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흔들리는 애플, 그래서 삼성은 행복할까?

김범주 기자 2013. 1. 2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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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발표의 빛과 그림자

어제 한 인터넷 게시판에 들렀는데 '미래를 보고 온 SBS 뉴스'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뭐지 하고 눌러봤더니 위에 캡처화면이 딱 뜨더군요. 제가 애플 실적발표와 관련해서 "아이폰5가 바뀐 것 없이 길이만 길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면서 패러디 화면을 썼던 부분입니다. 아래 댓글을 보니 "재미있네"부터 "삼성 밀어주냐"라는 비판까지 꽤 많은 댓글이 달려 있었습니다. 이 경우처럼 애플에 대해 기사를 쓸 땐 반응이 바로 바로 오기 때문에 항상 조심스러워 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애플 실적발표 기사가 특히 그랬습니다. 애플에 좋지 않은 기사니까요. 애플은 지금도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한 회사 중에 하납니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31.6%, 그러니까 백 만원 짜리 제품을 팔면 무려 31만 6천원이 남는 우량기업입니다. 삼성전자가 15.8% 수준이니까 거의 두 배 수준이죠. 작년 영업이익도 그래서 60조원이나 남겼습니다. 어마어마한 실적이죠.

하지만 문제는 그 놀라웠던 성장세가 꺾였다는 점입니다. 현재 주가에는 지금의 실적 외에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도 함께 녹아 있습니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까지 혁신을 무기로 시장을 만들어 온 '개척자'였고, 그 역량을 인정받아 주가도 7백 달러까지 치솟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실적 발표에선 지난 분기는 그렇다고 쳐도, 다음 분기 실적마저 시장 전망보다도 낮을 것이라고 털어놨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빈 자리가 너무 크다는 사실이 확 드러났고, 그래서 실망감에 주가도 450달러 선 이하로 크게 떨어졌습니다. 저 화면은 그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가장 큰 경쟁자였던 삼성전자는 즐거울까요? 일단은 그래 보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습니다. 휴대전화를 무려 4억대, 스마트폰은 2억대나 만들어 팔았습니다. 모두 애플을 제치고 세계 1위입니다. 이익은 29조원이 났고, 그 중 2조원이 넘는 돈을 성과급으로 직원들에게 나눠줬습니다. 휴대폰 쪽 직원들은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받아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럴 수 있을까, 전망은 엇갈립니다. 이런 분석이 재미있더군요. 작년 삼성전자 수익의 3분의 2는 휴대전화 부분에서 나왔습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이 굉장히 크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미 미국 휴대전화 시장에서 스마트폰 비중이 50%를 넘어섰을 정도로 이 시장도 포화상태가 되고 있습니다. 갤럭시S4, 노트3를 만들어도 지금 수준 정도 파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렇게 팔아도 역시 이번 애플처럼 "정체됐다"는 소리를 듣게 될 겁니다.

그런 지적을 피하려면 단순한 스마트폰을 넘어서는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 때 필요한 것이 '혁신'입니다. 1등 회사라면 당연히 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팟에서 아이폰을 만들고, 다시 아이패드와 애플TV까지 나아갔던 스티브 잡스의 역할, 그 역할을 과연 삼성이 할 수 있느냐, 삼성에겐 어떻게 보면 애플을 넘어서는 순간 발생하는 딜레마입니다. 이 역할을 못한다면 '세계 1등'이란 구호는 허망해지는 것이죠.

애플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전혀요. 갖고 있는 현금만 100조원이 넘습니다. 잡스는 없지만 그 개발진은 여전합니다. 저 위에 사진처럼 아이폰10, 아이폰20가 길이만 길어질 리도 만무합니다. 애플은 새롭게 도전할 것이고, 그래서 삼성이 가야할 길도 아직 멉니다.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혁신해야겠죠. 제가 그 인터넷 글처럼 '미래를 보고 온' 기자는 아니지만, 두 회사는 앞으로도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새로운 시장과 비전을 제시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그래야 우리의 삶도 더 나아질테니 말이죠.

P.S) LG, 팬택도 힘 좀 내서, 다음에 관련 글을 쓸 때 같이 포함시켜서 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번엔 뺄 수 밖에 없었습니다.김범주 기자 news4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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