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수 축소는 서막… "우리 부서 살아남을까" 긴장

조선비즈

4대 그룹 안에 드는 계열사의 한 신사업 담당 부서원들은 요즘 부서가 통째로 사라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모시던 임원이 올해 승진은커녕 옷을 벗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아예 부서가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LG·현대중공업·GS·신세계 등 주요 기업이 정기 인사를 끝낸 직후 대대적인 칼바람이 불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은 장기 불황에 대비하며 외환 위기 이후 사상 최대의 조직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올해 실적이 좋지 않은 건설·증권·화학·철강 등이 더욱 그렇다.

그 서막(序幕)은 임원 수 줄이기다. 현대중공업·GS건설 등이 이번 정기 인사를 통해 신규 승진 임원 수를 절반으로 줄였다. 코오롱그룹의 경우 지난해(22명)의 3분의 1 수준인 6명만 신임 임원으로 발령을 냈다. 삼성그룹도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자 계열사를 제외한 다른 계열사 임원 승진 폭을 크게 줄였다.

①존폐 기로에 놓인 신사업부

조직 개편의 첫 번째 타깃은 신사업부다. 전기차용 배터리 회사인 SB리모티브는 모(母)기업인 삼성SDI와 내년부터 합친다. 이 회사의 영업 적자는 분기별 수백억원에 이른다. 전기차용 2차전지 시장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삼성SDI가 합병 이후 모바일용 소형 2차전지에 투자를 집중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화케미칼은 최근 신소재인 탄소나노튜브를 개발 중이던 한화나노텍을 흡수 합병했다.

각 그룹의 신사업부 재편은 "이제 시작"이란 시각이 많다. 현대중공업의 태양광·풍력 등을 담당하는 그린에너지사업부의 적자 규모는 지난해에 이어 세 자릿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만 해도 해양플랜트와 조선부문 실적이 괜찮아 적자를 내더라도 그룹에서 크게 표시가 나지 않았는데, 이제 모기업에 부담을 주는 수준까지 왔다. 태양광·수처리 등으로 구성된 LG전자 독립사업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신사업부 조직 개편은 내년 신정부 출범과도 연관돼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신사업의 운명이 정부의 신성장동력 정책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신정부가 출범하면 기존 신사업부의 재편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②탈(脫)중국, 신흥 시장에 주력

수출 기업들은 영업 인력을 동남아시아 등 신흥 국가로 대거 이동시키는 중이다. 올해(1~11월) 한국 기업의 아세안 지역 수출 실적은 지난해보다 10% 늘어났다. 중국과 유럽연합 수출액이 뒷걸음친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적이다. 앞으로 새로운 시장은 탈(脫)유럽·중국에서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철강·석유화학 등 중공업계열 회사들은 동남아시아 판매 조직을 중국법인만큼이나 키우고 있다. 재작년 처음 생긴 포스코의 동남아시아 판매 법인은 내년 초 벌일 조직 개편에서 기존 포스코차이나와 포스코재팬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③본점 업무를 영업에 투입

경기 침체와 저금리 장기화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금융권도 군살빼기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현재 15명인 부행장 수를 12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또 본점 인력 2700명 중 10~15% 정도를 줄여 영업점으로 보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획을 담당하는 본점 인력을 일선 영업에 재배치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NH농협도 10일 이사회를 열고 본부 부서 41개 중 6개를 줄이기로 했다. 인재개발부 등을 업무상 성격이 유사한 관련 부서에 통합시킨 것이다. 또 본부 인력 중 200여명을 감축해 지점에 배치하기로 했다.

④산업 사이클 변화에 따른 주력 이동

현대중공업 등 '빅3'는 현재 상선 건조 인력을 해양 분야로 대거 전환 배치하고 있다. 상선 분야는 일거리가 떨어진 상황에서 해양플랜트 건조 인력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치고 있다. 임원 인사에서도 이 경향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김종도 해양사업본부장이 1년 만에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것을 비롯하여 해양플랜트 부문에서만 10명 가까운 임원이 승진했다.

국내 분양 시장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GS건설은 건축사업본부와 주택사업본부를 통합하고 남는 인력을 해외 부문에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⑤위기관리 상설 기구화

대우조선해양은 이달 말 위기관리를 골자로 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대규모 투자를 줄이는 대신 생산 조직을 탄력적으로 유지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대우건설도 신규 사업 수주 때 사업성을 철저히 하기 위해 위기관리(RM·risk management)실을 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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