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잘려?..정기인사가 무서운 건설사 임원

전태훤 기자 2012. 10. 12.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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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목숨이라 봐야죠. 다들 쓰러지는 판에 실적도 작년의 절반이고 내년에도 손가락 빨게 생겼으니, 붙어 있으면 용한 거죠."

내로라하는 중견 A건설사의 건축영업담당 최모 상무가 깊은 한숨을 내쉰다. 이제 상무 2년차. 사내 최연소 임원으로, 직장인들의 선망인 속칭 '별'을 남보다 앞서 달았을 때만 해도 거칠 것 없이 앞으로 내달릴 것 같았던 패기가 두 달을 채 남지 않은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다. 최 상무는 "임원(任員)이 임시직원(臨時職員)의 준말이란 농담을 요즘에서야 실감한다"고 말했다.

정기 임원인사 시즌이 서서히 다가오면서 건설회사 임원들이 좌불안석이다. 건설경기 장기 침체로 주저앉은 실적과 먹구름 잔뜩 낀 내년도 전망에, '떨어지는 별'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하루하루가 가시방석 신세다.

대형 건설사 임원이라고 사정이 별반 다를게 없다. 한 대형 건설업체 B사의 주택사업담당 김모 상무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조직개편. 회사 인맥을 통해 1주일에도 몇번씩 '별 일' 있는지를 챙겨 묻는 게 일상처럼 됐다.

김씨는 "최근 몇년 전부터 상시 구조조정이 시작되며 조직을 슬림화하는 쪽으로 조직개편이 이뤄졌다"며 "본부나 부서가 통폐합되면 보직 임원과 부서장 수도 줄어들게 되니, 조직개편은 곧 임원 경질의 또다른 말로 들린다"고 말했다.

그나마 대형사에선 같은 임원이라도 해외 플랜트쪽은 그래도 고개를 들고 다닐 만은 하다. 경영지원이나 국내 주택·토목 담당 임원들에겐 나름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대형 C건설사에서 경영기획을 맡고 있는 박모 전무는 플랜트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입사 동기가 마냥 부럽기만 하다. 박 전무는 "공대를 같이 졸업하고 입사해 평사원때는 함께 해외 현장 근무도 하며 비슷하게 경력을 쌓아왔지만 어느 순간 현장직과 본사 지원부서로 엇갈렸다"며 "몇년전까지만 해도 못느꼈는데 요즘같은 내수시장 불황에선 효자 소리 듣는 해외 사업을 맡고 있는 동기가 부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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