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原電 핵연료 처리'..공론화 나선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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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정부가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대국민 의겸 수렴에 나서기로 한 것은 4년 후부터 원전 저장고들이 하나둘씩 포화상태에 이르는 상황에서 더 이상 논의를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지금부터라도 이해와 설득을 통해 원전에 대한 얽힌 실타래를 풀어나가지 못한다면 불과 수년 후에는 '사용후 핵연료'의 처리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임기가 불과 석달여 남은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용후 핵연료'의 처리 문제를 꺼내들었다는 점에서 새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는 비난도 제기된다.



▲사용후 핵연료 관리방식(자료= 지경부)


◇4년 후부터 임시저장소 포화..'저장 방법이 없다'


'사용후 핵연료'는 고준위 폐기물을 일컫는 말이다. 이는 알파선 방출 핵종 농도가 4000Bq/g 이상이고, 열 발생량이 2kW/㎥ 이상인 방사성 폐기물로, 근처에 사람이 30초만 곁에 서 있어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성 물질'로 알려졌다. 원전내 방사선관리구역에서 사용된 작업복, 장갑,부품, 시약병 등의 폐기물을 지칭하는 중·저준위 폐기물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내년 상반기 구성될 공론화위원회에서는 사용후 핵폐기물의 중간 저장밥법 등에 대한 논의를 집중적으로 진행한다. 가뜩이나 일본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에 대한 국민 불신이 극에 치닫는 상황에서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논의는 자칫 국민 정서의 '뇌관'을 건드릴 수 있는 위험한 소재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사용후 핵연료의 공론화 카드를 꺼내든 것은 더 이상 논의를 늦출 수 만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금껏 원전들은 부지 내에 '사용후 핵연료'를 임시로 저장해 왔지만, 이마저도 4년 뒤인 2016년에는 고리 원전을 시작으로 서서히 포화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고리 원전 이후에는 ▲월성 2018년 ▲영광 2019년 ▲울진 2021년 등의 원전 저장고가 순차적으로 꽉 차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김정화 지경부 방사성폐기물과장은 "기술적인 보완을 통해 원전 저장고의 용량을 늘릴 수는 있지만, 그래봤자 2024년부터는 영광 원전을 시작으로 최종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용후 핵연료 해외 관리 모습(자료= 지경부)

◇원전 저장시설 선택이 아닌 '필수'..정부 논리 먹힐까?

해외의 경우 원전을 운영하는 31개국 중 미국(53개)과 독일(16개), 캐나다(6개) 등 22개국이 중간저장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만과 브라질, 파키스탄 등 8개국은 설비용량과 운영 원전이 적다는 이유로 임시저장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임시저장 형태를 취하는 국가들도 추후 저장고의 포화상태에 따라 중간시설을 둘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경부 측 설명이다. 정부는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원전을 둘 수밖에 없는 국내 여건상 사용후 핵연료의 중간저장시설 건설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논리가 국민들에게 먹혀들 지는 미지수다. 사용후 핵연료보다 한참 낮은 수위인 중·저준위 폐기물의 저장시설을 건설할 부지로 경주를 선정하는데 무려 20년 가까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하는 등 사회적 갈등도 유발됐다. 정부가 이번 사용후 핵연료 논의를 되도록 조심스럽게 접근하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조석 지경부 2차관은 브리핑에서 "부지 선정 등에 대한 논의는 공론화가 마무리되는 2015년 이후 이뤄지게 될 것"이라며 "경주 중·저준위 부지 선정과정을 교훈 삼아 불필요한 갈등이 재현되지 않도록 대국민 의견수렴 등 공론화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윤종성 (js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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