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볼거리 없는 한국..떨이여행상품 나와도 안가요"

입력 2013. 2. 12. 17:03 수정 2013. 2. 1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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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도쿄특파원이 전하는 현지 분위기3박 호텔비 7만5천원 출혈경쟁에도 외교갈등·한파 겹쳐 한국行 '반토막'"한류거품에 취해 편히 장사" 쓴소리

◆ Welcome To Korea 2부 관광산업 먹구름 / ② 일본인들이 사라졌다 ◆

"한국인이세요?" 일본 도쿄 중심부인 지요다구 간다에 위치한 일본 최대 여행사인 JTB의 한 지점. 점심시간 때문인지 적지 않은 손님이 몰려 번호표를 뽑고 10여 분을 기다려야 상담을 시작할 수 있었다. 카운터에 앉아 "2월 중 3박4일 정도로 서울을 다녀올 계획"이라고 말을 건네니 대뜸 국적부터 물어본다.

'어눌한 일본어 실력이 탄로 난 것이겠지'라고 생각한 순간 상담원 에리코 씨는 "요즘 한국여행 상품은 한국인 말고는 거의 찾지 않는다"고 신기한 듯 쳐다본다.

실제 에리코 씨가 내놓은 상품을 보니 최근 일본인들의 한국 관광 현주소가 그대로 드러났다.

2월 중순 3박4일로 서울을 방문하는 상품을 보니 서울 중심가의 중급호텔에 머무는 숙박비와 왕복항공료는 물론 공항세, 유류할증료 등을 모두 합쳐 3만7460엔이다. 환율을 적용하면 40만원 조금 넘는다. 상품 구조를 자세히 보니 항공료가 3만1160엔이고 나머지 6300엔이 호텔비다. 3박을 제공하는데 호텔이 받는 돈이 고작 7만5000원이라는 얘기다.

최근 일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서울에 있는 호텔들이 터무니없는 덤핑 가격으로 방을 내놓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같은 시기에 항공권만 구입하면 4만4460엔으로 3박4일 패키지 상품보다 되레 7000엔이 더 비싸다. 호텔과 여행사가 울며 겨자 먹기로 헐값에라도 손님을 받고 있는 셈이다.

1월 초에는 특별 캠페인성으로 2900엔짜리 상품도 나왔다고 한다. 에리코 씨는 "그때는 워낙 싸다 보니 다 팔렸다. 지금 가격도 지난해 이맘때보다 30% 이상 싸지만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털어놨다.

"이 많은 여행객은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거냐"고 물으니 "주변 신경 쓸 필요 없고 따뜻한 하와이나 괌, 싱가포르 등이 요즘 인기가 높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상담을 끝내고 나오며 입구에 설치된 관광안내 팸플릿 전시대를 보니 한국 안내서는 뒷전으로 밀려 있었다. 봄 여행상품을 알리는 전시대였지만 이 점포가 자체적으로 매긴 랭킹에서 대한민국 서울은 싱가포르, 대만 등에 밀린 4위였다.

가족여행 코너에는 괌과 하와이를 선전하는 팸플릿이 가득 꽂혀 있지만 한국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한때 일본인들에게 최고의 관광지였던 한국이 외면당하고 있다. 독도 분쟁에서 시작된 양국 간 갈등과 엔저, 강추위 등 각종 악재가 겹친 결과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일본 관광객의 방한이 급감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과 발언 이후 촉발된 한ㆍ일 대립이 본격화한 시기와 일치한다.

지난해 봄만 해도 매달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신장률을 보이더니 9월 들어 3.8% 감소했고, 10월부터는 매달 20% 이상씩 급감하는 추세다.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일본여행자협회(JATA)에 따르면 한국행 일본인 단체여행객 예약률이 1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55.1%, 2월 43.9%, 3월 48.5%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미국ㆍ캐나다행 예약은 각각 154.2%, 160.8%, 156.7%로 늘었다.

그나마 일본계 대형 여행사들은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가동하고 있어 사정이 다소 낫다. 한국 여행사의 지점 형태로 운영되는 이른바 '랜드' 업계는 문을 닫고 철수하는 회사들이 부쩍 늘고 있다.

신오쿠보에 위치한 S관광 도쿄지사. 같은 조건의 2월 한국 관광 상품을 문의했더니 2만8060엔짜리를 내놓는다. "일본 여행사는 이보다 1만엔 정도 비싸던데 어떻게 한국 여행사는 이렇게 싼 상품을 만들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당장 현금이 필요해서"라고 답한다.

상담사 H씨는 "연초에는 일주일짜리 상품을 7000엔에 판 적도 있었다"며 "그나마 버티고 있는 우리는 사정이 좀 나은 편"이라고 하소연한다. 실제 그동안 한국계 랜드 관광사는 일본 전국에 걸쳐 50여 개에 달했지만 최근 40개 정도로 급감했다는 것이 관광업계 추산이다.

K사 일본법인장은 "한국으로 향하는 일본 관광객만 취급할 경우 최근 같은 상황이면 버티기 힘들 정도"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K사 법인장은 "강추위와 엔저도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실질적인 문제는 양국 관계 악화"라며 "한번 돌아선 일본인 마음을 어찌 돌려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한국 여행업계의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B항공사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여행사들은 한류 붐을 등에 업고 편하게 영업해왔다"며 "한국 현지의 바가지요금, 불친절 등도 일본인 관광객들 사이에 유명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까다로운 일본인 취향을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상품 개발과 자정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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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 도쿄 = 임상균 특파원 / 배한철 기자 / 신익수 기자 / 지홍구 기자 / 이유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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