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먼지 쓸어담던 '에어로젤(Aerogel)' 이젠 지구서 활약

이재원 조선경제i 기자 true@chosun.com 2011. 2. 1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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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고체.. 부피 98%가 공기.. 열·충격에 거뜬, 시베리아·사막 등에선 단열재로 써

밸런타인데이였던 지난 14일. 지구에서 태양 너머 3억2000만㎞ 떨어진 우주에선 '밸런타인 미팅'이 이뤄졌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혜성탐사선 스타더스트(Stardust)호가 템펠1(Tempel1) 혜성을 추적, 근접한 것이다.

스타더스트는 NASA가 우주의 기원을 밝히기 위해 1999년 발사한 탐사선. 이를 위한 방법 중 하나가 혜성의 꼬리 속으로 들어가 우주먼지를 수집하는 것이었다. 스타더스트는 지난 2006년 혜성 빌트2(Wild2)에서 쏟아지는 물질을 수집, 이를 캡슐에 담아 지구로 보냈다.

스타더스트 덕분에 유명해진 것이 바로 에어로젤(Aerogel)이다. 스타더스트가 영하 270도의 우주에서 총알의 10배 속도로 날아오는 알갱이들을 받아낼 수 있는 건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고체'로 불리는 에어로젤 덕분이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효용을 증명한 에어로젤이 최근 진화하고 있다. 기존의 이산화규소(SiO₂·유리의 주성분)가 아닌 셀룰로오스나 탄소나노튜브, 백금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 신세대 에어로젤이 나오면서 기존 에어로젤에는 없었던 초고감도센서·오염정화·백금촉매 등의 기능까지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에어로젤의 진화… 극한 환경에서 일상 속으로

1931년 미국 과학자 스티븐 크리슬러 박사가 처음 개발한 에어로젤은 도토리묵과 같은 젤 형태의 고체에서 물기(액체)를 완전히 빼고 그 자리에 기체를 채워넣어 만든 것이다. 부피의 98%가 공기여서 공기만큼 가볍다.

에어로젤이 지닌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크기의 무수한 구멍은 열 전달을 차단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데 탁월하다.

공기를 통해 열이 전달되려면 공기 입자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데, 에어로젤 안에서는 공기 입자들이 수많은 방안에 갇혀 움직이지 못한다. 덕분에 두께가 1㎝인 에어로젤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700~800도의 불꽃으로 달궈도 끄떡없을 정도다.

또 촘촘한 그물을 여러 겹으로 겹쳐놓으면 어떤 물체가 강한 힘으로 다가와도 그물이 찢어지지 않고 물체를 감싸버리듯, 미세한 구멍이 수없이 많은 에어로젤은 충격도 삼켜버린다. 이런 특성들 덕분에 에어로젤은 우주는 물론 추운 시베리아 지역이나 뜨거운 사막을 지나는 송유관을 감싸는 단열재 등 극한 환경에서 주로 사용됐다.

◆다양한 물질로 활용 폭 넓힌다

최근 과학계에서는 이산화규소가 아닌 새 재료를 사용한 신개념 에어로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이들 신형 에어로젤들은 기존의 에어로젤이 갖지 못한 뛰어난 물성을 보여준다.

핀란드헬싱키대연구진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최근호에서 식물 세포벽의 주성분인 셀룰로오스를 이용해 만든 에어로젤에 이산화티타늄(TiO₂)을 얇게 입히면 제 무게의 16배까지 물을 흡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이 에어로젤은 특히 이산화티타늄의 광촉매 기능을 이용해 오염된 액체를 정화하는 데도 쓸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지난해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 원유를 흡착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센트럴 플로리다대연구진은 탄소나노튜브로 에어로젤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탄소나노튜브는 탄소원자로 이뤄진 빨대 모양의 물질로 전기가 잘 통할 뿐 아니라 다발로 묶으면 강도가 강철의 100배나 되는 꿈의 소재.

연구진은 탄소나노튜브로 만든 이 에어로젤 28g으로 축구장 3개의 넓이에 카펫을 깔 수 있다고 밝혔다. 그만큼 가볍다는 의미이다. 여기에 전기가 잘 통하는 탄소나노튜브의 특성을 응용하면, 손바닥 위에 있는 약 0.1g의 물질을 감지하는 초고감도 센서를 만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ST) 연구진이 연료전지의 전극이나 자동차 배가스 정화장치 등에 쓰이는 귀금속인 백금을 이용한 에어로젤을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연구팀 서동진 박사는 "백금으로 만든 에어로젤은 같은 부피의 일반 백금보다 표면적이 엄청나게 넓기 때문에 백금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비슷한 성능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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