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몰락 부추긴 '자영업'..57만명은 이자도 못낸다

2013. 1. 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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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자 너도나도 식당 열어 10곳중 8곳은 3년내 망해창업전 소득 年3354만원 창업후 2810만원 되레 줄어

◆ 중산층이 희망이다 / ③ 자영업 '쏠림 현상' 심각 ◆

연봉 1억원을 받는 중견기업 부장이던 성진명 씨(가명ㆍ56)는 8년 전 명예퇴직했다. 50대를 앞두고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였다. 퇴직금과 대출을 받아 자본금 2억8000만원으로 서울 강북에 동네 치킨점을 개업했다. '먹는 장사는 결코 망하지 않는다'는 격언을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현실의 높은 벽에 부딪혔다. 치킨가게가 3년 전부터 우후죽순처럼 넘쳐나면서 지난해 가게 문을 닫아야 했다. 지금 남은 자산은 4억원짜리 아파트뿐이다. 성씨는 "개업 당시만 해도 하루 매출 20만원에 연간 7000만원은 벌었지만 3년 전부터 하루에 10만원 벌기도 빠듯했다"고 회고했다. 중산층들에 '퇴직 후 뭐할 생각이냐'고 물으면 흔한 답이 '치킨집'이다. 그러나 최근 5년 동안 치킨집 실태를 살펴보면 치킨집은 '중산층들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얘기다.

매일경제 중산층기획팀이 3일 가맹점 매출액 기준 업계 1위인 신한카드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치킨집 가맹점 수는 최근 5년간(2008~2012년 11월까지) 연평균 17% 증가했다.

그러나 이 가맹점들의 매출액은 연평균 8% 성장에 그쳤다. 또 5년간 치킨집 숫자는 두 배로 늘었지만 전체 매출액은 30% 증가하는 데 불과했다.

전국 치킨집을 하나의 기업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기업은 매년 매출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두 배나 빠른 속도로 투자했다는 얘기다. 원재웅 동양증권 연구원은 "치킨집이 하나의 기업이었다면 자산이 급감하거나 심할 경우 파산에 이르렀을 것"이라며 "치킨집을 개업한 중산층 전체는 심각한 자산감소를 겪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2012년 들어 자영업자 수는 최근 3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김일광 KB경영연구소 팀장은 "베이비붐 세대 퇴직으로 중년ㆍ고령층 자영업자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보다 자영업자의 비중이 큰 나라다. 한국 자영업자 비중(2010년 28.8%)은 OECD 평균 15.9%보다 월등히 높다. 우리나라보다 비중이 높은 나라는 터키, 그리스, 멕시코 등 3개국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중산층이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인 자영업이 업종별 '쏠림현상'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쏠림→거품→거품 붕괴→중산층 자산 붕괴'로 이어지는 시나리오 때문에 중산층 빈곤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02년 이후 10년간 자영업자 창업에서 가장 비중이 높았던 것은 치킨집을 포함한 음식점(전체의 29.3%)이다. 이 기간 중 음식점이 110만개나 생겼다. 이어 주점과 유흥업소도 45만개나 생겨 12%를 차지했다. 옷가게나 잡화점 39만개도 문을 열었다.

이 때문에 몰리는 업종은 문을 닫을 가능성도 커졌다.

KB경영연구소가 내부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음식점이 3년 내에 폐업할 확률은 81.7%에 달했다. 10곳이 문을 열면 8곳은 문을 닫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는 얘기다. 주점과 유흥업소의 폐업 확률은 88.7%로 더 높았다.

중산층은 은퇴 후 소득을 위해 자영업을 선택하지만 소득은 오히려 줄었다. 창업 후 소득은 창업 전보다 평균 16.2% 떨어졌다. 특히 은퇴 후 자영업을 시작한 이들의 소득감소는 평균보다 빨랐다. KB경영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50대 개인사업자의 경우 창업 후 소득은 25.1% 감소했다.

[기획취재팀 = 김명수 차장(팀장) / 신현규 기자 / 이상덕 기자 기자 / 전범주 기자 / 우제윤 기자 / 정석우 기자 / 김유태 기자 / 백상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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