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없는 금통위 김중수 총재 거수기?

중앙일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전 세계가 돈을 푸는데 한국은 두 달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이 세계 금융의 섬처럼 느껴진다." 지난 4월 출범한 이명박 정부 2기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을 두고 한 채권 담당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환율전쟁'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며 앞다퉈 돈을 푸는 미국과 유럽·일본의 중앙은행에 비해 한은의 움직임이 답답하고 느리다는 비판이다.

 비판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2기 금통위는 지난 7월 한 차례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로 내리는 것 외에는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유럽 재정위기가 최고조일 때 출범해 중국을 비롯한 브릭스 국가로의 침체 확산, 미국과 일본의 회복 지연 등을 지켜보고도 그랬다. 한 전직 금통위원은 "올릴 수 있을 때 올리지 못했던 데 따른 자승자박"이라고 지적했다. "주요국과 달리 한국은 제로 수준으로 금리를 떨어뜨릴 수 없어 연 2%가 한계다. 이를 감안하지 않고 금리 인상을 주저해 왔고 지금은 내리고 싶어도 내리지 못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금통위의 '만장일치' 행진도 시장이 의아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2기 금통위는 지난 4월 문우식·정순원·정해방·하성근 위원과 박원식 한은 부총재가 새로 합류하면서 꾸려졌다. 5월·6월·8월·9월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7월에는 '6명 찬성, 1명 반대'로 기준금리를 인하했으나 당시 유일하게 반대의 목소리를 냈던 금통위원은 대표적인 '매파'(금리 인하 반대)인 1기 출신의 임승태 위원이었다. 새로 뽑힌 5명의 신임 금통위원은 지금까지 열린 다섯 차례 회의에서 한결같이 김중수 총재와 같은 의견을 낸 셈이다.

 전임 이성태 총재 시절 금통위원을 지낸 이성남 민주통합당 전 의원은 "지금처럼 만장일치가 압도적인 경우는 드물다"며 "금통위원 사이에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내우외환이 밀려오는 가운데 다양한 정책조합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금통위가 일방통행으로 흐르는 건 오히려 시장과 국민의 불안감을 키운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2010년 5월~2012년 4월까지 활동한 1기 금통위는 고민을 한 흔적이 역력했다. 이 기간 24회의 금통위 중 만장일치로 결정된 것은 15번, 의견이 갈린 적이 9번이었다.

 '논리와 일관성' 부족도 2기 금통위의 약점으로 꼽힌다. 신임 금통위원 5명은 채권시장에선 금리 인하를 옹호하는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하지만 한 달 전까지는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역설하다가, 8월에는 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통화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증권 강효승 연구원은 "8월 의사록이 공개된 이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당분간 동결할 것이라는 주장이 다시 세를 얻어가고 있다"며 "금통위원의 시각이 바뀌다 보니 이젠 의사록을 봐도 향후 금리 방향을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 이런 우려는 인선 때부터 나왔다. 문우식 위원은 MB 대선캠프의 정책자문단에서 활동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김 총재와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정해방·하성근 위원은 대통령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정순원 위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정' 격인 현대차그룹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 때문에 당시 한은 노조는 "모두 친정부적 경력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중립성을 지킬 것을 서약하라고 요구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한 금통위원은 "만장일치로 결정되더라도 표결을 부치기 전까지의 논의 과정에서는 격론이 오고간다"며 "금통위원은 특정인의 의중에 휘둘리지 않고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한다"고 반박했다.  

◆ 금융통화위원회

한국은행에 설치된 정책결정 기구로 매달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등 통화정책 방향과 금융 관련 정책을 의결한다. 당연직인 한은 총재와 부총재를 포함해 한국은행·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대한상의·은행연합회에서 각각 추천한 인사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손해용 기자hysoh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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