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연하상사, 연상부하'…해결책 없나

노컷뉴스

[CBS 장규석 기자]

"저희 회사는 80년대 후반에 해마다 직원들을 1백명 넘게 뽑았습니다. 그분들이 지금 임원이 되신 분들도 많이 계시는데, 동기 기수분들 중에는 아직도 팀원인 경우도 있어요. 나가신 분들도 있지만 계속 회사에 남아계신 분들도 많아서 팀원과 팀장의 역전 현상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연배가 높은 동료, 심지어는 부하를 두고 함께 일을 해야하는 이른바 '연하상사, 연상부하' 문제. 40대 초반으로 모 공기업 과장인 김 모 씨는 '연상부하' 현상이 직접 자신의 문제로 다가오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불편하다"고 털어놨다.

최근 직장에서 후배가 상사가 되고, 입사 선배가 부하가 되는, 이른바 '연하상사, 연상부하' 현상이 부쩍 늘고 있다. 아직 연배를 중시하는 문화가 강한 우리 직장에서는 서로 익숙지 않아 조직 활력을 떨어뜨리는 문제로 떠오르고 있기도 하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을까?

경제가 급성장을 거듭하던 80년대 후반, 기업들은 인력이 모자라 해마다 대거 채용을 했다. 많게는 한 회사에 수백명씩 동기가 있던 시절에 채용된 그들이 이제 직장 내에서도 최고참급으로 떠올랐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화이트칼라 중장년층 비중은 지난 2000년 12.2%에 불과했지만, 10년이 지난 2011년에는 21.3%로 2배 가까이 커졌다.

반대로 정보통신이 발달하고, 수평적 조직구조가 확산되면서 거꾸로 이들이 갈 수 있는 관리자 직책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관리자 직책은 2006년 30만개에서 2011년 14만개로 5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

연하 상사, 연상 부하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이유다.

문제는 아직 우리나라의 기업조직에서는 연배를 중시하는 문화가 강하다는 것이다.

◈ 중장년 화이트칼라 급증, 조직문화는 '아직'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설문조사를 보면, 중장년층은 연하상사가 불편하지 않다는 응답이 44%, 연상부하가 불편하지 않다는 응답도 44.7%로 상대적으로 연하상사, 연상부하 현상이 불편하지 않다고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다.

반면 젊은 층은 불편하다는 응답률이 34.6%(연하상사)와 37.1%(연상부하)로 불편하지 않다는 응답보다 많았다.

또 '조직 내에서 세대간 커뮤니케이션이 잘된다'는 항목에서도 중장년층의 36%가 긍정적으로 대답했으나 젊은층은 21.7%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직까지는 연하상사와 연상부하에 익숙하지 않은 사회적 분위기가 기업 조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고, 특히 젊은층이 더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결론이다.

그리고 이런 세대간 의식 격차는 직장 내 의사소통을 저하시키고 업무효율을 떨어뜨리는 문제로 연결된다. 게다가 중장년층 화이트칼라의 경우 고용비용이 훨씬 높아 기업차원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 중장년 친화적인 유연근무제 도입 필요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을까? 일단 서로가 노력하는데서부터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태원유 수석연구원은 "기업에서는 연하상사, 연상부하 현상에 대비해 나이어린 상사에 대한 리더십 교육과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에 맞춰 중장년층에 대해서도 계속 업무기술을 습득하려고 노력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개인적인 노력과 함께 중장년 화이트칼라에게 친화적인 고용환경을 조성하려는 회사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 은퇴를 앞둔 직원들에게는 일주일에 며칠 또는 하루에 몇 시간만 일하는 유연근무제를 적용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일본의 경우 고령 근로자의 과반수는 전일제가 아닌 시간제 근무를 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에서도 퇴직 전 일정 시점부터 주4일 근무제, 일일 6시간 근무제 등 근무형태를 다양화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태원유 연구원은 "유연근무제를 도입할 경우 회사로서는 고용비용을 줄이면서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고, 직원도 직장을 유지하면서도 여유시간을 갖고 새로운 교육을 받는 등 퇴직 후의 삶을 준비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haho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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