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되는 정보 '빅데이터']국내 기업, 빅데이터 활용은..아직은 걸음마 단계

2012. 9. 2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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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에 빅데이터 마케팅은 생소한 게 사실이다. 일부 기업 마케팅 담당자는 "과거에도 구매이력, 이벤트 참여도 등 고객관계관리(CRM) 자료를 바탕으로 타깃 마케팅을 해왔는데 뭐가 다르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관건은 이전보다 얼마나 종전 데이터를 잘 분석해 구매율을 높일 수 있느냐다. 채승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데이터의 규모만 갖고 빅데이터다, 아니다 논쟁하는 건 의미가 없다. 데이터를 활용해 종전 고객의 재구매율을 높이고, 새로운 고객을 발굴했을 때 빅데이터의 진가가 판명된다"라고 말한다. 아직은 초창기지만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국내 기업 사례를 산업별로 모아봤다.

유통

미래 구매력 있는 고객 가려내

유통만큼 소비자 지갑을 열려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곳이 없다.

최근 들어서는 좀 더 다양하고 세분화된 자료를 토대로 마케팅 대상을 발굴하고 구매를 유도한다. 백화점 업계가 대표적이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해 인천에 명품관을 열 때 빅데이터 마케팅을 시도했다. 종전 인천점 고객 가운데 30~40대 전문직 여성 고객을 먼저 추렸고, 화장품 구매를 비롯해 여섯 가지 조건을 충족시킨 고객을 가려냈다. 여기서 다시 서울 지역 백화점에서 명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고객 4만명을 집중 공략했다. 4만명 중 2만명이 실제로 인천 명품관에서 구매했고 전체 매출도 30% 이상 증가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의 갤러리아몰도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한다. 1000여명의 프라이빗 회원을 추출하고 그들만을 위한 명품 할인 행사를 열었다. 갤러리아몰 담당자는 몇 번의 행사를 통해 '구매금액에 대한 부담감이 높을수록, 타깃고객은 적을수록, 할인율은 높일수록 성과가 좋다'는 결론을 얻어냈다. 2주간 500명을 불러 명품 19개 품목을 30% 할인 판매할 때보다 1주일간 300명을 불러 인기 명품 5개 품목을 45% 할인하는 행사 매출이 더 높았다는 것이다. 프라이빗클럽은 지금도 인원 수, 기간, 품목 수 등을 이런 기준으로 조절하며 매출을 높이고 있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멀티브랜드샵 '보떼'도 비슷한 방식을 썼다. 250만명의 고객데이터를 분석하던 중 최근 전체 35%에 달하는 고객층인 40대 여성 고객층의 구매율이 다소 저조해졌다는 걸 알게 됐다. 이들의 니즈를 분석하기 위해 '보떼 마일리지' 사용처를 추적했다. 대부분 문화공연에 이를 사용했다. 보떼는 40대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시사회 이벤트를 기획, 마일리지카드 고객 2500명을 초청했다. 상영관 입구에서는 고객층의 선호 브랜드인 이자녹스와 비욘드 샘플 증정, 퀴즈 이벤트를 병행했다. 영화시사회에 참여한 40대 여성들의 구매금액은 현재 전년 대비 46%나 증가했다. 향후 보떼는 데이터를 이용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지속적으로 계획하고 있다.

VVIP는 단기간 내 큰 폭 할인 선호

인터넷 쇼핑에서도 홈페이지 체류 시간, 페이지 탐색 패턴 등을 집약해 추가 구매를 이끌어내는 곳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올해 2월 시범 적용한 GS샵의 '리얼추천(Real Recommendation)'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옷을 사기 위해 홈페이지에 접속한 사람이 페이지를 넘길 때의 패턴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비슷한 아이템, 겹쳐 입어야 할 아이템, 비슷한 가격대의 아이템을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인터넷 소비자들은 보통 메인화면에서 구매하지 않기 때문에 메인화면 매출이 적다. 그러나 GS샵은 메인화면에 리얼추천 프로그램을 적용한 뒤로 전체 40페이지 중 4위권 내 매출을 기록할 만큼 성과를 냈다. 없던 수요를 창출한 셈이다. GS샵 관계자는 "비슷한 가격대를 막연하게 추천하는 과거 방식 대신 리얼추천 서비스를 쓴 결과, 방문자 수와 구매금액이 기존 베스트상품 추천 대비 1.7배 높게 나타났다. 구매전환율(단순 검색에서 실질 구매로 전환되는 비율) 역시 최소 2배에서 5배까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소개했다.

