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들만 빠지는 착각 "인센티브 효과 있겠지?"

입력 2012. 12. 28. 14:11 수정 2012. 12. 2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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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동기부여 전문가 대니얼 핑크
직원들 순위 매겨 보너스 몰아주는 방식은 끔찍한 생각

댄 애리얼리 듀크대 교수팀은 인도 마두라이에서 87명의 참여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었다. 목표를 달성하면 한 그룹에는 인도인의 하루치 급여에 해당하는 4루피를 지급했다. 다른 한 그룹에는 2주치 급여인 40루피, 마지막 그룹에는 5개월치 급여인 400루피의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결과는 기업인들의 상식과는 정반대였다. 400루피의 인센티브를 약속받은 그룹의 성과가 최악이었다. 좋은 성과를 올린 참여자의 비중이 가장 낮았다. 애리얼리 교수팀은 연구비를 지원한 보스턴 연방은행에 "더 높은 인센티브가 더 낮은 성과로 연결됐다"고 보고했다.

미국 뉴욕시도 2007년 공립학교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7500만달러를 들여 대규모 실험을 시작했다. 공립학교 2000곳의 교사 2만명이 대상이었다. 학생 출석률과 졸업률 목표를 달성하면 교사 1인당 3000달러의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목표를 75%만 달성해도 1500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최고경영자 출신인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교사들이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학생들을 열심히 지도할 것"이라며 "대상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2010년 말 뉴욕시는 슬그머니 인센티브 제도를 폐지했다. 4년간 운영해보니 역효과만 났기 때문이다. 실험을 설계했던 롤랜드 프라이어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학생들의 성취도가 떨어졌다는 게 유일한 효과였다"고 토로했다. 시카고에서 실시된 실험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이 같은 실험 결과는 상당수 경영자들에게는 충격이었다. 이들은 인센티브로 직원들에게 보상하는 것을 당연시했기 때문이다. 목표를 달성하면 보너스를 준다는 인센티브가 제도의 효과가 없다면, 직원에 대한 지금까지의 보상 제도는 틀렸다는 말이 된다.

이에 대해 "그래. 당신들이 틀렸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석학이 있다. 경영전문사이트 '싱커스 50(Thinkers 50)'가 세계 50대 경영 구루(guruㆍ스승) 중 한 명으로 꼽은 대니얼 핑크다.

세계 최고의 동기 부여 전문가로 꼽히는 핑크는 최근 매일경제 MBA팀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수십 년간 심리학 실험을 통해 복잡하고 창조적인 업무에는 인센티브가 효과가 없거나 역효과를 낸다는 게 입증됐다"며 "유독 경영자들만이 인센티브의 효과를 믿고 있다"고 개탄했다. 핑크는 "인센티브는 직원들을 일이 아니라 돈에 집중하게 만든다"며 "창의성이 더욱 요구되는 21세기의 업무에는 인센티브 제도는 해롭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핑크와의 일문일답이다.

-인센티브가 창의성을 억제하는가.

▶그렇다. 많은 기업들이 '만약 당신이 이것을 한다면 나는 보상으로서 그것을 주겠다'와 같은 '만약-그러면(if-then)'방식의 보상 체계를 운영한다. 지난 50년 동안 사회과학은 그 같은 조건부 보상 체계가 복잡하고 창의적이고 장기적인 업무에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했다. 조립라인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나사를 조이는 것과 같은 단순하고 단기적인 업무에만 적합할 뿐이다. 따라서 오늘날 화이트칼라의 업무에는 (인센티브 제도가) 적합하지 않다고 봐야 한다(실제로 애리얼리 교수는 MIT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인센티브가 단순 작업의 성과를 높인다는 것을 보인 바 있다. 그는 이 실험과 인도에서의 실험을 비교해 "큰 액수의 보너스 지급은 단순 작업에는 효과가 있지만, 머리를 쓰는 업무에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왜 많은 기업들이 인센티브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가.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인센티브가 단순한 업무에는 통하기 때문이다. 그 같은 점을 들어 많은 기업들은 인센티브가 모든 업무에 통할 것으로 오해한다. 둘째는 관성 때문이다. 회사들은 항상 관성에 빠진다. 누군가가 만약 수요일에 어떤 방식으로 무엇인가를 한다면 그들은 목요일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그것을 할 것이다. 셋째는 인센티브 제도는 시행하기 매우 쉽다는 점이다. 사람들 앞에서 당근을 흔들거나 보상으로 협박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단기적으로 그 같은 당근이나 협박에 반응한다.

반면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진짜 방식은 실행에 옮기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직원들의 자율을 촉진하거나 정기적으로 의미 있는 피드백을 제시하기란 매우 어렵다. 직장에서 목적 의식을 고양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옛 접근법(인센티브 제도)은 쉽지만 우리의 선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율성 제고, 목적 의식 고양 등이 우리의 유일한 선택이어야 한다.

