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가격제한폭 폐지되면 부작용 없나>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박초롱 기자 = 상·하한가 제도 폐지 논의는 올해 들어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면서 급물살을 탔다.

주가의 상승·하락분이 당일 반영되지 못하기 때문에 연속으로 상·하한가 현상이 나타나 투자자가 현혹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그러나 일확천금을 꿈꾸는 국내 투자자들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가격제한폭 완화는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높다.

증시 전문가들은 12일 "상·하한가제 폐지의 부작용을 방지할 만한 보호장치를 철저히 마련한 후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테마주 기승에 가격제한폭 완화 논의 물살

테마주 작전 세력들은 상한가에 대량으로 매수 주문을 내는 방식으로 개미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또 개미 투자자들은 주가가 떨어져도 하한가에 걸린다는 점 때문에 위험한 투기에 뛰어들었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되는 미래산업은 지난 8월29일부터 20거래일 동안 상한가 8차례, 하한가 7차례를 오갔다.

당시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2천원대까지 치솟았던 미래산업 주가는 대주주와 경영진이 주식을 대량으로 팔면서 500원대까지 폭락했다. 피해를 당한 것은 개미 투자자들이었다.

상·하한가 제도가 없어지면 주가가 끝없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에 개미들이 신중한 투자를 한다는 것이 폐지론자들의 주장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그간 가격제한폭 폐지 논의는 지속적으로 이어졌다"면서 "최근에는 시장이 성숙하는 과정에서 가격 안정성보다는 효율성으로 초점이 옮겨가며 가격제한폭 완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시장과의 경쟁이 날로 격화되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 제한폭을 완화해 국내 증시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증시의 주식가격 제한폭은 지난 1995년 4.6%에서 6%로 올라간 후 1996년 8%, 1998년 3월에 12%로 확대됐다가 1998년 12월에 지금의 15%로 고정됐다. 코스닥시장 가격제한폭은 2005년부터 15%로 확대됐다.

증권 당국은 지난 2007년 공청회를 열고 상·하한가 제도 폐지 문제를 공론화했으나 시장 질서가 교란된다는 의견에 부닥쳐 추진을 포기한 있다.

◇ 가격제한폭 폐지, 유동성 낮은 종목엔 `악재'

상·하한가 제도는 국내 증시의 유일한 변동성 완화장치이기 때문에 쉽게 폐지를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가격제한폭 확대나 폐지가 시장불안 요인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신한금융투자 한범호 연구원은 "테마주 시세를 조정하려는 세력이 작전을 하면 주가 변동폭이 더 커질 수도 있다"며 "특히 거래량이 적은 종목의 경우 주가를 금방 크게 띄우거나 내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우려했다.

한 연구원은 테마주가 아닌 우량 종목이더라도 유동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주가 등락폭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토러스증권 박승영 연구원도 "상·하한가 제도 폐지는 증시의 가격 왜곡을 해소한다는 순기능이 있지만 유동성이 낮은 종목들에는 `악재'"라면서 "대주주 지분이 과다한 종목들은 제도 폐지 이전에 유동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제한폭을 두지 않은 미국, 유럽 증시에는 유동성을 공급하는 보완장치가 따로 있다. 국내 증시도 상·하한가 제도를 없애려면 충분한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종목별 서킷브레이커 등 보호장치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종목별 서킷브레이커는 특정 종목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급등락할 때 해당 종목의 거래를 잠시 멈추거나 주문접수 시간을 연장하는 제도다. 투자자들에게 거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미국 증시는 알고리즘 거래, 프로그램 매매 등이 증가해 단기간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는 부작용이 생기자 지난 2010년 이 제도를 도입됐다.

그러나 국내 투자자들의 성향이 가격제한폭 제도를 완화할 만큼 성숙하지 못했다는 우려가 아직까지 높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국내 투자자들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가격제한폭은 유지되는 것이 낫다"며 "상·하한가 제도가 완화되면 시장 질서에 큰 혼란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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