소셜커머스 쿠팡은 올해 처음 시도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지난해만 해도 여행·문화 상품은 구매이력이 있는 사람에게 집중적으로 이메일을 보내 재구매를 유도해왔다. 올해는 구매이력에 웹페이지 내에서 여행·문화 상품에 대한 조회, 클릭, 이동 경로와 같은 웹로그 이력,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관심 정보 등을 추가해 관심 고객군을 재분류했다. 그랬더니 구매이력 기반의 추천상품을 제공했을 때와 비교해 약 1.5~2배 가까운 메시지 반응을 보였다. 구매전환율 역시 구매이력이 있는 사람들보다 약 10~20% 더 높았다.

쿠팡, 홈페이지 방문고객 집중분석

편의점 업계에서는 CU의 변신이 눈길을 끈다. 훼미리마트에서 간판을 바꿔 단 CU는 전국 7000여개 매장의 구매이력과 방문빈도, 지역별 매출 등의 정보를 분석했다. 그 뒤 올해부터 입지를 8개 유형으로 나눴고 입지에 따라 맞춤 상품으로 재배열했다. 1~2인 소규모 가구가 거주하는 독신자 주택 입지에서는 치즈, 조미소스 & 통조림, 반찬 등 식재료 상품들을 강화하는 식이다. 그러자 점포 매출이 이전 상품 구성 대비 약 8.1%(올 상반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올랐다. 제너시스BBQ는 자체 상권, 구매이력 분석 도구인 GMS(Genesis Marketing Strategy) 시스템을 구축해 효율을 높였다. 점주들은 GMS를 통해 매출 감소 요인을 파악하고 전단, 문자메시지, 아파트 게시판, 이벤트 등 어떤 마케팅 방식이 가장 적합할지를 골랐다. 강남의 한 지점은 GMS로 주문이 뜸했던 아파트 단지를 찾아내 전단, 부녀회 지원 등 다각적인 판촉활동을 펼쳐 전년 대비 50% 이상 매출 성장률을 올렸다.

금융

카드실적·평점 높은 곳이 맛집

금융권에서 가장 활발하게 빅데이터를 활용하려는 곳은 카드사다.

카드사는 자사 사용 실적 일부의 통계자료를 공개하면서 고객이 합리적으로 소비할 수 있게 유도한다. 이럴 경우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져 이용 실적도 증가한다는 계산이다. '현대카드 MY MENU' 서비스, 롯데카드 '스마트 컨슈머' 앱이 대표적인 예다. 현대카드 MY MENU 앱은 블로그에 개인적인 맛집 평가를 보고 갔다가 욕만 하고 나오는 사례에 주목했다. 고객이 이 앱으로 어떤 식당을 검색하면 그 식당을 방문하는 고객 성별, 연령대, 직업, 재방문율, 보유카드 혜택 등을 한 번에 보여준다. 이때 자료 출처는 현대카드 가입자의 3개월 치 이용 실적이다. 맛집을 찾는 사람이라면 이 앱을 통해 '이 식당을 이용하는 사람의 성별, 연령대가 이러니 음식 스타일이 이럴 것 같다' '재방문율이 높으니 만족도도 높겠군' 등의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선보이자마자 아이폰 무료 앱 부문 8위, 라이프스타일 부문 1위에 오르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앱을 이용한 고객의 현대카드 재이용률이 뚜렷하게 늘었다"고 전했다.

