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카드 도입 동대문 경륜장…수천만원 베팅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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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서 '오대'가 사라졌습니다."

화상을 보며 베팅하는 서울 동대문 경륜 장외매장에서 지난해 전자카드가 전면 도입된 이후 이용객들이 하는 말이다. '오대'란 경기에 베팅을 크게 하는 사람을 일컫는 은어다. 보통 '오대'는 사람들을 동원해 한 경기에 수천만원씩 베팅한다. 카지노를 제외한 경마나 경륜 등의 사행성 게임은 한 사람이 회당 10만원까지 베팅할 수 있도록 한도액이 정해져 있다. 하지만 현금을 이용하면 창구를 돌아다니며 여러 차례 구입해도 이를 걸러낼 방법이 없다.

과거 사행성 게임에 빠져 수억원을 탕진한 40대 도박중독 경험자는 "최근까지 장외매장에서 한 명이 한 경기에 수천만원을 베팅하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매장은 매출을 올리려고 이를 사실상 묵인해왔다"며 "여러 명이 돌아가며 경주권을 구입하니 단속에 걸리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동대문 경륜장에 지난해 8월부터 경기당 베팅금액을 확인할 수 있는 전자카드가 도입되자 '오대'들이 매장에서 사라졌다. 전자카드가 도입되기 전에는 고액 베팅을 하는 사람이 많아 한 경기가 끝날 때마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여기저기서 욕설이 난무하고, 경주권을 찢어 던지는 등 아수라장이었다. 전자카드 도입 이후에는 고액 베팅을 할 수 없게 돼 부담이 줄어들면서 과거와 같은 험악한 모습은 거의 사라졌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한 현장조사원은 "동대문 장외매장에 전자카드가 도입된 후에는 쓰레기가 대폭 감소했고 고함이나 욕설을 하는 사람도 줄어들었다"며 "대신 말 그대로 '레저'를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곳에서 지하철로 불과 30분 거리인 서울 장안 경륜 장외매장이나 인근의 경마장으로 사람들이 옮겨갔다. 현금으로 고액 베팅을 하기 위해서다. 전자카드가 도입됐지만 일정액 이하는 현금으로 베팅할 수 있는 전자카드·현금 병행 매장은 과거와 큰 차이가 없다.

경기 의정부 경정경륜 장외매장은 지난달 중순부터 전자카드가 일부 도입됐지만 한 경기당 이용자는 서너 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자카드를 기기에 읽히고 버튼을 눌러야 하는 등 절차가 익숙지 않은 데다 고액 베팅을 할 수 없어 이용객 대부분은 현금으로 베팅을 하고 있다.

강신성 전국도박중독피해회복자모임 사무국장은 "정부는 전자카드 도입을 확대해 도박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며 "도박중독자가 늘어나는 것은 국가적인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이귀전·정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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