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348) 다이아몬드의 정체

2012. 1. 2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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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단단하지만 800도 이상 가열하면 사라져

다이아몬드가 화제다. 아프리카에서 엄청난 규모의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확보했다는 허풍으로 부당한 이익을 챙기려 한 황당한 사건 때문이다. 눈먼 외교부까지 동원했다는 정부 고위 인사가 아직도 큰 소리를 치고 있다고 한다. 다이아몬드를 부정한 뇌물로 사용한 경우는 많았지만 땅 속의 다이아몬드로 일확천금을 노린 통 큰 사건은 처음이라고 한다.

무색 투명하게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는 순수, 영원, 불변을 상징하는 최고급 보석이다. 땅 속에서 캐낸 다이아몬드 원석은 대부분 작고 볼품없는 유리조각이다. 값진 원석을 알아보는 혜안을 가진 숙련공의 손길로 정교하게 깎고 다듬어야만 오묘하게 반짝이는 진짜 보석으로 탄생하게 된다. 다이아몬드가 보석으로 인기를 얻게 된 것도 그런 연마 기술 덕분이다.

다이아몬드의 가장 큰 매력은 단단함이다. 세상 무엇보다도 단단하다. `다이아몬드'나 `금강석'(金剛石)이라는 이름에도 단단하다는 뜻이 담겨 있다. 영원불변을 상징하는 보석으로 인식되는 것도 단단함 때문이다. 그런 다이아몬드를 깎고 다듬기가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이열치열(以熱治熱)하듯이 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를 써야만 깎고 다듬을 수가 있다.

절대 변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다이아몬드를 높은 온도로 가열하면 뜻밖의 일이 벌어진다. 700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검은 흑연으로 변하고, 공기 중에서 800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아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해 연소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이산화탄소로 변해버리기 때문이다. 1772년 앙톤 라부아지에가 처음 밝혀낸 사실이다.

탄소만으로 만들어진 물질은 또 있다. 연필심으로 사용하는 `흑연'도 그렇고, 60개의 탄소 원자가 축구공 모양으로 결합된 `풀러렌'도 마찬가지다. 나노 과학의 핵심으로 알려진 `탄소 나노튜브'도 탄소만으로 만들어진 물질이다. 화학에서는 다이아몬드, 흑연, 풀러렌처럼 같은 원소로 만들어졌지만 물리ㆍ화학적 성질이 다른 물질을 동소체(同素體)라고 부른다.

다이아몬드는 탄소 원자들이 전자를 공유하는 공유결합으로 만들어진 정사면체가 연결된 결정이다. 정사면체들이 3차원으로 연결되면서 견고한 구조가 만들어진다. 흑연은 사정이 다르다. 평면 6각형으로 연결된 탄소 원자들 사이의 화학결합은 다이아몬드보다 더 단단하지만 평면 사이의 결합은 매우 약하다. 그런 흑연은 다이아몬드와 달리 쉽게 부서진다.

다이아몬드는 지하 200킬로미터의 뜨거운 맨틀에서 10억년 이상의 긴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다. 우리가 그런 곳의 다이아몬드를 찾아낼 수는 없다. 대부분 다이아몬드는 맨틀의 마그마가 화산이 폭발하듯이 갑자기 솟아오르면서 만들어진 킴벌라이트 광관(曠官)의 화성암 속에서 발견된다. 그런 광관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러시아에서 많이 개발되고 있다. 다이아몬드를 찾아내는 일은 쉽지 않다. 킴벌라이트 광관의 흙을 수작업으로 샅샅이 뒤져야 한다. 자연에서 그런 방법으로 채취되는 다이아몬드는 연간 1억3000만 캐럿 정도다.

깊은 땅속의 고온과 고압 상태를 흉내내면 인공적으로 다이아몬드를 합성할 수 있다. 화학 증착(蒸着)이라는 기술을 이용하기도 한다. 보석으로 쓸 수 있을 정도로 큰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산업용 연마제로 쓸 수 있는 분말이 만들어진다. 매년 10만 킬로그램의 인조 다이아몬드가 생산되고 있다. 천연 다이아몬드 생산량의 4배가 넘는 엄청난 양이다.

찬란한 다이아몬드가 정치적 혼란을 부추기기도 한다. 중앙과 서부 아프리카의 혁명군이 장악하고 있는 `피의 다이아몬드'가 문제다. 카메룬도 피의 다이아몬드로 유명했던 지역이다. UN이 불법 다이아몬드 유통을 막기 위해 2003년에 시작한 킴벌리 프로세스에도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권력보다 전문성을 앞세운 차분한 자원 외교가 필요하다.

이덕환(서강대 교수, 대한화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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