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재선은 '케인스주의 거시경제학'의 승리

2012. 11. 1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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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강국의 경제산책

얼마 전 재선에 성공한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가장 크게 신경을 썼던 지표는 실업률이었다. 지난 50년 동안 대선에서 실업률이 7.2%를 넘긴 현역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한 적이 없었던 탓이다. 대선 직전 발표된 10월의 미국의 실업률은 7.9%였지만, 오바마는 다행히도 재선에 성공해 한숨을 돌렸다.

이번 대선 결과는 미국 국민들이 경제를 보는 시각을 잘 보여준다. 실제로 출구조사에서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위기를 일으키고 경제를 망친 것은 부시 정부라고 대답했다. 오바마의 승리를 두고, 한 칼럼니스트는 "거시경제학의 승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정확히 말하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케인스주의 거시경제학의 승리일 것이다. 반면 밋 롬니는 재정긴축이나 감세연장 등 부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정책만을 제시해 패배하고 말았다.

재정절벽을 피하고 실업률을 줄여야 하는 오바마 정부는 먼저 부시의 감세조치를 끝내고 25만달러 이상 고소득 가구에 대해 세금을 인상할 계획이다. 실제로 미국 최고소득구간의 한계소득세율은 2차 대전 이후 60년대 초까지 90%가 넘었으나 레이건과 부시의 공화당 정부를 거치며 현재 35%까지 떨어져 있다.

이미 버클리대의 사에즈 교수 등은 최적의 최고한계세율이 80%가 넘는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이들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최고한계세율이 하락함과 동시에 최상위 1%의 소득비중이 증가했는데, 이는 주로 사회에는 제로섬인 최상위층의 교섭력이 강해진 덕분이었다. 이들은 선진국들의 데이터에 기초해 최적의 최고소득세율을 이렇게 높게 추정했다. 부자증세의 필요성은 이제 롬니의 경제자문조차 인정하고 있다. 물론, 최근 복지예산의 감축을 추진하는 등 민주당 정부도 한계가 많다. 또한 오바마의 금융개혁은 실망스러웠으며, 위기의 뿌리가 된 금융규제완화가 클린턴 정부 때에 진전되었음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무튼 미국의 선거에서 눈여겨볼 점은 서로 다른 경제사상이 경쟁하는 모습이다. 소득분배만 보아도, 보수적인 거시경제학자 루커스는 분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건전한 경제학을 망치는 가장 해로운 경향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반면 폴 크루그먼은 경제불황의 주요한 이유인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노력을 강조한다. 위기를 겪은 미국인들의 선택은 역시 후자였다.

대선을 한 달 앞둔 우리는 경제철학과 인적구성이 다른데도 여야 후보들 모두가 비슷하게 경제민주화를 들고나와서 꽤나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최근 박근혜 후보는 경제성장을 더욱 강조하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진보도 더욱 담대하게 증세와 복지를 이야기해, 서로 다른 경제학과 정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선거가 되길 기대한다. 그리고 선택은 언제나 국민의 몫이다.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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