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직전 재개되는 ‘PD수첩’, 첫 아이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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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성 부족 '대출사기' 아이템 두고 논란… '짝퉁 PD수첩' 비판 확산 될 듯

[미디어오늘이재진 기자]

MBC PD수첩이 11개월만에 방송을 재개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MBC 경영진은 지난 7월 업무 복귀 이후 PD수첩 작가 6명을 전원해고하면서 장기불방 사태를 맞았지만 새로운 작가를 모집해 11일 방송을 재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한국방송작가협회 차원에서 새로운 작가들을 '시용작가'로 규정해 반발했고 일명 '시용PD'들이 함께 만드는 PD수첩은 '짝퉁 PD수첩'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특히 PD수첩 첫 아이템이 향후 PD수첩의 색깔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첫 방송에 눈이 쏠리고 있다. PD수첩은 논란을 의식한 듯 철저히 아이템 내용을 비밀리에 부쳐왔다. 제작에 참여하지 않은 PD수첩 제작진조차도 첫 아이템이 어떤 내용인지 파악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일본 우익 테러 문제와 고독사 문제 등을 다룰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결국 첫 아이템은 < 대출사기 양산하는 통신사 리베이트 > 로 결정됐다.

MBC 시청자홍보부는 10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12월 11일(화) 밤 11시 15분에 방송되는 MBC [PD수첩]은 '대출사기 양산하는 통신사 리베이트'를 취재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송을 제작한 PD수첩 팀은 "최근 대출이나 현금지급 조건을 미끼로 휴대폰을 개통한 후 소비자에게 요금 폭탄을 떠안기는 휴대폰 개통사기가 늘고 있다"면서 "이러한 배경에는 가입자 유치를 위한 이동통신사의 리베이트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PD수첩 팀은 "휴대폰 판매자는 가입자 유치에 따른 보조금 일명 리베이트를 이동통신사로부터 지원받는다"며 "가입자 수에 따라 더 많은 수당을 지원받게 되는 점 때문에 이를 노리고 부당한 방법으로 명의를 함부로 도용하여 스마트폰을 몰래 개통하는 사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며 취재 내용을 전했다.

통신 유통 구조에서 명의도용 사기 사건이 비롯됐다는 것인데 PD수첩의 아이템을 두고 지금까지 나온 뉴스와 큰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다.

이동통신사들의 리베이트 문제는 올해 들어 관련 사기 사건이 늘어나면서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7월에는 휴대폰 대리점과 짜고 신용불량자들의 명의로 대출 사기극을 벌인 조직이 경찰에 구속되면서 사기 수법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들은 통신사로부터 받은 개통 리베이트를 활용해 무등록 단기 소액을 대출해주고 개통 대리점이 책임을 부담해 3개월이 경과되면 대출금 일체를 상환 받은 뒤 단말기 값을 명의자에게 청구되게 끔 전가시키는 수법을 썼다.

SBS도 지난 11월 6일 < 본인 확인 '엉터리'…통신사 수수방관 왜? > 라는 리포트를 통해 명의도용 피해자와 함께 통신사 고객센터와 개통된 판매점을 직접 찾아가 이통사 리베이트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제기했다.

지난 4월에는 헤럴드 경제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3사의 지난 달 수도권 일일 판매정책표를 입수해 한 이통사가 특정 단말기 한대를 파는데 쓴 마케팅 비용이 100만원에 달한다는 내용을 폭로하기도 했다.





▲ 오는 11일 PD수첩이 < 대출사기 양산하는 통신사 리베이트 > 를 주제로 방송을 재개할 예정이다.

PD수첩 첫 아이템이 이전 뉴스와 큰 차이가 없는 우려먹기 아이템이라는 비판과 함께 PD수첩의 정통성과 사안의 시급성으로 따질 때도 부적절한 아이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해고된 정재홍 작가는 해고 이전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민감한 아이템을 준비해왔다. 18대 대선에서 처음으로 재외 동포 투표법이 발효됐는데 보수단체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교민들을 단체로 투표에 동원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해외 취재까지 마친 상황이었다. 이번 대선은 특히 수십만표 차이의 박빙 승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어느 때보다 재외 동포의 표심에 관심이 높은 상황이었는데 국고 보조금을 받는 단체들이 특정 후보의 부정 선거를 돕고 있다는 제보를 확인했을 경우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정재홍 작가는 "대선이 끝나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인데 아쉬운 생각이 든다"면서 "시사프로그램의 최우선적인 것은 시의성이다. 국민들이 알고 싶은 문제와 알아야 할 문제가 우선적인 기준이 돼야 한다"면서 "전화 대출 사기도 생활 밀착형 아이템으로 괜찮긴 하지만 왜 하필 지금 이슈를 다뤄야 하는지 의문이다. 시급한 문제도 아니고 이슈를 만들어야 할 급박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 작가는 "PD수첩을 한번 정상화시켰다라는 명분확보용 아이템이다. 내일 PD수첩의 로고 음악을 듣는 것이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최승호 전 PD수첩 PD도 "대체작가와 시용PD들이 시사를 다룰만한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대선 시기와 관련된 아이템을 검증할 만한 역량이 역부족인 상황"이라며 "PD수첩이 아닌 PD수첩의 출발을 보여주겠다는 그 이상 이하의 의미도 아니다. 20년 동안 PD수첩은 한국사회에 많은 화두를 던졌는데 너무 막가는데 망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춘근 전 PD수첩 PD도 "지금까지 대선 직전 PD수첩을 보면 각 후보자들의 공약이나 검증을 하고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왔다. 2007년에도 BBK 문제를 집중 제기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 PD는 "두달 전에 대체작가와 시용PD들이 아이템을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정도 밖에 결과물이 안 나온다는 것은 김재철 사장 치하의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말해준다"고 비난했다.

한학수 전 PD수첩 PD는 "이번 방송이 대체 작가와 시용 PD들에 의해서 재개됐다는 것 자체가 비극"이라면서 "정치, 경제 등 현 한국사회의 중요하고 긴급한 화두를 던진 PD수첩이 사회면 한 구석으로 축소될지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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