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푸어 경매 쏟아지는데…과연 몇 건이나?

경향신문

이모씨(40) 가족은 2008년 7월 은행에서 주택담보로 2억원을 대출받아 경기 용인시에 있는 4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했다. 이씨 가족은 "내 집이 생겼다"는 기쁨에 한동안 세상을 다 가진 듯했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경기가 어려워지고 소득이 줄면서 이자 갚기조차 힘들어하던 이씨는 지난해 3월부터 이자를 연체하기 시작했고, 그해 7월 살던 집은 경매에 넘어갔다. 지난 8월 낙찰된 아파트 가격은 고작 3억원. 원금과 15%의 연체이자를 떼고 나니 이씨 손에 쥐어진 돈은 거의 없었다. 가족의 행복도, 보금자리도 사라지고 만 것이다.

10일 경향신문이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과 대법원 경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들어 지난 11월 말까지 제1·2금융권을 통해 경매로 나온 수도권 아파트는 모두 1만773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한 해 동안의 경매 건수 1만4816건보다도 19.7%(2921건) 늘어났다. 주택규모별로 보면, 서민들이 주로 사는 '감정가 3억원 이하 주택'이 7836건으로 가장 많았다. 금융기관별로 보면 제2금융권이 9945건으로 56%에 달했다. 고금리 부담이 큰 제2금융권에 빚을 진 서민들이 집을 잃게 된 경우가 더 많다는 얘기다.

집을 잃는 서민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정부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못 내놓고 있다. 경매를 3개월 유예할 수 있는 경매유예제도는 집값 하락세와 연체이자 부담으로 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고, 프리워크아웃(개인채무조정)제도의 주택담보대출 확대 적용은 시행 자체가 불투명하다. 임의경매를 금지하는 통합도산법(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개정안 역시 국회에서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서민들이 속절없이 집을 잃고 거리로 쫓겨나고 있지만, 금융당국 수장의 생각은 다르다. 지난달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우리은행의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신탁 후 재임대)' 실적이 저조한 것을 두고 "아직 하우스푸어 문제가 그렇게 절박한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증거)"라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합도산법 개정안의 개인회생절차를 활용하면 채무자가 10년이나 15년간 계획을 세워 빚을 갚을 수 있어 금융권의 임의경매 처분을 유보할 수 있다"면서 "정치권은 말로만 민생을 앞세우고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이해관계만 따지느라 대책 마련에 늑장을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 김희연 기자 egghee@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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