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차단·패키지 판매..넥슨엔 '상생의 게임'이 없다?

이정흔 기자 2012. 9. 1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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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넥슨이 PC방 업주들에게 '찍힌' 이유

[[머니위크]넥슨이 PC방 업주들에게 '찍힌' 이유]

"넥슨의 노예에서 벗어납시다."

게임업체 넥슨과 PC방 소상공인들의 갈등이 격해지고 있다. 서울 역삼동 넥슨 본사 앞에선 몇년 전부터 소규모 시위가 자주 벌어졌지만 PC방 업주들의 최근 움직임은 전례없이 격렬하다. 지난 12일 열린 대규모 집회에선 성난 PC방 소상공인 100여명이 '넥슨의 횡포'를 성토하며 '골목 상생'을 소리높여 촉구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한국인터넷문화컨텐츠협동조합 외에 금융소비자협회, 전국소상공인연합회, 학부모 단체 등과 연대해 공세의 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PC방 업체들이 이토록 격렬하게 넥슨 퇴출 운동까지 불사하는 이유를 들어봤다.

◆넥슨과 거래하기 싫으면 문 닫아라?

현재 PC방 소상공인들이 주장하는 바는 크게 두가지다. PC방 업주에 대한 넥슨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개선하고 아이들을 타깃으로 한 사행성 부분유료 아이템 판매를 금지하라는 것이다.

넥슨의 불공정거래로 지목되는 가장 대표적인 행위는 '비가맹 PC방의 게임 접속 차단'. 현재 PC방 업주들은 넥슨과 같은 게임사로부터 '카트라이더' 등의 특정게임을 시간단위로 구매한 뒤 이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그런데 유독 넥슨만 자사의 게임을 사지 않는 가맹점에게는 홈페이지 접속을 위한 IP를 차단하고 있다.

문제는 카트라이더 등 넥슨에서 제공하는 게임의 경우 PC방이 아닌 다른 곳에서의 접속은 무료라는 것. 넥슨 측에서는 "소비자들이 집에서 이용하는 게임과 달리 PC방에 제공하는 게임은 프리미엄 서비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최승재 한국인터넷문화컨텐츠협동조합 사무총장은 "프리미엄 서비스라고 하기에는 아이템 등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며 "더욱이 이를 명목으로 넥슨과 거래를 하지 않는 PC방의 접속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거래를 강제하는 것이다"고 항변했다.

그는 이어 "더 심각한 것은 넥슨과 거래를 하다 끊긴 경우 외에 처음부터 넥슨과 거래를 하지 않았던 가맹점들까지 IP를 차단하고 있다는 점이다"며 "거래 내역이 한번도 없는데 어떤 경로로 IP주소를 입수해 차단하는지 설명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넥슨 측은 답변이 없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처럼 PC방 소상공인들이 넥슨의 게임을 구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PC방 업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은 '끼워팔기' 관행이다. 현재 PC방에 게임을 판매할 때 패키지 형태로 여러 종류의 게임을 묶어서 판매하는 업체는 넥슨 외에도 여러 곳이 있다. 그런데 유독 이들이 넥슨만을 문제 삼는 이유는 무엇일까.

백 사무국장은 "다른 게임업체들은 여러 종류의 게임 중에서 PC방 소상공인이 필요한 게임을 고를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유독 넥슨만 PC방측의 선택권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패키지 구매를 거부하는 PC방은 모든 게임을 개별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구매할 경우 지불해야 할 금액이 크게 불어나기 때문에 대부분은 비인기 게임까지 패키지를 통해 추가 요금을 지불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최 사무총장은 "이것뿐 아니라 넥슨이 인기 게임들을 이용해 PC방 업체들에게 과도한 지위를 남용하는 행태가 심각하다"며 "PC방 업체들과의 거래 약관 내용을 업주들에게 통보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한 뒤 동의하지 않으면 회원 탈퇴를 종용하기도 한다"고 성토했다.

그가 기자에게 사진 한장을 내민다. 불과 얼마전인 8월13일 넥슨 측에서 PC방 소상공인들에게 약관 변경을 공지한 내용이다. 사진에선 '약관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거부할 수 있으며(회원 탈퇴), 아무런 의사 표시가 없으면 동의한 것으로 간주해 적용하겠다'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넥슨 측의 약관 변경 요청을 사실상 거부할 수 없는 조건에서 게임업체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약관 변경이 얼마든지 가능한 시스템이라는 얘기다.

◆오과금 의혹? 확인했으니 문제없다는데...

최근 불거진 오과금 문제도 만만찮은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PC방에서 사용하지도 않은 컴퓨터에 게임 사용시간이 찍혀 요금이 청구되는 경우가 최근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넥슨 측은 "부분적으로 인정한다"며 "피해 업주들에게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갈등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넥슨은 이후 전수검사를 통해 추가 오과금을 밝혀내고 피해 업주들에게 개별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PC방 소상공인들은 "확인된 것 외에 확인되지 않은 오과금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미 과금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며 "신뢰할 수 있는 과금시스템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백 사무국장은 "오과금에 대한 의혹은 꾸준히 불거졌으나 최근 밝혀진 내역들도 우연히 고장난 PC에서 결제대금이 발생하며 확인된 것"이라며 "PC방을 운영하며 일일이 게임시간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피해가 확인된 건에만 보상금을 지불한다는 건 턱없이 부족한 대책이다"고 맞받았다.

PC방 업체들은 앞으로 금융소비자협회, 학부모 단체 등과 함께 사행성 부분유료 아이템 판매에 대한 시위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메이플 스토리를 비롯한 넥슨의 게임은 대부분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게임을 이용하다 보면 게임 내 별도의 스토리를 마련해 아이템을 구매하도록 해 놓은 내용들이 적지 않게 포함돼 있다.

백 사무국장은 "메이플 스토리와 같은 넥슨의 대표 게임은 초등학생을 비롯한 아이들이 자주 이용하는 대표적인 게임이다"고 밝혔다. 메이플스토리는 100원 소액 결제를 통해 아이템을 무작위로 선정할 수 있도록 해 놓은 코너가 많다. 그러니 아이들이 더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 게임의 본래 스토리보다는 이 같은 사행성 아이템 구매에 열중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최 사무총장은 "PC방은 단지 게임 콘텐츠를 유통시키는 곳일 뿐인데 아이들의 사행성을 부추기는 온상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형국이다"며 "넥슨은 글로벌 게임업체로서 대표성을 띠는 만큼 게임 콘텐츠에 대해서도 사회적 책임을 보다 강하게 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머니위크는 PC방 소상공인 측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넥슨 측의 입장을 요청했지만 넥슨 측은 어떤 답변도 하지 않았다.

☞ 본 기사는 < 머니위크 > (

) 제24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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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정흔기자 viva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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