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만 바라보던 날씨 마케팅… 이젠 빅 데이터 본다

조선비즈

조상호 SPC그룹 총괄사장은 매일 날씨를 체크한다. 지난 월요일(12일) 주중부터 날씨가 추워진다는 예보를 보고받자마자 전화를 들었다. "호빵 생산을 늘리세요." 이 회사는 통상 2일 전에 대리점에서 생산주문을 받는데 요즘처럼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하루 전에도 호빵을 보내달라는 주문이 폭주한다. 문제는 오후 3시에 주문을 마감해 공장을 돌리면 다음 날까지 제품을 공급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이른바 '미출'(주문대로 출하를 못 시킨다는 업계 은어)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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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파리바게뜨 매장 직원이 이틀 후 들어올 물건을 주문하기 위해 모니터를 보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과거 매출 기록을 토대로 날씨에 따른 예상 판매량을 알려주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태경기자

이 회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날씨 예보로 수요를 예측,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 초겨울 기온과 호빵 판매량이 어떤 상관관계를 가질까. 정답은 기온이 1도 떨어지면 호빵 판매량은 6만개 늘어난다는 것. 하지만 최저기온이 영하 1도 아래로 떨어지면 판매량은 다시 달라진다. "생산량을 다시 줄입니다. 너무 추워도 호빵이 안 팔리기 때문이죠."(SPC 관계자)

◇날씨 예측이 수익과 직결

날씨 정보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과거엔 발전·운수·보험 분야에서 재해 예방 차원에서 날씨에 관심을 가졌지만 최근엔 제조·유통 분야에서도 수요예측과 재고관리에 날씨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매출 정보와 기상 정보라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빅 데이터(big data)'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나타난 변화다.

유통업체 중엔 편의점이 날씨 정보 활용에 가장 적극적이다. CU는 각 편의점 단말기에 날씨 정보와 함께 권장 주문량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날씨 정보, 과거 매출, 재고량을 토대로 제품이 얼마나 팔릴지 예측한 자료다. 이 시스템을 도입한 후 물류센터 재고일수는 15일에서 7일로 줄었고 매출은 30% 늘어났다. 삼각김밥·샌드위치처럼 날씨에 영향을 받고, 유통기간이 짧은 제품의 경우 폐기량이 40% 줄었다고 한다.

SPC는 지난 6월 식품업계에서 처음으로 '날씨 판매지수'를 만들었다. 최근 5년간 전국 169개 지점의 기상관측 자료와 10억건 이상의 점포별 상품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다. 이 자료는 실시간으로 전국 3100여 파리바게뜨 점포의 단말기에 제공된다.

지난 9일 파리바게뜨 서울 종각 매장에서 박지애 매니저가 계산대 단말기 화면을 누르자 '일별 날씨 판매지수 최대 변동' 항목에 제품 이름이 떴다. 생크림 케이크 항목 옆에 '토요일 50.15%, 일요일 27.15%' 같은 숫자가 나타났다. 매장 주변 날씨 예보, 요일 등의 요소를 종합했을 때 최근 2주 평균보다 그만큼 매출이 늘어날 전망이라는 뜻이다. 박 매니저는 "비가 오면 피자빵 같은 조리빵이 많이 나가는 걸 감(感)으로 알았지만 이제는 구체적인 데이터가 있어 판매를 예측하고 주문할 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SPC는 날씨지수 도입 한 달 만에 조리빵 매출이 30% 늘었다고 밝혔다.

의류 회사들은 분기·연간 단위로 기상 예측 정보를 활용한다. 통상 6개월 전에는 생산계획을 확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웃도어 의류업체인 블랙야크는 기상정보업체 케이웨더와 함께 '제품 수요 예측 솔루션'을 개발, 올 봄·여름 시즌 제품 기획 때부터 활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기온 변동이 평년보다 심할 것이라는 기상 정보를 바탕으로 재킷 주문량을 늘렸고, 실제 지난봄 재킷 매출은 전년 대비 60% 늘었다. 블랙야크는 기상 정보를 활용, 전년 대비 323억원 정도의 매출 증가 효과를 본 것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현대건설도 건설기상예보시스템, 전담 예보관을 둬 건설 비용을 연간 140억원이나 절감하고 있다. 장충동왕족발은 비가 오면 주문이 늘어난다는 점에 착안, 기상 정보를 분석해 생산량을 조절한다. 제습기를 만드는 위닉스는 습도 예보를 바탕으로 홈쇼핑 방송 스케줄을 잡는다.

◇국내 43개 업체 날씨 경영 인증

해외 업체들도 날씨와 경영을 접목하고 있다. 에어컨을 생산하는 일본 다이킨공업은 여름철 생산관리가 늘 골치였다. 부품 조달부터 제품 생산, 출하까지 1개월이 걸리다 보니 제품이 부족하거나 재고가 남을 때가 많았다. 이 회사는 날씨 정보와 기상 정보를 실시간으로 집계하고 생산량을 예측해 한 달 걸리던 이 과정을 3일로 단축해 재고를 줄였다.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은 지난해부터 날씨 정보를 활용하는 기업에 '날씨 경영 인증'을 해주고 있다. 지금까지 43개 업체가 받았다. 한국기상산업진흥원 안정준 기획이사는 "국내 기상정보업체가 16개 있고 날씨 관측·분석 기술도 세계 7위 수준이지만 이를 이용하는 기업은 아직 적다"며 "날씨로 인한 위험을 최소화하고 수익을 극대화하려면 날씨 정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빅 데이터(Big Data)

기존 기술로는 분석·처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방대하고 복잡한 데이터. 최근 IT가 발달하면서 빅 데이터를 활용해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기업 경영, 질병 연구 등에 이용하는 기법이 개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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