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난 주류 경제학계서 괴짜로 불리는 사람"
FT 와이드 인터뷰…"오늘날 경제학계는 과거 가톨릭 교회와 비슷"
(서울=연합뉴스) 윤지현 기자 = "난 수학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경제학자들이 나를 경제학자로 보지 않는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3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주말판 와이드 인터뷰에서 자신을 소개한 말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의 저서로도 친숙한 장 교수는 세계 경제학계에서 대표적인 비주류 학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FT는 장 교수가 32개국어로 출간된 저서 65만 권을 팔아치운 베스트셀러 학자라면서 그가 케임브리지대의 비좁은 연구실에서 경제학 정설에 맞서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장 교수는 케임브리지대 인근의 한 인도 음식점에서 FT 기자와 만나 자신의 저서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음에도 정작 학계에선 자신이 '괴짜'로 치부되는 현실에 대해 꼬집었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기자와 주고받은 이메일에서는 "시장이 말해주는 바로는 나는 가장 성공한 경제학자 중 한 명"이라며 "그러나 내 동료 교수들은 나를 괴짜 혹은 사회학자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사회학자라는 말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가장 모욕적인 말로 여겨진다고 덧붙인 그는 "나는 수학을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많은 경제학자가 나를 경제학자로 보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그럼에도 장 교수에 대해 '따르는 팬이 많은 스타'라고 강조했다.
한때 그를 이상한 사람 취급했던 국제통화기금(IMF)도 세계 경제 위기가 발발한 이후로는 그를 정기적으로 연사로 초대했다.
장 교수는 경제학계 주류의 분위기를 과거 가톨릭 교회의 모습과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오늘날 경제학은 수학과 통계학을 모르면 이해할 수 없다"며 "이는 과거 가톨릭 성직자들이 성경 번역을 거부, 라틴어를 모르는 사람은 성경을 읽을 수조차 없게 한 것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때문에 경제학적 의사 결정권이 기술관료와 중앙은행 관리 등 '고위 사제직'에게만 주어진다고 우려했다.
장 교수는 자신의 어린 시절과 경제학도로 성장하게 된 배경 등 개인적인 삶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1963년 서울에서 재무부 관리인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슬하에 태어났다. 상대적으로 유복한 가정에 태어난 그였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늘 가난이 자리해 있었다.
그러던 그에게 한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그때부터 경제 정책이 국가 발전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두기 시작해 이후 1986년 케임브리지로 건너와 '산업 정책'을 전공으로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영국의 첫인상이 어땠는지 묻는 말에 장 교수는 "당시 모든 가게가 오후 5시만 되면 문을 닫았고 일요일엔 아예 문도 열지 않았다"며 "아시아에서 온 사람에게 이런 분위기는 유령도시나 다름없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그럼에도 미국 대신 영국을 유학지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아서 코난 도일과 애거서 크리스티를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농담조로 말했다.
yun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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