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화물연대 파업 종료..여전히 남은 문제들

하대석 기자 입력 2012. 6. 30. 14:45 수정 2012. 6. 3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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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운임제 도입, 다단계 구조 개선 시급"

화물연대와 운송사업자협의회가 스무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끝에 29일 오후 운송료 협상을 타결지었습니다. 최종 합의한 운송료 인상폭은 9.9%로 당초 양측은 30% 대 5%의 큰 격차로 맞섰지만, 화물연대가 적극적인 협상 의지로 상호 양보를 이끌어냈습니다.

화물연대 15개 전국 지부도 협상단의 합의안을 67%의 찬성률로 가결시키면서 어제 오후 전격 업무복귀를

선언했습니다. 협상이 조기타결되면서 파업에 따른 피해 규모가 2008년 파업에 비해 백분의 일 수준에 그치는 등 물류대란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운송업계의 핵심 쟁점이었던 표준운임제 도입 등 제도개선 협상이 성과없이 끝난 점은 한계로 남았습니다. 화물연대의 핵심 요구안인 '표준운임제의 법제화'는 일반 노동자들의 '최저임금'과 같이 화물운송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해주자는 것입니다. 기름값 등을 고려해 화물노동자의 운임을 매년 법으로 정한 뒤 이를 어길 경우 화주나 운송회사를 처벌하자는 것이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내용입니다.

이는 정부도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정부는 2008년 6월 표준운임제를 법제화하기로 화물연대와 합의했으나 아직까지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운송료는 기본적으로 화주와 운송사업자, 화물차 운전자 간의 자율 계약에 따르는 게 원칙"이라며 "위반시 법으로 처벌하기보다는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화물연대는 처벌조항이 없어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화물연대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계약에 목을 매야 하는 화물운전자들은 운송업체가 표준운임을 어기더라도 항의할 수 없는 처지"라며 "지금도 화물노동자들은 안전 위협에도 불구하고 법적 허용범위보다 많은 화물을 싣고 가라는 업체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실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화물연대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표준운임제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해 앞으로 정부 입법이 아닌 의원 입법으로 계속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간 수수료가 많이 빠져나가는 '운송의뢰업체→알선업체→운송업체→화물차 운전자'의 다단계 구조도 문제입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화물운송노동자들이 제대로 운임을 받지 못하는 등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최근엔 기름값이 꺾였지만 유가가 다시 급등할 경우 운전자들의 불만은 계속되고 파업이 반복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 화물운송정보시스템 등의 자료를 보면, 40톤의 컨테이너를 부산~서울 왕복으로 운송하기 위해서는 우선 수출입업체(화주)가 대형 운송회사에 123만원을 지불해야 하고 대형 운송회사는 이 가운데 27만원가량을 가져가고, 운송업무를 알선업체에 맡깁니다. 알선업체는 수수료 명목으로 운임의 약 10%인 10만원 가량을 챙기고, 이를 다시 영세 운송사나 소규모 알선업체에 넘깁니다. 이 과정에서 이들도 10%가량의 수수료를 챙깁니다. 결국 운반업무를 맡은 화물노동자가 받게 되는 운임은 78만원으로 수입업체(화주)가 지불하는 돈의 63%가량에 불과한 셈입니다.

화물운송은 왜 이렇게 복잡한 구조를 가진 이유는 대형 운송사들은 직접 운송업무를 맡지 않고 화주로부터 받은 물량을 화물노동자에게 넘기는 구실만 하기 때문입니다.

화물노동자가 실제 손에 쥐는 연간 순수입은 지난해 1999만원으로 조사됐습니다. 올해 수입이 월 100만원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게 화물연대측 설명입니다. 노동자운동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 등 9개 대형 운송회사들은 2008년에 비해 지난해 육상운송 부문 매출이 32% 늘었습니다. 그 사이 화물노동자 운임 총수입은 0.2%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산지 소값은 떨어져도 천정부지로 오르기만 하는 음식점 쇠고기값을 개선하기 위해 중간유통단계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화물운송시장도 같은 논리가 적용되는 셈입니다. 화물연대 파업은 끝났지만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물류대란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하대석 기자 hadae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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