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도 안권하는 산양분유, 값은 2배… 프리미엄의 허상

조선비즈

일반 제품보다 고급 기능을 갖췄다는 소위 '프리미엄' 제품이 '효과는 별로이고, 가격만 비싸다'는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소비자들이 '고가(高價)' 제품을 사도록 유인해 업체들이 매출 증대에만 적극 나설 뿐이라는 지적도 많다. 특히 분유 등 식품의 경우 특정 성분을 강화해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소비자를 끌어들이지만, 실제 효과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조차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개발을 통해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개발하기보다는 소비자를 현혹해 구매만 늘리려 하고, 이 과정에서 편법 마케팅, 뻥튀기 판촉으로 과도한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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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프리미엄 산양 분유’가 진열돼 있다. 프리미엄 제품은 ‘효과는 별로이고, 가격만 비싸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채승우 기자

◇산양분유, 의사들은 권하지 않아

11개월 된 아기를 둔 신미경(33)씨는 지난 16일 정부에서 실시하는 영유아 건강검진을 위해 소아과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산양분유를 먹이고 있다"고 했더니 담당 의사가 "비타민과 철분이 부족하니 일반 분유를 먹이라"는 의외의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신씨는 "값이 일반 분유의 두 배였지만 '모유와 가장 비슷하다'고 해 먹였는데 업체의 상술에 넘어간 것 같아 기분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산양분유는 일반 젖소 우유를 가지고 만든 분유와 다르다. '산양(山羊)' 원유를 바탕으로 제조한다. 업체들은 이 분유가 호주와 뉴질랜드 등에서 방목한 산양의 원유로 만들고, 단백질이 모유와 비슷해 소화가 잘된다고 홍보하고 있다. 아울러 '아기 건강에 좋다'는 부분도 빼놓지 않고 홍보하고 있다.

국내 산양분유 시장은 일동후디스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일동후디스 프리미엄산양분유는 800g 1단계에 5만4900원으로 일반 트루맘프리미엄 2만6320원의 약 2배다. 남양유업과 파스퇴르, 아이배냇 또한 산양분유를 출시하고 있다. 가격은 5만원 이상으로 2만원대 일반 분유의 2배를 넘는다.

업체들의 적극적인 홍보 때문에 산양분유 소비는 늘고 있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분유 전체 시장 규모는 2010년 3800억원에서 지난해 4000억원으로 5%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산양분유 매출은 500억원에서 700억원으로 40%나 급증했다. 전체 분유에서 산양분유 비율도 6%에서 9%로 늘었다.

문제는 전문가 집단인 의학계의 반응이다. 의사들은 '아직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추천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대한소아과학회는 '영양성분은 문제가 없고 건강에 안 좋다는 임상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사용한 지 얼마 안 된 분유인 만큼 장기 사용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는 입장이다. 서울대어린이병원 문진수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산양분유는 미 식품의약품안전청(FDA), EU(유럽연합)가 사용 승인을 했을 뿐, 추천도 권장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국내 학회도 장기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거꾸로 안전성 논란은 끊이질 않는다. 지난해 8월 서울시는 "일동후디스 산양분유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137이 미량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준치의 370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소비자들은 불안한 나머지 최근 집단소송을 냈다. 법률사무소 세원 김영미 변호사는 "지난 16일 서울동부지법에 6명을 모아 3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장을 냈다"며 "좋은 분유라고 믿어 제품을 구매했는데 기준치 이하라도 세슘이 들어 있다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일동후디스 측은 "미량이라 인체에 해가 없고, 자연과 가까워 안전한 제품이라는 증거"라고 해명했다. 남양유업과 매일유업도 2006년과 2007년 당시 산양분유에서 사카자키균이 검출돼 제품을 모두 철수시켜야 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11월 산양분유를 재출시했다.

◇식품, 생활용품 등 전방위로 확산하는 프리미엄 제품

분유뿐 아니라 식품제조업계 전반에 걸쳐 고가 프리미엄 제품 출시는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17일 한 대형마트에서 대표적인 프리미엄 제품들을 살펴본 결과, 샘표 진간장 금F3는 930mL에 4800원이었다. 그러나 참숯으로 두 번 걸렀다는 양조간장은 6200원으로 29%, '6개월 동안 발효 숙성했다'는 샘표 양조간장 701은 7800원으로 63%나 비쌌다. 이 때문에 프리미엄 간장이라는 명목으로 과도하게 가격을 올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찬들 재래식 된장은 1㎏에 5900원이었지만 우리 콩으로 만든 100% 국산 된장은 9980원으로 69% 높았다.

해표 순창 궁햅쌀고추장도 1㎏에 1만900원이지만 새싹발아현미고추장은 1만2430원으로 14% 비쌌다. 하기스 프리미어 신생아용 기저귀는 70개에 2만700원이었지만 천연식물 성분이 포함된 네이처메이드 신생아용은 64개에 2만3800원이었다. 존슨즈베이비 로션도 일반 레귤러로션은 300mL에 8700원이었지만, 보습 효과를 높였다는 수딩내추럴로션은 400mL에 1만9500원으로 1mL에 68%나 비쌌다.

업체들은 "그만큼 양질의 원료를 추가했기 때문에 비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샘표식품 관계자는 "프리미엄 제품에는 강원도 참나무숯을 넣어 잡냄새를 없앴다"고 말했다. 반면 소비자들은 '필요하지 않은 성분과 기능을 넣어 값만 높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고려대 이장혁 교수(경영학과)는 "프리미엄 제품 가운데 소비자들이 실제 썼을 때 기능 차이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단체 등을 통해 해당 제품의 정확한 정보를 확산시켜 소비자들이 손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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