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경기침체 심화에 고민 깊어지는 유럽>

연합뉴스

실업률 최고기록 또 경신..스페인 등 청년실업률 60% 육박

당분간 개선될 전망 안보여..사회불안 등 위기 확산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경기침체 심화와 끝없이 치솟는 실업률로 유럽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바닥을 치고 미약하나마 회복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경기가 성장세로 반전되더라도 내년 내내 실업률은 더 높아지면서 사회불안이 확산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 독일 등 이른바 핵심 국가의 경기마저 위축되는 등 곳곳에 위기를 키울 지뢰들이 잠복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실업률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 계속 = 유럽연합(EU) 통계청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10월 실업률이 11.7%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달보다 0.1% 포인트 높아진 것이자 유로화 출범 이래 최고치다.

10월 실업자 수는 1천870만 명으로 전달보다 17만 명, 전년 동기보다 21만 명 늘었다. 실업자 수 증가 폭은 최근 4개월래 최대다. EU 27개국 전체의 10월 실업률도 10.6%에서 10.7%로 높아지면서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나라별로는 전면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인 스페인이 26.2%로 가장 높았으며 이미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25.4%), 포르투갈(16.3%), 아일랜드(14.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유로존 2위와 3위 경제국인 프랑스(10.7%)와 이탈리아(11.1%) 실업률도 10% 선을 넘어 고공행진을 했다. 유로존 밖의 EU `주요 주주'인 영국(7.7%)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스트리아(4.3%), 룩셈부르크(5.1%), 독일(5.4%), 네덜란드(5.5%) 등 일부 유로존 핵심국가만 체면을 유지하고 있다. 중심국과 주변국 간의 격차가 실업률에서도 더욱 벌어지고 기존 중심국 내에서도 차이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 위기의 악순환 확대되며 지속돼 = 실업률이 높아지는 것은 경기침체가 깊어지고 이에 따라 기업들이 경비절감을 위해 고용을 더욱 줄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는 다시 수요 감소와 경기 둔화를 가속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로존은 3분기에 마이너스 0.1% 성장하면서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 공식적인 경기침체에 들어갔다. 4분기엔 0.3%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민간기관들은 예상하고 있다.

유럽 내 수요 감소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 등 핵심 국가들도 이미 타격을 입고 있다. 독일 기업들은 경기전망이 악화하자 이미 신규 투자에 매우 조심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7일 유로존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0.0%에서 마이너스 0.3%로 낮췄다. 내년도 전망치는 유로존의 경우 1.0%에서 0.1%로, EU 전체는 1.3%에서 0.4%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집행위는 특히 유럽 경제의 기관차인 독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7%에서 0.8%로 내려 잡았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최근 "그동안 독일 경제는 유로존 다른 지역과 거리를 두는 디커플링을 보여왔으나 최근의 데이터들은 재정위기의 전이가 독일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고 최근 지적했다.

◇ 미약한 회복세 발목 잡을 위험요소 산재 = 집행위는 재정위기의 여파가 경제활동과 고용을 계속해서 무겁게 짓누를 것으로 분석했다. EU 안팎의 주요 경제예측 기관들은 유로존과 EU 경제의 침체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계속되다 하반기부터는 미약하나마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물가가 안정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EU 통계청에 따르면 유로존의 1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다. 이는 전달에 비해 0.3% 하락한 것이자 근 2년래 가장 낮은 것이다.

ECB의 억제목표치(2%)는 넘는 것이지만 목표치로 계속 낮아지고 있어 유로존 당국들이 향후 경기부양책을 쓸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넓어졌다.

그러나 집행위의 내년도 성장 전망치는 미국과 중국 등의 선도로 세계 경기가 회복되는 등 외부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전제로 삼고 있다. 또 그리스와 스페인 등 유로존 내부의 위기 요소들이 악화하지 않을 때야 기대할 수 있는 낙관적 전망이다.

따라서 이런 위험 요소들이 다시 불거지면 유럽 경제의 미미한 회복세 전환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실업사태 등으로 사회불안이 경제회생의 발목을 잡을 것이 우려되고 있다.

EU 집행위는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되어도 실업률은 2014년까지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고용은 경기가 회복되어도 일정 시간 지나야 늘어나는 특성 때문이다. 드라기 ECB 총재도 "실업률이 통탄할 정도로 높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청년실업률이 문제다. 유로존의 25세 이하 청년 실업률은 평균 23.9%다. 4명 중 한 명이 실업자인 셈이다. 특히 스페인은 55.9%, 그리스는 58%로 무려 60%에 육박하고 있다. 젊은이 10명 중 6명이 백수인 상황이다.

게다가 각국이 적자를 줄이기 위해 강력한 긴축재정 정책을 계속 펴고 있다. 서민들의 생활은 이미 궁핍해져 있으며 일부 국가에선 이를 넘어 `사회적 참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분노한 청년들을 중심으로 시민의 저항과 시위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불안이 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지고 이는 경제회복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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