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환율 급변동에 `실력행사'…추가 조치는?>

연합뉴스

외환건전성 부담금 요율 인상 유력…한국형 토빈세도 검토될듯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 정부가 예고대로 외환시장에 칼을 빼들었다.

은행에 대한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추가로 축소한 것이다. 외환시장의 환율 급변동에 대응하고 외국 자금이 밀려드는 상황에 대비해 달러 유입을 줄이려는 조치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1단계 대응'이라고 했다. 추가 대책을 예고한 발언이다.

2단계 대응조치로는 외환건전성 부담금 요율 인상안이 우선 거론된다. 자본 유출입에 대응할 수 있는 한국형 토빈세도 검토 대상으로 꼽힌다.

◇선물환 포지션 1년6개월 만에 추가 축소…구두경고 이어 제도 손질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은 27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다음 달부터 외국환은행의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25%씩 축소키로 했다.

국내은행은 40%에서 30%로, 외국은행 국내지점(외은지점)은 200%에서 150%로 죈다. 이는 작년 5월 국내은행에 50%에서 40%로, 외은지점에 250%에서 200%로 줄인데 이어 1년 6개월 만의 추가 축소다.

선물환 포지션 제도는 자본유출입 변동성을 줄이고자 2010년 6월 발표하고 그 해 10월 시행된 `거시건전성 규제 1호'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작년 1월부터는 외국인의 채권자금 유입을 줄이고자 외국인의 국채, 통안채 투자에 따른 이자소득ㆍ양도차익에 세금을 매기고, 그 해 8월에는 외환건전성부담 제도를 도입했다.

이들 3대 조치는 이른바 `거시건전성 3종 세트'로 불린다.

이날 다시 선물환 포지션 비율의 한도를 축소한 것은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너무 커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재부 박재완 장관을 비롯해 최종구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이 이달 중순부터 잇따라 내놓은 구두경고의 연장선에서 이뤄졌다.

더는 구두로 시장을 설득할 수 없다고 보고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최 차관보는 지난 22일 "주요 통화 중 원화의 절상 속도가 가장 빠른 편이다. 금년 고점이 5월25일 달러당 1,185.50원 이었는데 그때보다 10% 정도 절상됐고 최근 3개월간 5% 절상됐다"며 규제 강화를 예고했다. 이날 개장가는 1,084.5원이다.

가파른 원화 강세(환율 하락)를 내버려두면 환차익을 기대한 자본유입 속도가 훨씬 빨라질 수 있어 제어장치가 필요했던 것이다.

원화 강세는 수출기업의 채산성에 악영향을 주고 수입물가 하락에 도움이 되는 양면성을 지녔지만, 급변동은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당국은 이번 조치가 선제라는 점도 부각했다.

미국의 `재정 절벽' 우려가 연말에 매듭지어지고 유로지역 재정위기도 해결책을 찾아가면서 전개될 내년 초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유동성 장세 양상을 보이며 자칫 환율의 고삐가 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단계 대응조치 주목…외환건전성부담금 요율 인상 거론

기재부 등 4개 기관은 이날 조치가 `1단계 대응조치'라고 했다.

시장 상황을 봐가며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당장은 포지션 한도 축소가 시장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겠다는 견해를 보인다.

필요하다면 외화자금시장에 대한 유동성 공급 등 보완책을 병행하겠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외은지점은 외화 조달의 핵심 창구 기능을 하는데, 포지션 축소로 국내에 달러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지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추가 대책으로는 은행의 비예금성 외화부채(전체 외화부채-외화예수금)에 부과하는 외환건전성부담금의 요율 인상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는 2010년 주요20개국(G20)회의의 의제가 됐던 은행세 또는 은행부과금을 우리 실정에 맞게 설계한 제도다. 과도한 외화차입 억제와 외채구조 장기화를 유도해 거시건전성을 높이려는 방책이다.

부채 만기에 따라 1년이하 20bp(1bp=0.01%p), 1~3년은 10bp, 3~5년은 5bp, 5년 초과는 2bp로 차등화돼 있다. 법정 최고한도가 50bp인 만큼 인상 여력은 크다.

요율을 바꾸려면 시행령을 개정해야 하므로 한 달가량 걸리는 게 단점이다.

시장 상황이 더 나빠지거나 `풍선효과'로 여전사나 보험, 증권 등 다른 금융업종의 외화유입이 늘어나면 부과대상을 다른 금융업권으로 확대할 수도 있다.

한국형 토빈세가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외환거래에 세금을 매기는 토빈세 도입 목소리가 나온데다 당국자들도 변형된 형태의 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을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박재완 장관은 지난 12일 "여러 가지를 연구개발(R&D) 하는 단계"라며 새로운 조치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최종구 차관보도 "말 그대로의 토빈세는 채택이 어렵고, 어떤 형태의 자본유출입 완화장치 같은 것이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토빈세보다는 국내외 투자자에게 차별 없이 적용할 수 있는 채권거래세가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

외환시장의 투기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됐다는 점에서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을 추가로 규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prin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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