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업 창업주, 주식 전량 매각 '먹튀'

홍재원·이호준 기자 2012. 9. 20. 21:4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문술 고문, 고점에서 거래 "차익 실현"현 경영진도 같은 날 매각.. 한국거래소 조사

대선테마주로 분류된 미래산업 대주주와 사장 등 경영진이 주가가 고점일 때 보유주식 전량을 매각, 거액의 차익을 챙겨 논란이 일고 있다. 이후 이 회사 주가는 연일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개인투자자들만 크게 손실을 봤다.

벤처1세대로 꼽히는 정문술 미래산업 고문(74·사진)은 지난 14일 자신이 보유한 미래산업 주식 2254만6692주(지분 7.49%)를 장내 매각했다. 부인 양분순씨도 139만159주(0.46%)를 함께 처분했다. 매도 단가는 1785원으로, 이들 부부는 427억원가량을 손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권순도 사장과 권국정 이사도 각각 60만주와 14만2000주를 처분, 각각 10억원과 2억5000만원 정도를 챙겼다. 정 고문은 지분을 매각한 뒤 4거래일째인 19일 거래 사실을 공시했다.

미래산업은 정 고문이 안철수 대선 후보와 친분이 있다는 설이 돌면서 '안철수 테마주'로 꼽혀, 올 초 300원대이던 주가가 급등해 지난 13일에는 2075원까지 치솟았다. 정 고문측의 대량 매도 이후 주가는 급락했다. 미래산업 주가는 14일부터 내리막길을 타 20일에는 1005원으로 마감했다. 최대주주의 지분 처분 후 일주일 만에 주가가 반토막 난 셈이다.

정 고문 부부와 경영진은 시세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주식을 처분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 단계에서 이들의 지분 매각은 법적으로 문제될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하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대주주와 경영진이 정상적인 경영행위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기는커녕 대선 테마주 바람을 타고 급등한 주식을 고점에서 팔아 거액을 챙기고 빠져나간 것 자체가 도덕적 해이"라고 말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개인투자자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주가 폭락에 따른 손해를 보게 됐다. 정 고문 등의 행태가 알려지면서 미래산업에는 개인투자자들의 항의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미래산업 관계자는 20일 "정 고문이 2001년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주주총회에도 오지 않는 등 회사 일에 관여하지 않아왔다"며 "법에는 저촉되지 않는다지만 최대주주의 이례적인 매도 행위로 회사 이미지에 타격이 오고 있어 직원들도 당황스러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 고문이 비난을 각오하고 차익 실현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실질적 최대주주가 누구로 바뀌었는지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미래산업의 주가 급등락에 '작전'이 개입됐는지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관계자는 그러나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행위 자체는 도덕적 문제일 뿐 법적인 문제가 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밝혀 제도 보완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법적으로는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의 보유량이 1% 이상 변동될 경우 5영업일 안에만 보고하면 된다.

경향신문은 권 사장의 설명을 듣기 위해 미래산업 측에 문의했다. 그러나 이름을 밝히지 않은 IR팀의 한 직원은 "권 사장 인터뷰는 불가능하다. 권 사장 사무실 전화번호도 회사 기밀"이라면서 거부했다. 그는 "권 사장이 지분을 매각한 이유는 본인만 알 뿐 우리는 모른다"고 했다.

1983년 설립된 미래산업은 반도체 불량검사 장비인 핸들러와 라인 자동화 설비인 마운터 등을 생산하는 회사로, SK하이닉스 등에 해당 장비를 납품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으며 연간 매출은 700억~800억원 수준이다. 최근 세계적 불황과 반도체 경기 악화 등이 겹쳐, 올 상반기 매출은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 홍재원·이호준 기자 jwhong@kyunghyang.com >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