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사이비 언론 숙주' 면하려면

김준형 산업 2012. 6. 2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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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본 세상]

[머니투데이 김준형산업1부장][[돈으로 본 세상]]

'사이비 언론'의 등쌀을 견디다 못한 기업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광고주협회가 '반론닷컴'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악의적인 보도'에 대한 반론권을 스스로 찾기로 했다. 협회는 지난해에 이어 '나쁜 언론'을 선정하기 위해 25개 '언론'을 들여다 보고 있다.

주로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을 매개체로 하는 '군소 사이버 언론'이 주타깃이다 보니 '사이버=사이비'가 공식화 되는 모습이다.

'사이비 종교'의 기준이 예배당 건물의 유무나 크기, 역사의 장단(長短)으로 규정지어지는 게 불합리하듯, 단지 뉴스를 전달하는 공간이 '사이버'라든지, 규모가 작다든지 하는 이유만으로 '사이비 언론'으로 낙인 찍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 대개 이런 기준들은 기존 언론의 '기득권 지키기'로 연결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이비성'을 가르는 기준은 그래서 '사실(fact)'을 직접 취재해서 전달하는가, 언론윤리와 직업의식을 가졌는가, 독립적인 뉴스 생산 및 전달 시스템을 갖고 있는가 등등의 물음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렇다고 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칼로 무 자르듯 딱 떨어지는 사이비 판별법은 없다.

(남에게 내 직업을 소개할때 하는 우스갯 소리지만)숙달된 기술로 남의 기사를 베껴내는 기자(技者), 사실과 거리가 먼 기사로 보도로 남을 속이는 기자(欺者), 항상 굶주려 뭔가를 얻어먹으려 껄떡대는 기자(飢者), 이상한 짓만 골라하는 기자(奇者), 틈만 나면 무슨 자리라도 하나 얻어 보려고 노리는 機회주의者, 그래서 취재원이나 언론계에서도 포기한 기자(棄者)...대충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사이비 언론이다.

이같은 기준에서 보자면, 이른바 '기존 언론' 중에도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는 기자들이 수두룩하다. 그래서 어느 언론에서 '사이비 언론 척결'을 들고 나오면 "지네들은 뭐..." 하는 말이 턱까지 올라오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과거 군사정권이 '사이비 언론'의 잣대로 언론에 재갈을 물린 것도 이런 '애매함'을 이용한 것이었다. 그래서 몇몇 언론이 대놓고 기업들에게 '사이비언론'을 척결하라고 외치는 건 위험한 일이자, 언론의 자정능력 부재를 보여주는 부끄러운 일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기업이 나서서 몇몇 '사이비 언론'을 솎아낸다고 해서 폐해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강 하류에서 백날 수질 정화해봤자, 상류에 축사가 가득하고 공장폐수 파이프가 삐쭉삐쭉 나와 있으면 말짱 꽝이다. '사이비 언론의 숙주'라는 험악한 말까지 듣기에 이른 포털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돌아보지 않으면 '사이비 언론, 나쁜 언론'은 끊임없이 재생산된다는 말이다.

컴퓨터 몇대 놓고 기자 몇명 달랑 앉아서 남이 쓴 기사를 'Ctl-C, Ctl-V'의 마법으로 순식간에 만들어 올려놓은뒤 "포털에 검색되는데요..."라며 기업을 협박하는 '사이비'들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들의 위력은 포털사이트, 특히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네이버의 성장과 궤를 같이 해 왔다.

기업이 이들에게 시달리는 동안, 네이버는 헐값 혹은 공짜로 확보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다양한 '검색'서비스로 돈을 벌고 있다. 네이버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2조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률은 많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30%에 가깝다.

사이비 언론 먹이사슬의 최정점에는 네이버, 최저점에는 기업이 있는 것이다.

군소 혹은 신생 매체가 대부분인 '검색 파트너'만의 문제가 아니다.

네이버에 뉴스 콘텐츠를 제공하는 언론사 중에도 상당수는 공짜에 가까운 헐값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뉴스 캐스트'라는 당근을 얻는다. 언론들은 뉴스캐스트에 기대어 클릭수를 높여 푼돈을 보충해보고자 `제목 낚시질`을 하고, 타 매체를 베끼고 있다. 어느 언론도 자유롭지 못한 불편한 진실이다.

NHN처럼 포털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미디어 유통망'으로서 사회적 책임의식을 갖고, 뉴스 콘텐츠 산업의 인프라 역할을 하겠다는 인식을 갖는데서 '사이비 언론 생태계'의 정화가 시작될 수 밖에 없는 까닭이다.

포털들이 콘텐츠를 싸게 구입해 최대한 돈을 버는데 활용하는 수단으로만 볼게 아니라, 콘텐츠 생산자들의 건전한 성장을 유도하고 사회인프라(포털)의 수익을 공유한다는 '상생'의식을 갖는다면, 포털을 쓰레기 콘텐츠들의 집합소로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번 회의에 몇십만원 거마비 받고, 회사측이 내놓은 안건을 훑어보는 '제휴 평가위원회'를 방패막이 삼아 외부의 비판을 피해가려는 것은 일종의 꼼수이다. 외부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토론회를 열겠다고도 눈앞의 이익보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추구하겠다는 환골탈태가 없으면 요식행위일 뿐이다.

불량제품의 유통 구조를 방치하고 뒤에서 이익을 챙기는 백화점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는다. 또 납품업자(콘텐츠 제공자)들이 �저 백화점(포털)이 없어져야 우리가 사는데�라고 생각하는 구조는 오래 갈 수 없다.

사이비 언론 대책은 기업들의 단체 행동이 아니라 포털생태계 개혁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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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준형산업1부장 navi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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