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의 횡포' 잊혀지나.. 남양유업 불매운동 시들
'갑의 횡포' 남양유업 사태가 불거진 지 한 달이 지나면서 불매운동 움직임이 시들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우유가 잘못된 건 아니지 않느냐"며 남양유업 제품을 찾고 있다. 취재팀이 확인한 서울시내 편의점과 마트 60여곳 중 불매운동을 지속하고 있는 건 단 두 곳뿐이었다.
지난 2일 서울의 각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남양유업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롯데마트 강남점을 찾은 40대 부부는 남양유업 500㎖ 우유를 카트에 담으며 "남양 사태를 알고 있지만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마트 역삼점에서 만난 30대 여성도 "기업에 상관없이 싼 제품을 고를 뿐"이라고 했다. 이날 남양유업의 '맛있는우유GT'는 100㎖당 214원꼴로 경쟁업체 제품(235원)보다 저렴했다.
한 대형마트 측은 지난달 남양유업 제품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7% 줄었다고 밝혔다. 이 마트의 판매원 오모(40)씨는 "사태 초반에 여론이 들끓으면서 일시적으로 매출이 하락한 것일 뿐"이라며 "지금은 평소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고 말했다.
편의점 분위기도 비슷하다. 서울 행당동 편의점주 이모(35·여)씨는 "할인행사를 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금방 팔린다"고 했다. 행당동 인근 편의점 2곳에 문의한 결과 "남양유업 '맛있는우유GT'는 다 팔리고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불매운동을 벌이는 편의점만 머쓱한 상황이 됐다. 서울 광장동의 한 편의점주는 "사태가 불거졌을 때 손님들이 '아직도 남양유업 제품을 파느냐'고 따져서 제품을 뺐는데, 최근엔 오히려 '왜 남양유업 요구르트가 없느냐'고 타박하는 손님이 있어 황당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곽규택)는 남양유업피해자대리점협의회가 고발한 남양유업 회사 관계자들을 조사 중이다. 지난달 남양유업 제주·창원 지점과 나주공장 압수수색도 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남양유업 본사가 대리점주들에게 어용 협회인 '상생협의회'에 가입토록 지시한 정황이 담긴 문건도 확보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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