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은 아버지세대 때문?" 2012년 대한민국 자화상

정진우 기자 2012. 10. 3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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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주최 '2012 대한민국 취업박람회' 가보니..'父子'의 세대간 일자리 전쟁

[머니투데이 정진우기자][고용부 주최 '2012 대한민국 취업박람회' 가보니...'父子'의 세대간 일자리 전쟁]

"25년간 일하던 대기업에서 부장까지 하고 지난해 명예퇴직 했습니다. 앞으로 20년은 더 벌어야 할 것 같아 직장을 구하고 있어요. 자존심은 상하지만 대기업에서 받던 연봉의 30~40%정도 낮춰 희망연봉으로 제시했는데도 새 직장 찾기가 힘드네요. 저처럼 베이비부머들이 서서히 퇴직하고 있는데, 회사에서 최대한 늦게 나오려고 하는 분위기입니다. 준비 없이 퇴직하면 힘드니까요."(54세, 서울 성북구 재취업 희망자)

"대학 졸업반인데 취직하기가 어렵네요. 올 하반기에만 13군데 원서를 냈지만 모두 떨어졌습니다.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뽑지 않는 것 같아요. 작년에 100명 이상 채용한 곳들도 경기가 좋지 않아 10명 내외만 뽑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저처럼 신입보다 직장생활 경험이 많은 경력사원을 선호하는 기업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당장 경기가 나아질 것 같지 않은데 정말 큰일 입니다."(서울 소재 A대학교 4학년, 취업준비생)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주최 '2012 대한민국 취업박람회'. 어려운 취업 현실을 반영하듯 대학생, 대졸자, 중장년층 등 2만여 명의 구직자들이 몰렸다. 90여 개 중소·중견기업들이 이번 행사를 통해 신입·경력자 등 1600여 명을 뽑는다.

모든 세대에게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이번 행사에선 그야말로 '세대 간 일자리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베이비붐 세대인 중장년층들은 인생 2막을 열기 위해 새로운 직장 찾기에 여념이 없었고, 대졸자들은 신입직원을 한명이라도 뽑는 기업 부스에 문전성시를 이뤘다.

지난달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서 퇴직한 전문대 학력의 이진석(44세, 가명)씨는 "기업들이 여전히 스펙을 많이 보는 것 같다"며 "오늘 5군데 면접을 봤는데 실무능력을 우대하는 곳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KT에서 30년 동안 일하고 몇 년 전에 정년퇴직한 정만섭(61세, 가명)씨는 "통신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며 "나처럼 자녀들이 모두 취직한 경우는 그래도 괜찮지만, 주변엔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구직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대학교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아버지 세대'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인천에 있는 B대학 전자공학과 4학년 염창식(28세, 가명) 씨는 "IT분야에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뽑는 곳이 별로 없는 것 같다"며 "오늘 박람회에 와서 보니 중장년층 경력자들도 많던데, 이들과 또 경쟁을 해야 하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회사에서 연봉 1억원 받는 사람 한 명이 퇴직하면 신입사원 3~4명을 채용할 수 있다고 들었다"며 "연봉을 많이 받는 고령자들이 아직 많기 때문에 우리같이 신입사원 채용 여력이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날 채용 현장에서 본 것처럼 최근 우리나라엔 50대 이상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은 계속 늘고 있지만 20대는 줄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 7월 50대와 60세 이상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경제활동참가율이 각각 1.5%포인트, 1.1%포인트 증가했지만 20대는 1.3%포인트 감소했다. 또 지난 9월 기준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6.7%로 전체 실업률 2.9%의 2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주무부처인 고용부도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고용이 함께 증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청년 고용을 늘리기 위해 기업들의 신규 일자리 창출 지원은 물론 공공부문에서도 청년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있다. 또 중장년층들이 인생 2막을 설계할 수 있도록 '새일찾기 프로젝트'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채필 고용부 장관은 "대기업에서 일하던 중·장년층이 중소기업에서 일하면서 중소기업 발전에도 기여하고, 청년들에게도 일자리를 줄 수 있다"며 "청년과 중장년층간의 세대 간 일자리 공생이 필요하고 그런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관련 키워드] KT| 고용노동부

머니투데이 정진우기자 econph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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