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동성애 인구 4억 명, 3조 달러 '핑크 머니'를 잡아라

2013. 5. 3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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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5월 18일(현지 시간) 세계에서 14번째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다. 사흘 뒤 영국 하원도 찬성 366대 반대 161로 동성 간 결혼을 인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동성 결혼 합법화가 미국과 유럽 대륙에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레즈비언과 게이(동성애자), 바이섹슈얼(양성애자), 트랜스 섹슈얼(성전환자)의 앞 글자를 딴 'LGBT' 시장이 세계 자산 운용 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세계 LGBT 인구는 4억 명, 이들의 연간 구매력은 3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동성애자의 구매력을 뜻하는 '핑크 머니'가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 LGBT 시장, 전망 가장 밝아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내년 미국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자 수는 7700만 명, 이 중 65세 이상 레즈비언과 게이는 최대 400만 명에 이른다. 65세 이상 동성애자의 수는 2030년까지 2배로 늘 것으로 보인다. 65세 이상 LGBT 인구가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주거 커뮤니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내 은퇴자 커뮤니티는 대부분 동성애 커플의 회원 가입을 제한해 왔다. 보험사 메트라이프가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65세 이상 LGBT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은 병에 걸렸을 때 돌봐줄 사람이 확실하지 않다고 답했다.

갈 곳 없었던 이들을 위한 LGBT 전용 커뮤니티 시설은 최근 동성 결혼 합법화 물결을 타고 증축·신축에 나섰다. 가장 럭셔리한 동성애 커뮤니티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파운틴그로브 로지다. 연회비는 1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까지 주거 형태에 따라 다르다.

2004년 로스앤젤레스에 설립된 BFRC 동성애 커뮤니티는 올해 1750만 달러를 들여 40개 동을 증축한다. 지난 10년간 입주를 원하던 동성애 커플들은 2014년 완공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선착순으로 입주 신청서를 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이 커뮤니티는 요가와 한의학이 결합된 건강관리 서비스, 문화 공연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이 프로젝트의 매니지먼트사 트라이앵글스퀘어의 에릭 해리슨 이사는 "성적 소수자의 권리를 찾기 위한 싸움은 긴 시간 계속됐고 지금 기회를 놓치면 또다시 낡은 옷장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프로젝트는 필라델피아·시카고·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LGBT의 노후 보장을 위한 금융 상품도 늘고 있다. 2억 명에 달하는 아시아 LGBT 시장의 전망이 가장 밝다. LGBT 전문 자산 운용사인 LGBT캐피털은 지난 2월 홍콩에 합작법인 LGBT웰스를 설립했다. 2009년부터 LGBT 관련 금융 상품을 다루고 있는 크레디트스위스도 연내 아시아와 남미 시장을 겨냥한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LGBT 전용 금융 상품의 특징은 동성 파트너에게 상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성 결혼을 합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국가에서는 투자자가 갑자기 사망했을 때 파트너가 재산 상속권을 주장할 수 없다. 폴 톰슨 LGBT캐피털 설립자는 "성적 소수자들은 자신의 특별한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차별화된 금융 상품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충분한 노후 자금이 없어 동성애 커뮤니티에 가입하기 힘들었던 동성애자들은 은퇴 후 자유로운 삶을 위해 금융 상품에 대한 관심을 늘려가고 있다.

LGBT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 동성애자들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동성애자들에 대한 혐오나 억압이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극우 역사학자 도미니크 베네가 최근 허용된 동성 결혼에 반대하며 파리 노트르담 성당 대제단 앞에서 권총 자살을 하는가 하면 동성애자 권익 운동가를 향한 테러 위협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 동성애자 권익 운동의 중심지인 뉴욕시 그리니치빌리지에서는 5월 18일 한 남성 동성애자가 게이 혐오자로 추정되는 남성에게 살해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김보라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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