롯데카드, 결제 때마다 맛집평가 유도

롯데카드의 스마트 컨슈머 앱은 '카드 이용 횟수 = 평점 부여 횟수' 방식으로 빅데이터를 소비자가 직접 만들고 공유한다. 이 앱을 깔아놓으면 식당에서 결제할 때 곧바로 평점을 매길 수 있는 푸시알림 기능이 뜬다. 평가 후 롯데포인트 행운권을 받을 수 있어 고객 참여도를 높였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는 다른 고객이 그 가게를 방문할 때 평점과 이용 빈도 등을 한눈에 알 수 있게 재구성돼 제공된다. 올해 3월 출시했는데 9월 현재 소비자들이 직접 평가한 약 200만개의 빅데이터가 축적됐다. 카드 결제 횟수 역시 그만큼 늘었다는 말이다.

삼성카드의 전자지갑 서비스 'm포켓'도 빅데이터를 활용해 만들었다. m포켓 내 'Find 서비스'를 클릭하면 삼성카드 250여만개 가맹점 중 매출과 사용자 결제건수를 기준으로 인기 가맹점을 선정해 보여준다. 가맹점 가운데 가장 혜택이 높으면서 고객 위치에 가까운 곳을 실시간으로 찾아 알려준다. 9월 현재 13만여명이 이용 중이다.

IT

기지국 정보를 상권 분석에 활용

삼성전자는 차세대 반도체 SSD의 마케팅에 빅데이터를 활용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2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는 SSD 분야에서는 후발주자였다. SSD 시장의 주도권은 인텔, OCZ가 꽉 쥐고 있었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선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필요했다. 제품 출시를 앞두고 삼성전자는 인터넷 공간에서 사람들이 주고받는 SSD 관련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SSD는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의 대체품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HDD와의 가격 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가격 대신 성능, 안전성, 호환성을 강조했다.

마케팅은 주효했고, 시장 진출 2년 만에 유럽 주요국에서 1위를 차지하고 미국에서도 3위 자리까지 넘볼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은 기지국 정보를 활용한 상권 분석 서비스 '지오비전'을 일찌감치 내놨다. SK텔레콤은 유동인구 데이터를 매월 테라바이트 단위 규모로 처리한다. 이 데이터를 상권 분석에 활용하면 개인이 일일이 발품을 팔아 조사하는 것보다 훨씬 정확한 결과를 뽑아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지오비전엔 오케이캐시백과 제휴 카드사의 데이터도 함께 들어 있다. 이를 통해 1년 동안의 상권 매출 변화 추이, 시간대별 매출 규모, 유동인구의 성·연령별 규모 등을 한꺼번에 파악했다. 현재 티몬 같은 소셜커머스 업체나 미래에셋생명 등의 보험사가 마케팅 도구로 활용한다.

CJ E & M, 고객 탈퇴 예방에 활용

내비게이션 서비스 'T맵'도 빅데이터 활용 사례로 꼽힌다. T맵은 전국 도로의 교통 상황을 5분 단위로 수집, 분석해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길과 정확한 도착 시간을 알려준다. 전국 교통 정보는 5만여대의 택시와 상용차량에 장착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장치를 통해 수집된다. 오차범위 5분 내외의 정확한 도착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 날씨 변수까지도 고려한다. 이호연 SK플래닛 매니저는 "스마트폰 보급 확대에 따라 티맵 가입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현재 티맵 가입자 수는 1470만명으로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 2명 중 1명이 티맵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업체도 빅데이터를 활용한다. CJ E & M 게임사업본부는 게임데이터분석팀을 별도로 두고 동시 접속자 수, 구매 정보 등 각종 데이터를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이 팀은 15개의 핵심 지표를 개발해 주요 의사결정자들이 매일 오전 모니터링을 한다. 예측치에서 크게 벗어나는 이상 현상이 발생하면 곧바로 담당자에게 알려주는 시스템도 갖췄다. 김태헌 CJ E & M 게임데이터분석팀장은 "과거 게임 플레이, 구매 행위를 분석하면 조만간 탈퇴할 것으로 보이는 유저를 추려낼 수 있다. 이들만을 위한 타깃 마케팅을 통해 탈퇴율을 낮추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IT 기업 중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업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통신업계만 봐도 KT, LG유플러스 등 2등 업체들은 빅데이터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SK텔레콤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다음소프트의 권미경 이사는 "빅데이터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선도업체가 대부분이다. 현재 잘하고 있다고 안주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더 잘하기 위해 뭘 해야 될지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빅데이터 마케팅의 한계

