459만명으로 전체의 31.4%에 이른다. 이 조사는 아직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한겨레>가 한 국책연구기관에서 얻은 자료를 보면, 고용보험 행정자료(본사관리번호 기준)만을 활용하더라도 300인 이상 기업 규모의 임금근로자수는 381만명으로 전체의 33.4%에 이른다.

정부 공식 통계의 신뢰성이 약하다 보니, 해석을 두고 커다란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많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문재인 후보는 비정규직수를 두고 박 후보는 600만, 문 후보는 800만에 이른다고 언급했다. 박 후보는 정부 통계를, 문 후보는 노동계와 민간 연구소의 추산을 따랐다. 두 후보간 비정규직 정책의 차이는 이렇게 정책 생산의 전제인 통계의 차이에서도 비롯됐다. 비정규직 통계는 노동부가 2005년 비정규직수가 9만명 늘었는데도 37만명 감소했다고 잘못 발표해, 당시 김대환 노동부 장관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등 큰 홍역을 치르면서 신뢰를 크게 잃었다.

실업률도 신뢰가 낮은 통계로 꼽힌다. 몇년째 3% 안팎을 오르내리는 실업률은 거의 '완전고용'에 가까운 수준이다. 즉, 일을 하고 싶은데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이 지표에 의지해서는 실업 대책을 마련할 필요성도 아주 낮다. 하지만 실업률 통계가 고용시장의 문제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류이근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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