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유럽 FTA뒤 삼겹살값 상승' 보고서 감췄다

2012. 4. 1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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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1.8%나 올라…의류 등 생활용품도 0.1~2%↑

나랏돈 들인 조사 숨기다 본지 청구에 공개

지난해 8월3일 기획재정부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소비자가격 동향'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 지 한 달을 맞아 국내 물가에 끼친 영향을 조사한 것이었다.

결과는 매우 '좋게' 나왔다. 국산 냉장삼겹살 값의 60~70% 수준이던 유럽산 냉동삼겹살 가격이 40% 수준으로 내려갔고, 이 영향을 받아 국내산 삼겹살 가격도 안정될 것으로 전망됐다. 치즈와 버터 등 유제품 값은 두달 뒤인 10월께부터 약 10% 인하되고, 화장품·의류·주방용품 등 생활용품도 2~10% 수준의 가격 인하가 있을 것이라고 정부는 내다봤다.

정부가 수차례 강조한 자유무역협정의 물가인하 효과가 뚜렷이 나타나자, 재정부는 지난해 11월 한국소비자원에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의 물가 효과에 대해 1000만원짜리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좀 더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분석을 시도한 것이다. 삼겹살·자동차·치즈 등 총 14개 품목을 대상으로 협정 발효 전후 4개월씩의 가격을 비교한 보고서가 지난해 12월 재정부에 건네졌다.

그러나 조사 결과는 정부의 기대와는 딴판으로 나왔다. 전반적으로 가격인하 효과가 크지 않을 뿐더러 심지어 일부 품목은 값이 오르기까지 했다. 정부가 정보공개시스템 상에 해당 보고서를 '공개' 대상으로 해 놓고도, 부처의 연구보고서를 모아놓은 누리집인 '프리즘'(prism.go.kr)에 '비공개'로 설정한 까닭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처음에 어느 정도 결과값 자체가 의미있게 나오면 보도자료를 내려고 했었다"며 "조사 시기가 너무 일렀고, 기대와 달리 가격인하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보고서 공개를 꺼리던 재정부는 <한겨레>가 지난 4일 정보공개 시스템을 통해 정식으로 정보 공개를 요청하자, 일주일 뒤인 12일 뒤늦게 자료를 공개했다. 안정될 것이라던 삼겹살 가격은 11.8%나 올랐고, 가방·의류·화장품 등 생활용품 가격은 0.1~2% 인상됐다. 13~15% 내렸다는 유럽산 와인값은 4.6% 내리는 데 그쳤고, 10% 정도 떨어질 것이라던 치즈 가격은 0.1% 인하에 머물렀다. 전체적으로 조사 대상 14개 품목 가운데 8개 품목은 값이 내렸지만, 6개 품목은 협정 발효 뒤에 거꾸로 가격이 올랐다.

보고서는 "유통업자의 부적절한 가격유지 행위 및 유통 구조의 비합리성이 발견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는 것이 전적으로 자유무역협정 때문만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자유무역협정으로 소비자 가격이 크게 내릴 것이라고 '부풀리기 홍보'에 주력하다가 정작 기대치에 못미치는 결과물을 숨기려고 한 정부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주선 의원(무소속)은 "지난달 말께 재정부에 해당 보고서 공개를 요청했지만 납득할만한 설명을 듣지 못하다가 한겨레 공개 다음날 자료를 받았다"며 "국민적 관심사 중 하나인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나랏돈을 들여 조사해놓고 공개를 꺼린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최현준 류이근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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