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시스템 개조하자] 대기업 수요독점에 중기 "하자는 대로.."

김능현기자 2013. 4. 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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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두계약 왜 안 사라지나

원사업자와 하청업체 간 구두발주(계약)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과 공정거래당국은 근본 원인을 '수요독점(monopsony)'에서 찾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조업 하청업체 5만7,0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하도급 실태조사'를 보면 상시 종업원 50인 이하인 소규모 하청업체의 비중이 67%에 달했다. 하청업체의 83%가 단 1곳의 원사업자로부터 일감을 받아 근근이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청업체 10곳 중 8곳 이상은 원사업자 1곳이 거래를 끊어버리면 바로 공장문을 닫아야 한다는 얘기다.

매출액의 절반 이상(60%)을 1개 원사업자에 의존하는 하청업체 비율도 95.2%에 달했다. 하청업체의 65%가 경쟁입찰 방식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을 통해 일감을 받고 있었다. 이는 우리 중소기업의 대기업 의존도가 심각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도급 거래에서 수요를 독차지하는 몇몇 대기업(원사업자)과 다수 공급자(하청업체) 간 힘의 불균형이 도를 넘은 것이다.

구두계약은 곧 불공정거래 행위로 이어진다. 서면계약서가 없을 경우 원사업자는 언제든 납품단가 인하 등의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고 하청업체는 이에 따를 수밖에 없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중심의 성장정책을 추구하다 보니 대기업은 살을 찌웠지만 중소기업은 갈수록 영세해져 힘의 불균형이 생겼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구두계약에 대한 조사와 처벌을 강화하면서 최근에는 이면계약(이중계약서) 작성을 강요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구두계약이나 이중계약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처벌강화가 급선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서면미발급에 대해 하도급대금의 2배 이내에서 과징금과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하도급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대상에 서면미발급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정과제에는 부당 단가인하, 부당 발주취소, 부당 반품 등 불공정거래 행위가 현실화된 경우에만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것으로 돼 있다. 권장사항에 불과한 표준하도급계약서 작성ㆍ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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