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에 소주 마시는 외국인들… 인천공항 진풍경

조선일보

"햄버거를 먹으려고 인천공항 면세구역의 푸드코트에 들렀다가 우연히 마신 '소-맥'의 맛을 잊지 못하겠습니다. 제게 메뉴를 소개해 준 푸드코트 직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지난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 홈페이지의 '고객의 소리'에는 한 미국인이 쓴 감사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브루스라고 밝힌 이 미국인은 한국에 출장차 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인천공항 면세구역의 버거킹에 들렀다가 우연히 한국의 소주를 맛보았다고 한다. 브루스씨는 "버거킹이 입점해 있는 푸드코트의 한식코너에서 여종업원이 추천한 김치찌개(pork kimchi stew)와 함께 소주를 마셨고, 맥주와 소주를 섞은 '소-맥'까지 맛보았다"며 "무척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썼다.

↑ [조선일보]이달 초 인천공항의 푸드코트에서 한 서양 남성이 소주를 반주로 식사를 마친 뒤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다. / 신동흔 기자

출국 심사를 마친 탑승객과 공항직원만 들어갈 수 있는 에어사이드(air side)의 푸드코트에서 소주를 마시는 외국인 승객들을 최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들어가 있는 일반 푸드코트에선 소주 파는 것을 상상도 할 수 없지만, 공항에서는 '버젓이' 소주를 판매한다. 지난 1일 오후 인천공항 롯데면세점 맞은편의 '비타비아' 푸드코트에선 한 서양인 승객이 테이블 위에 소주를 한 병 올려놓고 반주 삼아 마시고 있었다. 맞은편에선 중국 남녀 두 명이 고기볶음 요리와 함께 소주를 마셨다. 국제선 탑승을 앞두고 있는 이 손님들은 "한국의 전통술이라고 해서 소주를 마셔봤는데 꽤 괜찮았다"며 "한국을 떠나기 직전 마침 이곳에서도 소주를 파는 것을 보고 한 병 주문했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푸드코트 한곳에서만 하루 12~15병의 소주가 팔리고 있다. 푸드코트 하루 이용객이 1200여명(외국인 300~400명)인 것을 감안하면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소주를 찾는 외국인은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푸드코트의 냉장고 안에는 코카콜라와 에비앙 생수 옆에 소주 '처음처럼'이 진열돼 있었다.

인천공항에는 이런 푸드코트가 모두 5개 들어와 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내국인 손님들은 푸드코트에서 소주를 거의 찾지 않는다, 소주를 찾는 것은 대부분 외국인"이라며 "소주를 처음 맛본 외국인 손님 중에 다시 소주를 찾는 경우가 많아 푸드코트뿐 아니라 면세구역 내의 바에서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주류업체 관계자는 "소주가 국내에서는 저가의 술로 인식되고 있지만 외국에선 보드카와 비슷한 계통의 '맑은 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공연장에서 소주를 마시기도 했던 싸이 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으로 히트하는 등 최근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국의 대표 술인 소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항 국제선에서 자기 나라의 전통 술을 파는 곳은 우리 말고도 더러 찾아볼 수 있다. 남미 칠레 의 산티아고 공항에도 'The Last Pisco Sour'라는 상호의 바가 있는데, 피스코 사우어 역시 칠레에서만 마실 수 있는 전통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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