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양파의 눈물' 뒤엔 양치기소년 당국

선정수 기자 2014. 7. 18.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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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가격이 폭락세를 회복하지 못하면서 농가의 시름이 깊다.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수급조절매뉴얼을 가동해 양파 가격을 적정선으로 유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폭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양파 농가들은 정부가 과잉 공급량을 터무니없이 높게 전망해 시장을 위축시킨 결과라고 비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17일 집계에 따르면 양파 평균 소매가격은 1㎏에 1199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 평년보다 20% 낮은 금액이다. 정부는 올해 작황이 좋고 재배면적이 늘어나 양파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수차례 경고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올해 들어 네 차례나 양파 수급대책을 내놨다. 산지폐기와 정부 수매, 가공·수출 추진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놨지만 약효는 먹혀들지 않았다. 정부는 "농산물 수급 매뉴얼상 경계단계임에도 선제적으로 심각단계 경보를 발령해 대책을 추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반면 농가들은 농정 당국의 빈약한 관측력이 양파 가격 폭락을 부채질했다고 주장한다. 지난 4월까지 정부가 예측한 양파 공급 과잉량은 10만t 미만이었다. 그러나 5월 관측에서 당국은 양파 생산량이 사상 최대치인 158만4000t을 기록할 것이라며 공급 과잉량을 20만t으로 늘려 잡았다. "재배면적이 늘고 작황이 좋아 생산량 전망이 당초보다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이유를 달았다. 그러나 이 관측은 두달 만에 사실상 철회됐다. 5월 이후 농정 당국은 점점 생산량 전망치를 줄였고 16일 농림축산식품부는 과잉량 전망치를 10만6000t으로 바꿨다. 4월 전망과 엇비슷한 수준으로 환원된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5월 중·하순 양파 주산지에 고온과 가뭄이 닥치면서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줄었다"며 "다각도로 검증한 결과 이상기후가 없었다면 관측 결과대로 사상 최대 생산량을 기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돌발 변수가 발생해 예측이 빗나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사상 최대 생산량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접한 밭떼기 상인과 단위농협 등은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수매를 미뤘다. 이런 기대심리는 약세를 면치 못하던 양파 가격을 폭락세로 떨어뜨렸다. 빗나간 관측이 가격을 지지하려던 정부의 여러 대책을 무용지물로 만든 것이다. 농가들은 "지난 4월 농식품부가 조생종 양파 3만t을 생산 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가격 반등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최악의 공급 과잉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상인들이 주머니를 닫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중장기 대책으로 풍흉에 따른 수확량 감소나 가격 하락으로 농가의 품목별 수입이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수입보장보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농가와 농정 당국은 사상 최대 양파 풍년이 실현되지 않은 것에서 위로를 찾고 있다. 그러나 한 달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농업 관측이 오히려 농민들의 시름을 깊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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