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에 주택대출 집중.. 일본식 노후난민 조짐

손진석 기자 2012. 7. 10.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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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한 채에 의지한 50代들은 은퇴 후 마이너스 인생] 6억이상 고가주택담보대출 54%가 50代 이상이 받은 것.. 2008년 후 집값하락에 막막 日 파산 신청자 중 60代 이상 1992년 8%→2005년 17% 급증, 한국도 비슷하게 따라가

공기업 간부 A(56)씨는 "10년 후에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도통 모르겠다"며 한숨만 쉬고 산다. 그의 재산은 서울 강북에 있는 시가 8억원짜리 아파트 한 채뿐이다. 이마저도 2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안고 있고, 생활비가 모자라 마이너스통장에서 3000만원을 빼내 썼다. 그는 "2년 후 퇴직하지만 자식 셋의 학비를 대고 결혼까지 시키려면 앞으로 10년은 뒷바라지해야 한다"며 "믿었던 아파트 값도 계속 떨어지고 있어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부담이 고령층에 집중되고 있다. 50대가 되면 어김없이 은퇴하면서 수입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도 자연스레 저하된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마저 하락세를 보이자 '집 한 채'만 믿고 살아온 고령층이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아직은 일부 50~60대가 겪고 있는 문제지만, 우리나라의 고령화율(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2050년에는 38.2%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리한 주택담보대출 고령층에 집중돼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은 50대 이상에 상환 부담이 집중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던 2005~2007년 사이 50세 이상의 주택대출 증가율은 16.5%로서 40대(14.2%), 30대(10.1%)보다 훨씬 높았다. 이 기간 동안 6억원 이상 고가의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의 54%를 50세 이상이 받은 것이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주택시장이 침체하면서 대출금을 갚을 길이 막막해지고 있다.

집을 투자 목적으로 여겨 빚을 냈다가 낭패를 당한 사람들도 50대 이상에서 두드러졌다. 집값이 오르면 되팔아 차액을 남길 요량으로 일시상환대출(대출금을 나눠 갚지 않고 한 번에 갚는 대출)을 받은 비율이 50대 이상에서는 47%로 40대 이하의 32.5%보다 눈에 띄게 높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고령층일수록 오랫동안 집값이 오르는 것만 경험했기 때문에 젊은 층에 비해 집값 하락에 안이하게 대처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주택 구입이 아닌 다른 용도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50대 이상에 집중된다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30대 이하는 주택 구입 이외의 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31%에 그쳤지만, 50대 이상은 이 비율이 56%에 달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모자라는 생활비를 마련하거나 은퇴 후 자영업을 벌이기 위해 빚을 내는 고령층이 많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노후난민 현상 나타날 조짐 보여

우리나라는 가계부채와 관련해 고령화를 먼저 겪은 일본을 뒤따라가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1992년 파산 신청자 중 60세 이상이 8%였지만, 2005년에는 17%로 급증했다. 우리나라도 비슷하게 따라간다. 지난해 신용회복위원회에 개인워크아웃(채무재조정)을 신청한 사람을 연령대별로 보면 40대 이하는 전년에 비해 감소했지만, 50대 이상은 8.6%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집만 가진 노년층이 생활비 마련을 위해 대거 집을 팔기 시작하면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일본은 60세 이상 노년층의 실물자산(부동산) 비중이 1989년 81%였다가 20년이 지난 2009년 61%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고령자들이 노후 생활비 마련을 위해 집을 내다 판 결과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60대 이상의 실물자산 비중은 지난해 85%에 달했는데, 이 비율이 일본처럼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집만 있으면 어떻게 버틸 수 있을 거라며 저축을 하지 않고 살아온 세대가 지금의 50~60대"라며 "부동산 시장이 무너질 경우 대다수 노년층이 은퇴 이후 20~30년을 비참하게 살게 된다"고 말했다.

☞노후난민(老後難民)

빈곤 탓에 자력으로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하는 고령자를 지칭한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겪은 일본에서 처음 만들어진 말이다. 노후난민은 이웃과 사회로부터 소외돼 일상생활에 곤란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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