- 인센티브는 직원들에게 동기부여 효과가 없다고 당신은 말한다. 그렇다면 돈으로는 동기부여가 안 된다는 뜻인가.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인센티브를 비롯해 '만약-그러면' 방식의 조건부 보상체계의 문제는 돈이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통제'에 있다. 내가 그 같은 보상을 당신에게 제공하겠다는 뜻은 내가 당신의 행동을 통제하겠다는 뜻이다. 돈은 단순히 통제력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핑크에 따르면 통제는 직원들을 순응하고 복종하게 만들지만 업무에 몰입하도록 이끌지는 못한다).

물론 돈은 매우 중요하다. 직원들에게 충분히 급여를 제공하지 않으면 동기부여가 안 된다. 직원들은 부당하게 대우를 받는다고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 얼마의 돈을 지급하는 게 옳은가. 황금률이라고 부를 만한 공식이 있나.

▶완벽한 공식은 없다. 돈을 더 많이 주겠다는 조건을 달면 직원들이 일을 더 잘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단순하고 단기적인 업무에는 이 같은 믿음이 옳다. 그러나 복잡하고 창조적인 업무는 얘기가 다르다.

그런 종류의 업무에는 일 자체에 집중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직원들에게 시장 평균 이상의 충분한 급여를 제공해야 한다. 돈이 이슈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만 직원들이 돈이 아니라 일에 집중하게 된다(구체적으로 핑크는 자신의 책 '드라이브'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임금 수준보다 좀 더 높은 급여를 주라고 조언한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애컬로프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상당수 기업들은 임금을 시장평균보다 높게 준다고 한다. 이를 통해 뛰어난 인재를 유치하고, 이직률을 낮추고, 더 높은 생산성을 얻고 있다는 게 핑크의 주장이다).

-GE는 냉혹한 성과 보상 체계로 유명하다. 상위 20%가 보너스의 80%를 가져간다.

▶틀린 방식이다. 강제로 직원들의 순위를 매겨 할당하는 방식은 일반적으로 끔찍한 아이디어다. 대부분의 직원들로부터 일하려는 동기를 빼앗는 것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많은 회사들이 그 같은 접근 방식을 이미 포기하기 시작했다.

-당신은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자율을 제시한다. IT 기업 구글은 업무시간 중 20%는 자신이 원하는 일에 쓸 수 있도록 한다는 '20% 타임'이라는 제도가 있다. 이는 직원들의 자율성을 높여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는가.

▶그렇다. 좋은 예다. 구글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인튜이트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다. 기술자들은 업무시간 중 15%는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에 쓸 수가 있다.

다른 회사들도 직원들이 개인 프로젝트에 2주에서 한 달의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는 자기 주도에 달려 있다는 게 핵심이다. 따라서 당신이 정말로 직원들에게서 순응이 아니라 업무에 대한 몰입을 이끌어내고 싶다면 직원의 자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언제, 누구와,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를 직원들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 당신은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3원칙으로 자율 외에 숙달과 목적을 강조한다. 숙달을 동기부여의 방식으로 활용한 기업의 예를 들어달라(핑크에 따르면 숙달은 중요한 무엇인가를 더욱 더 잘하고 싶은 욕구를 뜻한다).

▶오스트리아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아틀라시안이 그런 예다. 이 회사는 성과 평가 방식을 새로운 시스템으로 바꾸었다. 새 시스템은 직원들에게 더 좋고, 더 빠른 피드백을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숙달을 돕고 있다.

-당신이 말하는 '목적'은 사회적으로 가치 있고 중요한 일을 하고 싶다는 직원의 소망을 뜻하는 것 같다. 이를 동기부여의 방식으로 활용한 사례를 들어달라.

▶많은 회사들이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블레이크 마이코스키가 창업한 신발 회사인 톰스 슈즈(TOM's Shoes)가 그런 경우다.

이 회사는 선진국에서 신발 한 켤레를 팔 때마다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에게 신발 한 켤레를 기부한다.

돈을 벌겠다는 '이윤 동기'와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목적 동기'가 결합한 사례다(마이코스키를 비롯한 톰스 슈즈의 직원들은 맨발로 수십 ㎞를 걸어다니는 개발도상국의 어린이들을 돕겠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 같은 목적의식 덕분에 직원들이 더욱 열심히 일을 하게 된다는 게 핑크의 주장이다).

구글도 목적을 동기부여에 활용하는 기업이다. 구글은 '세상의 정보를 조직화해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적의식을 직원들에게 강조한다.

■ he is… 대니얼 핑크(Daniel Pink)는 경영 전문 사이트 '싱커스 50'(Thinkers 50)이 꼽은 세계 50대 경영 구루(guru) 중 한 명이다. 직장의 환경 변화에 초점을 맞춘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출간했다. 그가 쓴 드라이브(Drive), 새로운 미래가 온다(A Whole New Mind), 프리 에이전트의 시대가 오고 있다(Free Agent Nation) 등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다. 동기부여에 대한 핑크의 2009년 TED 강연은 TED 역사상 가장 큰 인기를 모았던 20개 강연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노스웨스트 대학에서 학사를, 예일대학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니얼 핑크가 제시하는 직원 동기부여 핵심 팁

[김인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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