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모래 공급`뚝`…건설공사 대란 우려

매일경제

인천광역시 서구 석남동 인천레미콘의 야적장. 660㎡(200여평) 규모의 이곳은 언제나 수북이 쌓여 있는 모래로 장관을 이뤘었다. 실제로 지난해 가을에만 해도 10~20m 높이의 모래가 쌓여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공터나 다름없다. 높이가 10㎝도 채 되지 않는 모래만 눈에 덮인 채 흩어져 있다.

구자영 대표는 17일 "이달 들어서면서 바닷모래 공급이 제로가 됐다. 그동안 쌓아놨던 재고 모래까지 다 써버린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인천레미콘에서 승용차로 40분 거리의 인천 중구 항동에 있는 바닷모래 채취ㆍ공급 업체 A사는 사정이 더 딱하다. 바닷모래를 채취할 수 없어 A사 직원 40여 명은 한 달째 휴무다. 다른 인천 협회 소속 바닷모래 채취 업체 15곳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여기에 주유 업체, 수도 업체, 설비부품 업체, 운반 업체 등 바닷모래 채취와 관련된 업체 100여 곳도 한 달째 돈벌이를 하지 못하고 있다.

서해안에서 캐던 바닷모래 공급량이 올해 들어 뚝 끊겼다. 환경단체들이 바닷모래 채취를 반대하면서 규제가 강해진 탓이다. 이 때문에 3월 본격적인 공사철을 앞두고 '레미콘 파동'과 '건설공사 대란'이 걱정되고 있다.

레미콘 원료로 사용되는 전체 모래 중 80%가량이 바닷모래다. 서해안에선 인천 옹진군, 경기도 안산, 경기도 평택 등의 앞바다와 서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바닷모래가 나온다. 하지만 안산, 평택에선 바닷모래가 공급되지 않은 지 오래됐고 지난해 11월 말 옹진군 바닷모래 채취 허가가 종료된 데 이어 지난해 말엔 서해 EEZ 바닷모래 채취 허가도 끝났다.

결국 올해 들어 서해안 바닷모래 채취량은 사실상 '제로(0)'인 셈이다. 평상시 옹진, 안산에선 하루 평균 각각 3만~4만㎥(루베)씩의 모래가 채취됐다. 작년 10월만 해도 EEZ 지역까지 합쳐 하루 평균 14만㎥씩 채취했다. 현재는 지난 14일부터 채취가 재개된 EEZ 지역에서 나오는 하루 1만2000㎥의 모래가 유일하다. 불과 3개월 새 모래 채취량이 91%나 급감한 셈이다. 하루 레미콘 수요량은 30만㎥다.

본격적인 건설공사가 진행될 3월 이후가 더 큰 문제다. 3월 이전에 바닷모래 품귀 현상이 해소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바닷모래를 채취하기 위해선 해역이용영향평가가 우선돼야 하는데 결과가 나오는 데만 2~3개월이 걸린다. 서해 모래는 전국 모래 공급량의 60~70%에 달한다. 현재 서해에서 나오는 모래는 서울, 인천, 경기뿐만 아니라 충청ㆍ대전, 전라북도와 일부 경남, 부산 지역까지 공급된다.

서해안 모래 공급 부족은 공사비 인상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레미콘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바닷모래가 부족하면 부순 모래를 쓸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부순 모래가 바닷모래에 비해 30%가량 비싸 건설 업체들이 원가 부담을 덜기 위해 자연스럽게 공사비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염려했다.

강준석 인천레미콘 상무는 "현재 수도권 지역에 공급되는 모래 가격이 급등하면서 레미콘 생산에 소요되는 원자재 비용이 15%까지 증가했다"고 말했다. 레미콘 업체들은 1㎥당 최고 2만5000원에 모래를 받고 있다. 기존 공급받던 바닷모래가 1㎥당 1만6000원 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두세 달 새 모래 가격이 56%나 치솟은 셈이다.

레미콘 업계와 바닷모래 채취ㆍ공급 업체들은 허가가 종료된 해안 지역의 바닷모래를 다시 채취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한국레미콘조합 한 관계자는 "해역이용영향평가 등의 시간을 단축해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는 3월 이전에는 서해안에서 정상적으로 바닷모래 채취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반대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인천 지역 녹색연합의 한 관계자는 "바닷모래 채취로 바다 한가운데 모래섬 등이 사라지고 꽃게 등 어종들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해주산 모래 공급도 레미콘 업계 숨통을 터줄 대안으로 떠올랐다. 김재수 반도레미콘 이사는 "해주산 모래는 가격이 2000~3000원가량 싼 만큼 레미콘 업계가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돕고 부족한 바닷모래에 대한 고민도 해소시켜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 = 홍종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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