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무뎌지는 애플 ‘특허 칼날’

중앙일보

애플이 삼성전자와의 특허 전쟁에 쓰던 무기들이 잇따라 효력을 잃고 있다. 각국 특허청과 법원 등이 애플의 특허가 무효라는 판정을 연이어 내리고 있는 것.

 미국 특허청은 7일(현지시간) '휴리스틱스를 이용한 터치스크린 기기·방식·그래픽사용환경(GUI) 특허'(미국 특허번호 7479949) 관련 20개 항목이 모두 무효라고 판정했다.

 휴리스틱스 특허는 화면을 옆으로 밀 때 정확히 수평이 아니라 어느 정도 비스듬히 밀어도 수평으로 인식하고, 아이콘의 약간 아래나 위를 터치해도 제대로 동작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화면을 정확히 터치하지 않아도 사용자의 의도를 감안해 보정해주는 것이다.

 휴리스틱스는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최우선 특허권자로 등록한 300여 '잡스 특허' 가운데 대표로 꼽힌다. 애플은 이 특허와 관련해 지난해 7월 미국 무역위원회(ITC)에 "삼성전자 제품들이 특허를 침해했다"며 수입금지를 요청했고 올 10월 ITC는 수입금지 예비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미 특허청이 무효 판정을 내림에 따라 내년으로 예정된 ITC의 최종 판결에도 변수가 생기게 됐다.

 특허청의 이번 결정에 대해 애플은 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 하지만 미 특허청이 이 특허에 대해 "신규성이 없고 진보성도 약하다(lack of novelty, not just obviousness)"고 판단한 만큼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애플이 핵심적인 무기를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

 애플의 특허가 무효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 특허청은 지난 10월에도 애플의 바운스백 특허(미국 특허 7469381)가 무효라고 잠정 판결을 내렸다. 바운스백은 손가락으로 화면을 밀어 끝까지 다다랐을 때 화면을 되튕기는 기술이다. 캘리포니아 연방북부법원 배심원단이 삼성에 10억5000만 달러(1조1400억원) 배상 평결을 내릴 때 적용한 특허 중 하나다. 미 경제전문지 포춘은 이 특허가 무효가 됨에 따라 "삼성전자의 전체 배상액 가운데 5분의 1이 사라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지난해 8월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은 '밀어서 잠금 해제' 특허가 무효라고 판정 내리기도 했다. 또 이달 6일 최종 판결을 위한 캘리포니아 연방북부법원 심리에서 루시 고 판사는 애플의 탭투줌 특허(화면을 두드려 사진이나 글씨 크기를 확대하는 기술)에 대해 "명확하지 않다"며 무효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애플의 디자인 특허 역시 미국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큰 힘을 쓰지 못한다. 지난달 러시아 특허법원은 '둥근 모서리와 하단 중앙의 원형 버튼 등'으로 구성된 아이패드 디자인특허 등록을 거부한 러시아 특허청의 조치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다른 제품과 아이패드의 디자인을 구별하게 해주는 독창적인 요소가 없다"는 이유였다.

 한편 로이터는 8일 "삼성이 '빠른 추격자'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며 '진정한(serious)' 혁신 업체가 돼가고 있는 반면 애플은 수년간 '정말 중대한(truly seminal)' 제품을 내놓는 데 실패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로이터는 미국에서의 1심 평결 이후 애플 주가는 18% 내린 데 비해 삼성전자는 16% 오른 이유를 분석한 기사에서 "애플은 아웃소싱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해 높은 이익률을 얻었지만 일부 공급업체에 대한 통제권이 약화되는 결과를 얻었고, 삼성전자는 자체 생산 방식을 고수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창우 기자kcwsss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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