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7천만 中企와 성장.. '한국판 알리바바'는 왜 없나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The World's greatest bazzar)."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중국의 인터넷 기업 '알리바바닷컴(alibaba.com)'에 달아준 수식어다. 곧 기업 공개에 나설 알리바바닷컴의 예상 시가총액은 550억~1200억달러. 페이스북(10일 현재 633억달러)을 뛰어넘을 기세다. 대중에겐 생소한 기업이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세계 최대 인터넷 전자상거래 업체이기 때문이다. 알리바바닷컴 계열 서비스의 거래액(연간 1700억달러)은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대명사인 미국의 이베이(eBay)나 아마존닷컴(Amazon.com)을 합친 것보다도 크다.
1998년 12월 중국 항저우(杭州)의 한 아파트 골방에서 탄생한 알리바바닷컴이가 10여년 만에 세계 최대 인터넷 상거래 업체가 된 비결은 7000만개에 이르는 중소기업(회원 수 기준)들을 촘촘하게 엮어낸 방대한 '기업 간(B2B) 전자상거래 네트워크'다. 자칭 인터넷 강국인 한국엔 왜 이런 기업이 등장하지 못한 걸까. 알리바바닷컴의 성공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상생 해법을 고민하는 한국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중국 중소기업의 판로 개척 허브 역할
알리바바닷컴의 성공은 중소기업을 떼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알리바바닷컴이 급성장한 것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한 2000년대 초중반. 개혁·개방 이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중국의 중소·벤처 기업들이 판로와 소재 공급처를 찾아 허우적댈 때, 알리바바닷컴은 인터넷의 힘으로 이들을 국내외 바이어와 기업에 연결해주는 '허브(hub)' 역할을 했다.
알리바바닷컴은 전자상거래를 못 미더워하는 중국인과 중국 기업들을 위해 알리페이(Alipay)라는 지불결제 서비스를 제공했고, 기본 서비스를 모두 무료로 제공해 중국 중소기업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세계 무대로 승천하는 중국 중소기업들의 마케팅·조달 인프라 역할을 하면서 스스로도 큰 성공을 일궈낸 셈이다.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알리바바닷컴은 세계 최초로 1조달러의 거래액을 돌파하는 전자상거래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중소기업 키우려면 '한국판 알리바바' 있어야
우리나라도 연간 전자상거래 규모가 1400조원(2012년)이 넘는 전자상거래 강국이지만, 알리바바닷컴처럼 중소기업들을 위한 강력한 B2B 전자상거래 기업이 나타나지 못했다. 이유가 뭘까. 한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초중반 한국에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B2B 전자상거래 벤처 붐이 일었지만, 대기업들이 인터넷을 통한 MRO(소모성 자재 공급) 사업에 대거 나서면서 성장의 싹이 꺾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MRO란 대기업이 사무실 비품 등을 대량으로 구매해 공급받는 일종의 대리구매 사업이다. LG그룹의 서브원이나 과거 삼성그룹 계열이었던 아이마켓코리아가 대표적. 가뜩이나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대기업 의존적으로 커온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B2B 전자상거래 시장마저 장악해갔다는 얘기다. 국내 중소기업 입장에선 판로 개척이나 소재·중간재 조달에 있어 알리바바닷컴 같은 전자상거래 인프라를 등에 업은 중국 기업과 비교하면 불리할 수밖에 없다.
조부연 제주대 교수(한국인터넷전자상거래학회 사무국장)는 "국내 대기업의 협력업체로 성장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 중소기업이 '한국판 알리바바닷컴' 같은 국내외 시장을 아우르는 강력한 B2B 전자상거래 인프라의 뒷받침을 받으면 세계적 기업들이 앞다퉈 찾는 강소 기업이 더 많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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