아전인수식 해석은 오히려 독

지난해 꼬꼬면의 등장은 유통가에서 단연 화제였다. 개그맨 이경규 씨의 레시피, 발빠른 팔도의 생산과 마케팅, SNS 반응을 활용한 신속한 의사결정 등 식품계의 새로운 히트상품 성공 공식처럼 보였다. 하지만 1년이 지나지 않아 꼬꼬면의 인기는 빠르게 식었다. 한 대형마트에서 지난해 12월 2위까지 올랐던 꼬꼬면은 올 6월부터 3개월간 판매순위가 30위로 급전직하하기도 했다. 한때 트렌드도 잘 읽었다는 찬사를 들으며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프로야구 스폰서는 물론 SNS 분석을 통한 왕성한 판촉활동도 했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물론 팔도는 SNS 등 소비자 반응을 면밀히 챙겼다. 다만 이를 수집하고 계량화하진 못했다. 그러다 보니 '아전인수'식의 대응으로 일관하는 오류를 범했다. 꼬꼬면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이나 제안에 대해서만 반응하고 개선했지, 트윗 수 감소 등의 통계는 활용하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말부터 "하얀 국물 라면은 한물갔다"란 말이 돌고 그 사이 SNS상에서 관심도가 현저히 줄었지만 한동안 비슷한 마케팅을 계속 고수했다. 최근에서야 '앵그리 꼬꼬면'으로 빨간 국물 라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함유근 건국대 경영대학 교수는 "다양한 정보를 축적하고 또 이를 지속적으로 분석해 맞춤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숙달된 내부 직원, 즉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역할이 부족했던 결과"라고 말했다.

업체 간 정보 공유에 대한 두려움도 빅데이터 마케팅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요소 중 하나다. 기아차는 지난해 11월 NFL 슈퍼볼 결승전이 열렸을 때 30초짜리 광고를 내보내는 데 3000만달러를 썼다. 광고가 나간 후 기아차에 대한 대화가 전체 자동차 대화 중 4%에서 9%로, 긍정적인 신뢰성도 4%에서 18%로 상승했다. 하지만 이 수치가 판매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기아차는 MOBI라는 외부 소셜 분석 소프트웨어를 썼는데 여기에 판매 실적을 연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KB카드 역시 신상품을 출시하면서 LIG시스템의 '스마투유'란 SNS 분석 솔루션을 장착했다. 트위터를 통해 퀴즈를 풀게 해 맞히면 응모자들이 좋아하는 뮤지컬 티켓을 주는 이벤트는 트윗 수가 평균보다 400% 정도 증가했다. 긍정적인 감성도 30%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이 역시 카드 가입자 수 증가와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 종합적인 결과를 도출하진 못했다. LIG시스템 관계자는 "이미 매출상관도까지 연동한 솔루션이 개발돼 있지만 기업들이 매출은 대외비라며 노출하지 않아 신뢰도가 높아진 게 얼마나 판매에 기여하는지까지는 측정의 한계가 있다"라고 털어놨다.

기업에서 보면 빅데이터 분석자료는 아직까지 참고사안일 뿐이다. 한 마케팅 담당자는 "감성분석과 같은 빅데이터 분석기법은 지나치게 방대한 스팸정보와 별로 관련 없는 정보들까지 반영하다 보니 꼭 정확하다고 보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김헌주 기자 donga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75호(12.09.19~09.25 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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