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내년 등기이사 되나?…삼성 ‘깊은 고민’

한겨레

[한겨레]현재 이건희 일가중 이부진 유일


내년초 선임 전망에 "검토 안해"


'3세 승계 가속화' 시각도 걸림돌


경제개혁연대 "이사회 혁신해야"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부회장 승진 내정으로 이건희 회장 자녀 3남매의 서열이 확연해졌지만, 경영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 기준으로는 이 부회장이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에게 뒤처진 모습이다.

2010년 이 부회장과 나란히 사장으로 승진한 이부진 사장은 이번 승진 인사에서 제외됐지만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호텔신라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삼성 총수 일가 중 등기이사는 이부진 사장이 유일하다. 등기이사는 주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사회에 참여하고, 이에 대한 법적 지위는 물론 책임도 가진다. 이 부회장 내정자도 내년 주총에서 등기이사 선임이 전망되고 있지만 삼성 커뮤니케이션팀 쪽은 '주총까지 아직 시간이 있어서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 내정자처럼 3세 경영자로 꼽히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미 등기이사로 경영에 나서왔다. 이 부회장보다 두살 어린 정의선 부회장은 2005년 기아차 대표이사로 등재되면서 경영능력 시험을 통과하고 2010년엔 현대차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이 부회장과 1968년생 동갑인 정용진 부회장은 2006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2010년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들처럼 '책임경영'을 표방하며 승계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책임과 권한의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등기이사를 맡아야 할 필요성이 크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 부회장 등 현재 삼성전자 내 3명의 등기이사 중 윤주화 삼성전자 경영전략실장(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제일모직 패션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으로 전보 내정됐다. 따라서 최소 1명의 새 등기이사 선임이 유력한 상황이다. 삼성 관계자는 "등기이사를 맡을 필요는 있어 보이지만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등기이사 선임에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이번 부회장 승진 때도 극히 조심했던 '3세 승계 가속화'라는 세간의 시각이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이건희 회장이 일선에서 의욕적으로 경영을 해오고 있다. 승계 가속화로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의 친정체제가 확고한 상황에서 등기이사 등재로 승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외부 해석이 강화되는 것은 경계할 수밖에 없다. 이건희 회장은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 때 퇴진하면서 삼성전자 등기이사직도 내놓았고 2010년 경영 복귀 뒤에도 등기이사를 맡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등기이사로 선임되더라도 대표이사를 맡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의 또다른 임원은 "등기이사를 맡을 가능성은 높지만 아직 대표이사를 맡을 단계는 아니라는 판단이 있는 것으로 안다.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다"라고 전했다. 권오현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면서 최지성 부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를 맡는 방안이다. 여기에 이번 인사에서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에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으로 이동한 이 부회장의 최측근 이상훈 사장이 등기이사에 포함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등기이사 선임 여부와 무관하게 이사회가 제대로 견제와 균형의 구실을 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통해 "현재의 삼성전자 이사회는 허수아비가 되고 '커튼' 뒤의 이건희 회장과 미래전략실이 의사결정권을 장악한 상황에선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철 기자nowhere@hani.co.kr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