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공정위·KDI 핵심인재들 "세종시 안 가겠다"

매일경제

정부기관 세종시 이전을 앞두고 한국의 '두뇌'와 '젊은 피'들이 민간 영역으로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개발연구원(KDI),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공정거래위원회, 기획재정부 등의 일부 부처들은 업무가 마비되기 일보 직전까지 와 있다는 부서장들의 '절규'도 나오고 있다. 특히 4급 이상 간부급 공무원의 퇴직 후 2년간 관련 업체 이직을 금지한 공직자윤리법이 시행되면서 사무관급 공무원들의 대거 이탈도 현실화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및 관련 학계에 따르면 KDI에서 경쟁정책 연구를 진행하던 진양수 박사와 윤경수 박사가 올해 말 동시에 김앤장법률사무소로 이직한다. 두 사람은 산업정책 중 경쟁정책 관련 연구를 진행해 왔기 때문에 당장 내년부터 관련 분야 연구가 공백 상태에 놓이게 된다.

경쟁정책은 국내 기업들 간 폭넓은 경쟁을 통해 자원효율을 최적화하는 국가의 정책으로 경제민주화 이슈를 타고 최근 뜨거운 관심을 받는 분야다.

그러나 원 내에 '경쟁정책 연구가 왜 필요하냐'는 인식이 돌았고, 세종시 이전 등이 계기가 돼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KDI에는 이 밖에도 2~3명의 박사들이 다음 학기 시즌에 맞춰 교수직을 알아보고 있어 당분간 인력 관련 홍역을 치를 전망이다. 이미 올해 하반기에는 이준상(성균관대), 조성빈(숭실대) 연구위원이 각기 KDI를 떠났다.

KDI 관계자는 "경제정책 전공 연구위원이 동시에 이직하면서 KDI 1년차 연구원이 커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조직적ㆍ개인적으로 여러 가지를 고려했겠지만 세종시 이전 문제도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4년 세종시로 이전하는 KIEP는 지난해 9명의 박사급 연구원이 퇴직한 데 이어 올해는 '젊은 피'들이 민간기업으로 옮겨가면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올 하반기 KIEP에서 러시아 지역을 연구하던 석사급 연구원 A씨는 포스코에 새 둥지를 틀었고, 유럽지역 담당 석사급 연구원 B씨는 현대중공업으로 적을 옮겼다. '배우자가 세종시 이사를 반대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KIEP 관계자는 "세종시 이전을 앞두고 며칠 몰아서 강의하고 서울생활을 할 수 있는 지방 사립대 교수로 이직하는 사례마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직원들도 세종시 이전을 계기로 법무법인, 대기업 등으로 이탈하고 있다. 김 모 공정위 서기관은 이달 초 사직하고 대기업 계열사 상무로 옮기기로 했다. 김 서기관은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된 유통 분야의 불공정거래 행위 조사 등을 담당했던 베테랑 직원이다. 소비자 분야에서 오랜 조사 경험을 쌓은 지 모 사무관도 대형 법무법인으로 이직하기로 했다.

공정위의 핵심 업무로 꼽히는 담합 조사를 맡은 정 모 사무관도 대형 법무법인으로 옮긴다.

기획재정부 역시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금융위원회 등 타 부처에서 파견을 온 사무관들이 강력하게 원대복귀를 원하고 있어 업무에 난항을 겪는 사례가 많다. 금융위, 행안부 등은 세종시로 이전하지 않는 부처들이기 때문이다.

재정부 사무관 C씨는 "과거엔 기획재정부에서 뼈를 묻는다는 자긍심이 강했는데 요즘엔 기혼자들을 위주로 서울에 남는 부처의 인력수급 상황에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다"며 "공직자윤리법 적용 대상이 되기 전에 직장을 옮기고 싶은 사람도 있지만 사무관급을 데려다 우리 눈높이에 맞춰 써줄 직장도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신현규 기자 / 전범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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