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와대, 박근혜 후보에 불리한 통계 대선 직전 발표 미뤄

2013. 6. 1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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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통계청관계자 "MB때 외압 심해"

분배지표 '새 지니계수' 미공표

OECD국 순위 하위권 추락 숨겨

이명박 정부 시절, 입맛에 맞지 않는 통계 수치들이 청와대 외압에 의해 공개되지 않거나 뒤늦게 공표된 정황이 드러났다. 국가 통계는 정책의 근간으로, 엄격한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통계 조작'으로 받아들여진다.

복수의 통계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통계청은 가계금융복지조사(표본수 2만가구) 결과를 통해 고소득층 가구의 소득치를 보정한 '새 지니계수'를 만들고도 청와대 외압에 의해 공개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 정부 때 청와대 외압이 유독 많아 통계 공표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지니계수는 대표적인 케이스였다"며 "지난해 있었던 대통령 선거 또는 여당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작성하고도 공표하지 못한 통계들이 많았다"고 증언했다. 통계법은 통계의 신뢰성 보호를 위해 엄격한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하고 있으며, 작성된 통계는 지체 없이 결과를 공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겨레>가 입수한 통계청의 새 지니계수는 0.357(가처분소득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계청이 가계동향조사(표본수 8700여가구) 결과를 통해 산출해 공식 발표한 지니계수 0.307과는 크게 차이나는 수치였다. 지니계수는 소득분배 정도를 알려주는 지표로 0에 가까울수록 균등한 사회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통계청의 새 지니계수인 0.357로 비교할 경우, 가처분소득 기준 한국의 소득분배 정도는 애초 18위에서 11단계 하락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나라 가운데 29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내내 "소득 분배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점차 호전되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가운데 중위권에 해당한다"고 밝혀왔다.

통계청은 이에 대해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등 양극단층의 소득자료에 대한 충분한 검증을 한 뒤 공표할 예정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통계청의 '2012년 연간보도계획' 자료를 보면, 분배 수치가 포함된 가계금융복지조사의 금융 부분은 연초부터 2012년 11월9일 공표되는 것으로 확정돼 있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새 지니계수를 공표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의견을 통계청에 전달했으며, 그 결과 새 지니계수 등은 공개되지 않고 일반 조사 결과만 대선 직후에 발표됐다"고 증언했다. 당시 정치권에선 대선을 코앞에 두고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 기간 양극화 심화의 책임을 떠넘기는 공방을 주고받을 때였다. 결국 '새 지니계수'가 빠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는 제18대 대통령 선거(12월19일) 직후인 12월21일 공표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그 배후에는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있었다. 기획재정부 출신 간부들이 통계청 요직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아서 기획재정부가 점령하고 있는 청와대 경제수석실 의중이 통계청에 전달되는 루트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권력에 의한 통계 공표 누락 사례는 지니계수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새로운 분배지표 개선 등 통계청 역점 사업이 있었는데 이들 통계도 공표되지 않았으며, 그 배후에는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있었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양파 생산량을 뒤늦게 공표한 원인도 청와대 외압 때문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봄에 수확되는 보리·마늘·양파의 생산량은 1979년 이후 해마다 6~7월께 함께 발표돼 왔으나, 지난해 8월22일 유독 양파 생산량만 보리·마늘 생산량과 따로 공표됐다. 그러나 통계청의 '2012년 연간보도계획'을 보면, 양파 생산량은 보리·마늘과 함께 7월26일 발표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해 양파값 급등으로 언론이 정부의 물가 정책을 비판했는데 2012년 양파 생산량이 또다시 20% 정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자, 청와대에서 숫자를 밝히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양파 파동'이 있던 즈음이었기 때문에, 급감한 양파 생산량을 공표하기 부담스러워했다는 뜻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한 박사는 "농촌 관련 통계는 조사가 잘못돼 현실을 반영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예 공개를 마음대로 늦추는 경우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11월8일 발표 예정이었던 사회조사 결과가 대선 직후에 발표된 원인 역시 청와대 외압 때문이었다는 게 통계청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익명을 요청한 전직 통계청장은 "통계의 생산, 분석, 공표는 모두 정치적으로 독립돼 있어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다. 공표 시점을 임의로 변경하는 것조차 통계 조작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김대기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 겸 경제수석비서관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으나, 김 전 실장은 응답하지 않았다.

노현웅 류이근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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