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근저당 설정비 돌려줘라" 첫 판결…은행권 선긋기

뉴시스

【서울=뉴시스】이국현 기자 = 그동안 대출자들이 부담한 근저당권 설정비용을 돌려줘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은행권은 고객이 근저당 설정비를 부담할 때도 금리 차이가 없었던 예외적 사례에 대한 판단인 만큼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천지법 부천지원 이창경 판사는 이모(85)씨가 경기 부천시 소재 한 신용협동조합을 상대로 "2008년 9월 대출 당시 부담한 근저당권 설정 비용과 이자 등 70여만을 돌려달라"는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지난 9월14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인천지법은 "해당 신협이 고객에게 설정비 부담 여부에 따른 대출금리 차이를 설명한 바 없고, 실제로 아무런 금리 차이가 없었으므로 신의성실원칙에 반해 약관은 무효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신협이 부담해야 할 설정비를 고객에게 전가한 만큼 반환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근저당 설정비는 주택담보대출시 발생하는 부대 비용으로 등록세와 교육세, 신청 수수료, 법무사 수수료, 감정평가 수수료, 인지세 등을 말한다. 통상 대출금의 0.6~0.9% 선으로 1억원을 대출받을 경우 약 76만원이 발생한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전국 법원에 계류된 설정비용 반환 소송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선긋기에 나섰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인천지법의 판결은 고객이 설정비를 부담할 때도 금리상 차이가 없었던 예외적 사례에 대한 판단"이라며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인 은행권 소송의 선례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근저당 설정비 관련 약관'의 무효 여부에 대해서는 "은행이 설정비 부담 여부에 따른 금리 차이를 고객에게 설명했고, 고객이 설정비 부담시 금리 인하와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 혜택을 부여한 만큼 약관은 유효하다"고 해명했다.

더욱이 "약관이 무효로 해석되는 경우에도 은행은 고객의 설정비 부담에 대한 반대 급부로 금리 할인과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했으므로 은행이 부당한 이득을 취득했거나 고객이 손해를 입었다고 할 수 없어 설정비를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법무법인 로고스는 원고 270명을 대리해 국민은행을 상대로 4억3700여만원을 돌려 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부당이익금 반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1심 판결은 내달 6일로 예정돼 있다.

한편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7월 4만2000여명을 대리해 1500여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근저당권 설정 비용을 돌려달라는 집단 소송을 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10년간 근저당 설정과 관련한 소비자 피해액이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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